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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륜 살인마일까 마녀사냥 희생자일까…신간 '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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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1892년 미국 뉴잉글랜드 지역인 매사추세츠주 조용한 마을에 살던 부호와 그의 부인이 집안에서 참혹하게 살해됐다.

이 노 부부는 부유했지만, 청교도로서 검소한 삶을 추구했다. 그런데 평온하던 오전 시간 집안에서 무려 수십 차례나 손도끼로 잔인하게 난자당해 살해당했다.

사건 자체도 엽기적이지만, 유력 용의자로 지목된 사람이 함께 살던 막내딸인 32세 리지 보든이었다는 점은 미국 사회 전체에 충격을 줬다.

여러 정황 증거와 증거 인멸을 시도한 점 등은 리지가 범인일 가능성을 키웠지만, 그가 기독교도이면서 여성이라는 점과 확실한 증거가 없다는 점 때문에 무죄로 석방됐다.

무엇보다 당시 힘을 키우기 시작한 여권 운동가들과 종교계가 석방 운동을 벌인 것이 리지에 큰 힘이 됐다.

연합뉴스

리지



19세기 말인데도 기독교도이고 여성이면 살인자도 결백해지느냐는 의견과 물적 증거도 없이 가련한 여인을 살인마로 모느냐는 견해가 팽팽히 맞선 유명한 사건이다. 그래서 지금까지도 100년 넘게 소설,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장르에서 스토리텔링의 원전이 되고 있다.

당시 사건 직후에는 미국에서 줄넘기 동요의 소재로도 쓰였다.

가사는 이렇다. "리지 보든이 도끼를 들어 엄마를 마흔 번 후려쳤어. 자기가 한 짓을 본 리치, 이번에는 아빠를 마흔한 번 후려치지."

과연 리지는 사이코패스 패륜 살인마일까, 아니면 무고한 사람을 여론이 코너로 몰고 간 '마녀사냥' 희생자일까. 궁금하다면 에드윈 H. 포터가 지은 '리지'(교유서가 펴냄)에 힌트가 있다.

보스턴 헤럴드 경찰 출입 기자였던 포터는 사건 당시 보든 주택에서 가까운 곳에 살고 있었다. 폐결핵을 오래 앓다 1904년 39세의 나이에 요절한다.

크레이그 맥닐 감독이 연출한 동명의 영화도 올해 국내 개봉했다. 크리스틴 스튜어트, 클로에 세비니가 주연했다.

정탄 옮김. 348쪽. 1만6천원.

lesl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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