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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창문에 소파에 선풍기에 탁자에… "필터를 달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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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송파구에 사는 30대 주부 김모씨는 지난 11일 베란다 창문과 공기청정기를 연결한 '강제 환기 키트'를 직접 설치했다. 이 키트는 베란다 창가에 지름 20㎝가량의 구멍을 낸 뒤 공기청정기의 흡기부를 배관(配管)으로 직접 연결하는 부품이다. 공기청정기는 집 안의 오염된 공기를 빨아들여 미세먼지 필터로 정화(淨化)한 뒤 다시 내보내는 원리인데, 이 키트는 공기청정기가 외부의 공기를 끌어다가 정화해 집 안에 내뿜는 식의 '간접 환기' 효과를 내도록 개조한 것이다.

김씨는 "집에 아기가 있어 그간 환기할 엄두를 못 냈는데 이젠 미세 먼지 농도가 높은 날에도 신선한 바깥바람을 쐴 수 있어 좋다"며 "강제 환기를 하자 기존에 100㎍(㎍은 100만분의 1g)/㎥ 수준이던 집안 미세 먼지 수치가 한 자릿수로 뚝 떨어졌다"고 했다. 강제 환기 키트는 미세 먼지가 심각한 중국에서 주로 쓰였는데 최근 국내에도 소문이 나며 빠르게 퍼져 나가고 있다. 포털에 '강제 환기'를 치면 블로그와 카페에 4만여 개의 글이 검색될 정도다.

미세먼지 불안감 겨냥한 신제품 속속

겨울철에도 봄·가을 못지않은 고농도의 미세 먼지가 연일 계속되면서 미세 먼지 산업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기본 제품인 공기청정기는 겨울 비수기에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가전업체 캐리어에어컨 관계자는 "겨울철인데도 공기청정기 주문이 많아 경기도 화성 공장을 기본 8시간에 잔업 2시간을 포함해 하루 10시간씩 풀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전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공기청정기 시장은 220만대로 2017년(140만대) 대비 57% 늘었다. 업계에선 이 시장이 2020년에는 300만대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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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밖에도 미세 먼지를 겨냥한 다양한 아이디어 제품이 속속 시장에 나오고 있다. 모기장처럼 창가에 설치할 수 있는 창문형 자연환기 필터, 선풍기에 결합해서 쓰는 미세 먼지 필터와 같은 제품들이다.

3M이 만든 창문형 필터는 실내 오염 걱정 없이 환기할 수 있도록 미세 먼지 필터를 창틀 형태로 만든 제품이다. 선풍기 결합형 제품은 기존 날개를 떼어내고 원형(圓形) 미세 먼지 필터를 결합해 실내 공기청정기처럼 활용할 수 있는 중소업체의 제품이다. 선풍기가 날개 뒤편의 공기를 빨아들여 앞으로 내보내는 원리를 활용한 것이다.

소파나 스피커 같은 제품에도 공기청정 기능이 탑재되고 있다. 중견 가구업체인 장인가구는 지난해 소파에 공기청정기를 탑재한 '브리튼 전동 리클라이너 소파'를 내놨다. 300만원대의 이 제품은 좌석 사이에 공기청정기가 달려 있어 앉아 있으면 옆에서 맑은 바람이 뿜어져 나오는 형태다.

LG전자는 작년 11월 침대 옆에 협탁처럼 둘 수 있는 가구 형태의 199만원짜리 가습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침실용 조명과 스마트폰 무선 충전 기능도 탑재했다. 중견 가전업체 위닉스는 공기청정기에 음향업체 JBL의 스피커를 결합한 제품을 내놨다. 이제 공기청정기가 방마다 놓는 필수 가전이 되면서 아예 음악까지 감상할 수 있도록 스피커까지 결합한 것이다.

차량 호출·아파트도 미세 먼지 대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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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세 먼지를 겨냥한 서비스는 점차 다양한 업종으로 확산하고 있다. 차량공유업체 쏘카는 지난달 고성능 공기청정 필터를 장착한 차량호출 서비스 '타다 베이직B'를 내놨다. 이 회사의 공유차량인 카니발 승합차에 0.3μm(마이크로미터) 크기의 초미세 먼지를 걸러낼 수 있는 공기청정 필터를 탑재한 것이다.

삼성물산은 미세 먼지 제거 신기술을 개발해 올해 시공하는 아파트 단지에 속속 적용해 나가고 있다. 현재 시공 중인 서울 반포동, 석관동 재건축 단지에는 실내 미세 먼지 측정기가 공기 질(質)을 확인해 자동으로 실내 환기를 하는 시스템을 적용한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아파트 출입구에 달린 에어커튼이 사람이 들어올 때 공기를 분사해 옷에 붙은 먼지와 세균을 털어주고 세대 현관 천장의 공기청정 시스템이 미세 먼지를 빨아들이는 기술도 순차적으로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박순찬 기자(ideachan@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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