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 4개 섬 해결' 승부수 띄운 아베 궁지에 몰려
일본과 러시아가 양국 간 평화조약 체결을 위한 첫 번째 장관급 협상을 했지만, 입장 차이만 극명하게 드러나 이 문제의 해결에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아베 총리가 궁지에 몰렸다.
15일 마이니치신문 등 일본 언론들에 따르면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전날(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평화조약 협상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무상에게 일본이 쿠릴 4개섬을 '북방영토'라고 표현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못을 박았다.
제2차 세계대전(태평양 전쟁) 당시 적국으로 맞서 싸운 러시아와 일본은 종전 이후 지금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는 이투룹, 쿠나시르, 시코탄, 하보마이 등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 문제가 얽혀있다.
4개 섬은 1945년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을 통해 러시아의 영토가 됐고, 이후 러시아는 1956년 소일 공동선언 때 시코탄과 하보마이를 일본에 반납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러시아-일본, 평화조약 체결 첫 장관급 협상 |
일본은 4개 섬 모두의 반환을 요구하던 것에서 전략을 바꿔 우선 시코탄, 하보마이 등 2개 섬이라도 돌려달라고 러시아에 요구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평화조약을 우선 체결하자는 입장을 보이며 맞서고 있다.
일본 언론들은 라브로프 장관이 북방영토라는 표현을 쓰지 말라고 일본에 요구한 것을 난항을 겪은 첫 협상의 분위기를 드러내는 상징적 발언으로 보고 있다. 일본이 자국 내에서 북방영토라는 표현을 사용하는 것조차 러시아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라브로프 장관은 협상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들 사이에는 커다란 불일치가 있다는 것을 숨길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일본이 쿠릴제도에서의 러시아 주권을 인정했다"고 말했으며, 아베 총리가 쿠릴 4개섬의 반환을 전제로 발언하고 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작년 11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왼쪽)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싱가포르에서 만나 악수를 나누는 모습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
전날 협상에서 양국간 의견 차이만 부각되자 이 문제 해결을 '전후 외교의 총결산'으로 명명하며 힘을 쏟고 있는 아베 총리는 곤란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아베 총리는 러시아와의 협상을 올해 여름 열리는 참의원 선거 압승을 위한 지렛대로 사용해 이를 토대로 오랜 야심인 개헌을 달성하려 하고 있다.
아베 총리는 쿠릴 4개섬 협상에서 얻은 성과를 국내에서 대대적으로 선전해 참의원 선거에서 개헌 발의에 필요한 3분의 2 의석을 확보한 다음 헌법을 개정해 일본을 '전쟁가능한 국가'로 바꾸려는 구상을 갖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오는 22일 모스크바에서 열리는 양국 정상회의가 아베 총리에게는 '전세'를 역전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쿠릴 4개섬 반환에 대해 러시아 내 여론이 부정적인 데다 푸틴 대통령도 작년 11월 시코탄, 하보마이 두 섬에 대해 "(소일공동선언에) 두 섬중 어느 쪽도 주권을 일본에 넘겨준다고 적혀 있지는 않다"고 말하며 강경 자세를 보인 바 있어 정상회의에서 아베 총리에게 유리한 성과가 나올지는 미지수다.
[그래픽] 아베, 쿠릴 4개섬→2개섬 우선 반환요구로 선회 |
bk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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