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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삶과 문화] ‘행복 계획’은 세우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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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마지막 칼럼을 쓰면서 한 해를 잘 성찰하고 한 해 동안의 감사의 목록을 작성해보자는 말씀을 드렸습니다. 한 해를 잘 마무리함으로써 새로운 한 해를 잘 맞이하고 설계하기 위해서였지요. 잘못한 것이 있다면 새해에는 잘못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이고, 잘하고 잘된 것들은 좋은 감정과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서지요.

그러나 아무리 지난해 잘 살았고 그래서 복된 일이 많았어도, 그리고 아무리 마무리를 잘 했어도 이제는 새해 계획을 잘 세워야 할 것입니다. 운명과 행운에 올 한 해를 맡기지 않기 위해서이고, 되는 대로 살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참으로 많은 사람이 행운에 한 해의 행복을 맡기곤 하는데 이는 나의 행복을 다른 사람에게 맡기는 것과 같고, 행복 농사를 짓지 않고, 산에 놀러갔다가 산삼이나 하나 캐 가지고 오길 바라는 것과 같은 거지요. 곰곰 생각해 보면 행운이라는 것도 행복 농사를 짓는 사람에게 오는 법이지요.

그래서 한 해 계획을 세우되 행복 계획을 세우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사업 계획이나 내 집 마련을 위한 계획만 세우지 말고 행복 계획을 세우면 좋겠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행복 계획 안에 사업이나 내 집 마련 계획도 있어야 하지 행복 계획은 없고 사업 계획만 있으면 우리는 불행해지기 십상입니다. 사실 사업 계획을 세우고 내 집 마련을 하려고 하는 것도 다 행복하기 위한 것 아닙니까? 행복을 위해 사업 계획도 세우고 다른 여러 계획을 세우는 것이 아니냐는 말입니다. 그렇다면 행복을 위해 어떤 계획들이 있어야 하겠습니까?

첫 번째 행복 계획은 ‘무조건 행복하기’입니다. 오래전부터 저의 행복론은 이렇습니다. ‘나는 무조건 행복하다. 행복하지 않으면 나만 손해니까!’ 무조건 행복하다는 것이 말도 안 되는 억지 같지만 그것은 ‘행복의지(幸福意志)’이며, 행복에 조건이 없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조건이 있으면 그 조건 때문에 불행해지니 말입니다. 예를 들어 돈이 있어야 행복하다면 돈이 없으면 불행해지겠지요. 그런데 돈은 행복의 필요조건이지 충분조건이 아니잖아요?

그래서 행복에 조건이 없을 뿐 아니라 행복을 위해 욕심도 없어야 하고 그래서 두 번째 행복 계획은 ‘욕심 부리지 않기’입니다. 행복은 소유의 행복이 아니라 누리는 행복이기 때문입니다. 많은 햇빛을 소유해야 행복한 것이 아니라 한 줌의 햇빛을 누릴 때 행복한 것이지요.

이제 없어야 할 것 말고 있어야 할 것들을 생각해보겠는데 무엇보다 건강 계획과 운동 계획이 있어야겠습니다. 그러나 이것은 젊은이들에게 강조하는 것이지 나이 든 분들에게는 길게 얘기할 필요 없습니다. 나이를 먹으면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그래서 건강 염려증만 없고 무리만 하지 않으면 될 정도로 건강 계획이나 운동 계획은 잘 세우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여가와 휴가를 위한 계획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관광이 여가의 전부가 되지 않기를 바랍니다. 관광도 해야겠지만 관광보다는 여행을 하는 것이 더 낫고, 여행을 안 떠나도 여가와 휴가를 잘 즐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만남이나 방문 계획도 세우면 좋을 것입니다. 특별히 지난해 ‘찾아뵈었으면 좋았을 걸!’ 했던 분들이 있으면 올해는 후회하지 않도록 꼭 찾아뵙고, 특별한 만남이나 방문이 아닌 편한 만남도, 계획 세울 것까지는 없지만,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종교인이나 다른 어떤 특별한 목적을 가진 사람은 모르겠지만 여기에 독서 계획과 봉사 계획도 추가하면 완벽한 행복 계획이 될 것 같습니다. 독서는 마음을 살찌게 하고 봉사는 사랑을 살찌게 할 것이니 말입니다. 사족으로 계획은 너무 많아도 안 되겠습니다.

김찬선 신부
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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