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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5 (월)

이슈 끝나지 않은 신분제의 유습 '갑질'

청년, 복종을 배우다...'교수 갑질', '체육계 미투' 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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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니투데이 대학경제 권현수 임홍조 기자] [대학원생 상대 설문조사결과 74%가 '갑질이 존재한다', 체육계 순종을 넘어 범죄로 치닫다]

가르침을 명목으로 스승이 제자에게 '순종'할 것을 강요하는 행태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체육계 미투가 뜨거운 감자다. 다수의 청년이 이런 과정을 겪으면서 성장하지만, 마음 한켠에 상처가 자리잡는다.

◆사제지간 아닌 개인비서로 전락...도 넘는 교수 갑질, "졸업 위해 참을 수밖에 없어요"

D대 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취득한 김모(33)씨는 대학원생 시절의 기억을 회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오전 9시 학교 연구실에 도착하면 수업을 듣거나 맡은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교수가 시키는 온갖 허드렛일의 병행이 다반사였다. 오후 6시면 교수는 퇴근, 그때부터 강 씨는 공부와 논문 쓰기 등 제 일을 할 수 있었다. 오전 9시 출근과 오후 10시 퇴근은 기본이고, 실험과제가 있으면 밤샘이 늘상이었다.

강 씨는 "대다수 대학원생이 받는 정신적·육체적 고통은 생각보다 심하다. 등록금과 졸업논문 등을 명목으로 제자에게 우회적으로 대가를 요구하는 교수도 많다"며 "지도교수 평가에 따라 논문과 졸업 합격 여부가 좌우되기 때문에 교수에게 복종할 수 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학생의 잡무와 의전을 당연시하고, 사적인 업무까지 챙겨야 한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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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K대 대학원 박사학위를 딴 박모(29) 씨의 상황도 비슷했다. 지방 출장에서 교수 차를 대신 운전하거나 자녀의 대학 자소서 또는 추천서를 대필한 경험도 있다.

박 씨는 "교수 본인의 일을 학생에게 떠넘기고 비서 부리듯 대하는 상황이 비일비재하다"며 "교수가 연구과제를 수주하면 제출 보고서와 발표자료는 학생이 다 만들고, 심지어 본인이 연구 책임자면서 내용을 몰라 발표자료 대본까지 써줘야 했다. 졸업이 늦어지거나 불이익이 당할까봐 싫어도 따르는 분위기"라고 털어놨다.

이처럼 학위를 받아야 하는 절박한 대학원생의 상황을 악용한 교수의 갑질 문제가 자주 도마 위에 오른다.

얼마전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이철희 의원실과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 실시한 '대학원 연구인력의 권익강화 관련 설문(197명 참여)'에서 74%(146명)가 '갑질이 존재한다'고 답변했다.

교수 갑질 유형(복수응답)으로 '열정페이를 강요한다'는 응답이 19.6%(95명)로 가장 많았으며, 인격무시·강압 17.3%(84명), 개인업무·잡무 요구 15.5%(75명), 연구윤리 위반 8.9%(43명) 등으로 나타났다.

◆체육계 도제식 교육, 순종을 넘어 범죄로 치닫다.

최근 체육계가 떠들썩하다. 쇼트트랙 국가대표 심석희 선수가 조재범 전 국가대표팀 코치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해 잠잠했던 체육계 미투 바람이 거세게 일고 있다.

조 전 코치는 지난해 9월 상습폭행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개월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되자 곧바로 항소 신청을 냈다. 최근엔 심 선수가 조 코치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추가 폭로해, 수사가 진행 중이다.

신유용 전 유도선수도 과거 코치의 상습적인 폭행과 성폭행 사실을 폭로해 뜨거운 감자가 됐다. 이어 태권도협회 전 임원의 미성년자 성폭행 사건도 수면 위로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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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의 전문가는 체육계 미투를 구조적인 문제과 함께 '그루밍 성폭력'의 가능성을 언급한다. 그루밍(Grooming) 성폭력은 우월한 지위에 있는 가해자가 피해자와 친밀한 신뢰 관계를 쌓은 뒤 성폭력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도록 길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권애경 박사(대상관계심리치료클리닉 소장)는 "체육계 미투 사건을 살펴보면 오랜 사제관계를 통해 신뢰를 쌓고 이를 악용해 어린 선수들을 정신적·육체적으로 지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설명했다.

특히 국가대표가 목표인 10대 선수의 진로결정에 감독과 코치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당한 상황도 응해야 하는 분위기다. 이는 대학원생이 학위나 진로를 위해 교수 갑질을 참는 처지와 유사하다.

익명을 요구한 전 국가대표 선수는 "체육계에서 크려면 스승(감독, 코치)는 절대적인 존재다"며 "스승과 신체접촉은 늘상 있고, 오랜 사제관계로 얻은 친분 때문에 어린 선수들이 부당한 언행을 겪어도 '친하니까', '싫은 내색이나 반항해서 나를 내치면 어떡할까' 등의 판단으로 넘기는 경향이 짙다"고 밝혔다.

권현수 임홍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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