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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유리로 만든 앰플형 주사제 용기, 인체 유해성 여부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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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플형 주사제 용기 개봉 때

발생하는 미세한 유리 파편

주사액과 함께 혈관 속으로

주사 맞을 때 유의 사항 주사액과 주사기는 병원에서 가장 많이 쓰는 소모품 중 하나다. 그래서 이와 관련한 사건·사고도 많다. ‘주사기 재사용’이나 ‘주사액 나눠 쓰기’ 문제가 대표적이다. 이제는 주사제가 담긴 용기(容器)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도 제기되고 있다. 주사제 용기는 크게 유리로만 된 ‘앰플형’, 고무마개가 있는 ‘바이알형’, 주사기 안에 주사액이 처음부터 담겨 나오는 ‘프리필드실린지형’으로 나뉘는데 그중 앰플형 용기가 건강상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앙일보

유리 조각 혼입 우려가 있는 앰플 제형(사진 오른 쪽) 대신 바이알 제형(왼쪽 사진) 사용이 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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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병원에서 사용되는 앰플형 용기는 1886년 프랑스에서 처음 개발됐다. 유리 용기에 조그만 구멍을 통해 액체 주사액을 충전한 후 해당 부위 유리를 열로 녹여 봉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진다. 유리는 약품과 화학반응을 잘 일으키지 않는 성질이 있어 널리 쓰여왔다. 앰플 용기는 용액이 오직 유리면에만 닿기 때문에 약품의 안정성이 크고 미생물 번식 우려가 작다는 장점이 있다. 뚜껑이 있는 것에 비해 생산 단가도 비교적 저렴하다.

하지만 사용량이 많아지면서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했다. 앰플을 딸 때 생기는 미세한 유리 파편이 주사 용액 속으로 들어가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이다. 분당서울대병원 약제부 남궁형욱(약사) 팀장은 “주사기로 약물을 뽑아 이를 환자에게 주입하면 용액 속 유리 파편도 같이 혈관을 타고 전신을 돌면서 각종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전신 혈관 돌며 염증 유발 가능성

유리 파편은 일단 몸속에 들어오면 녹지 않고 배출되지도 않는다. 대한간호학회지(2006)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이 유리 조각들은 혈관을 타고 폐에 이르고 간을 거쳐 신장까지 도달한다. 유리 조각 크기에 따라 신장까지 도달하는 것도 있고 폐나 간 또는 혈관에 머무르는 경우도 있다. 유리 조각이 이들 기관에 축적되면 내피세포를 손상시켜 염증 반응을 일으키고 혈전이나 육아종을 일으킬 수 있다. 근육에 남아 있으면 파편으로 인해 조직이 괴사할 수도 있다. 유리 파편은 대부분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입자가 작아 급성 반응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남궁 팀장은 “수년, 수십 년에 걸쳐 염증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인체 부작용에 대한 인과관계를 확실하게 밝힌 연구 논문이 나오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하지만 동물실험을 통해선 위해성이 입증됐다. 대표적인 연구가 1989년 국제마취통증학회지에 실린 논문이다. 토끼의 정맥에 유리 조각이 혼입된 용액을 매일 주사하고 32일째 폐를 살펴봤더니 폐의 모세혈관에서 유리 조각이 발견된 것이다. 연구팀은 또 폐의 모세혈관이 충혈되고 혈전이 생긴 것도 확인했다. 남궁 팀장은 “인체에도 비슷한 변화가 생긴다는 추정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앰플 파편 위험에 가장 노출되기 쉬운 대상은 신생아 환자다. 약을 스스로 삼킬 수 없기 때문에 모든 약물을 정맥주사로 맞는다. 남궁 팀장은 “신생아의 모세혈관은 어른보다 훨씬 가늘고 약하기 때문에 유리 파편으로 인해 염증 반응이 생기기 쉽다”고 말했다. 중환자실 입원 환자도 대부분 정맥주사로 맞아야 하기 때문에 위험에 노출돼 있다.

고무마개 있는 바이알 용기 증가

앰플 용기의 안전성 문제가 제기되자 유리 파편을 거르는 필터 주사기가 개발되기도 했다. 5㎛ 이상의 파편을 걸러주는 필터다. 하지만 가격이 일반 주사기의 10배에 달한다. 그래서 미국 등 선진국의 의료기관에서는 아예 앰플 제형 사용 자체를 줄이고 있다. 남궁 팀장은 “미국은 10여 년 전부터 앰플 제형 사용을 점점 줄여 이제 웬만한 주사제는 대부분 바이알 제형을 사용한다”고 말했다. 단 화학반응 때문에 유리 앰플을 사용해야만 하는 비타민C 등의 주사제는 예외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도 앰플 제형을 쓰는 곳이 많다. 업계에선 대학병원에서 사용하는 주사제 중 앰플 제형의 비율을 30%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앰플형 주사제 사용이 여전한 이유는 단순하다. 우선 인과관계가 밝혀진 앰플형 주사제 유리 파편 안전사고 등 사회적 이목을 끌 만한 큰 사건이 없었다. 제약업계로서는 안전성 확보의 동기부여가 될 만한 계기가 없었던 것이다. 그렇다 보니 제약사는 굳이 생산 단가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존 제형을 버리고 생산 비용이 50% 이상 더 소요되는 제형으로 바꿀 이유가 별로 없었던 셈이다.

하지만 최근엔 긍정적인 움직임도 보인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두는 제약사의 경우 새로운 약을 만들 때 아예 바이알 제형으로만 출시하기 시작했다. 남궁 팀장은 “정부가 같은 약이라도 앰플보다 안전한 바이알 제형의 생산을 유도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배지영 기자 bae.ji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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