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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인터뷰] 송은미술대상 수상자 김준 "사운드 스케이프, 작가의 이야기로 소리를 기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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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국내에서는 생소한 사운드 스케이프 분야. 이번 송은미술대상에서 사운드 스케이프 작가 김준이 독보적인 존재감을 발휘했다. 제18회 송은미술대상에서 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작가 김준은 14일 뉴스핌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국내에서도 사운드스케이프 작업이 알려지게 돼 기쁘다”며 수상 소감을 밝혔다.

김 작가는 “얼떨떨하다. 사운드 스케이프는 예술 영역에서도 생소해한다. 그런데도 심사위원들이 관심 있게 봐주셨다는 것에 기쁘고 감사하다”며 이같이 말했다. 전날 송은아트스페이스는 제18회 송은미술대상에 김준(사운드), 우수상에 박경률(회화·설치), 이의성(설치), 전명은(사진)이 선정됐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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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8회 송은미술대상 대상 수상자 김준 [사진=송은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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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해 “사운드 퍼포먼스, 사운드 조소 등 사운드 아트 분야가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운드 스케이프는 소리를 녹음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라며 “사실 이는 예술적 영역이라기보다 환경 리서치다. 예술가와 과학자가 함께하는 작업인데, 저는 그 과정을 작가의 영역으로 넘어와 미술관에서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단순하게 다큐멘터리적이라기보다 저만의 감성으로 담아내는 거다. 작업할 때 공간에 대한 스토리도 더 찾아보고 이미지도 더 디테일하게 들여다 본다. 또, 사람들의 이야기도 들여다 본다”고 강조했다.

이번 미술전에서 김 작가는 지난 6년간 국내외 레지던시에 머무르며 관찰하고 채집한 결과물을 축적한 사운드 아카이브 작품 ‘에코시스템:도시의 신호, 자연의 신호’를 선보였다. 대형 큐브 형태의 설치작업인 이 작품은 작가가 서울, 런던, 시드니, 베를린 등 도시공간과 뉴질랜드 남섬, 호주 블루마운틴, 한국 지리산, 제주도 등 자연환경의 소리들이 각각 지니는 생태환경의 상반된 소리를 담은 것으로 관람객이 직접 큐브의 내외부를 걸어다니며 감상할 수 있다. 12채널 사운드와 더불어 큐브 안팎과 서랍 공간에는 작가가 해당 장소들에서 채집한 자연석, 식물, 이미지 등 오브제도 설치되어 있어 관람객은 시각과 촉각적인 재미를 동시에 경험할 수 있다.

이 외에 청계천 근방의 세운광장에서 진행한 야외 프로젝트 ‘상태적 진공’과 작가가 유년시절을 보낸 전라도 지역을 순회하며 채집한 사운드, 이미지 작업인 ‘필드노트-뒷산의 기억’도 전시돼 있다.

대상 수상자에게는 상금 2000만원과 ㈜송은문화재단으로부터 개인전 개최 기회가 주어진다. 김 작가는 개인전 개최 계획을 밝혔다. 김 작가는 “해보고 싶은 게 여러가지다. 참고 있었던 것도 있고, 생소하기도 하고 기계적인 것도 있다. 잘 모르겠지만 여러 방면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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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김준의 '에코 시스템' [사진=송은아트스페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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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전시기관에서 전시 작가로 초청도 왔다고 공개했다. 그중 아트선재센터 관장이자 사무소 디렉터인 김선정의 러브콜도 있었다고 했다. 김 관장은 지난 2015년 개최한 ‘리얼디엠지프로젝트’에 이어 같은 맥락의 프로젝트를 올해 3월 문화역서울284에서 전시할 예정이다. 김준 작가도 참여 작가로 언급됐다.

이 전시는 3월 문화역서울284에서 개최할 뿐 아니라 비무장지대(DMZ) 감시초소(GP)에서의 전시 가능성을 열어둔 장기 프로젝트다. 김 작가는 “지난해 남북 군사들이 DMZ 내 GP를 파괴하고 악수하지 않았나. 그 장소에 제가 들어가서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을 해 전시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제안이었다”며 “제가 GP에 들어가 작업하려면 UN사업부에 지안서를 내고 신원조회 등 과정을 거쳐야 한다. 3월에 제 작품이 전시될지는 모르겠지만 이 계획이 구체적으로 진행된다면 특정 장소에서 역사성을 띠는 사운드 스케이프 작업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독일이 통일 후 베를린 장벽의 돌조각을 전시하듯 저도 현장(GP)에서 수집할 수 있는 물체도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김준은 2015년에도 ‘디엠지프로젝트’에 참여했다. 당시 강원도 철원 동송읍에서 ‘혼재된 신호들’을 선보였고 그의 작품에는 포성, 군사시설, 북한군사, 대남 방송이 담겼다. 김 작가는 “현재는 남북한이 손잡고 화해하는 분위기다. 3년 전과는 다른 소리를 담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자연이 소리만 있을 수도 있고”라고 기대했다.

2016년 세운상가를 배경으로 사운드 아카이빙한 작업도 이어갈 생각이다. 2016년 세운상가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자 이 지역에서 터전을 잡고 작업하는 소상공인과 작가들은 재개발을 반대했다. 1만8000명이 반대 서명운동에 참여한 것으로 김 작가는 기억했다.

그는 “을지로와 세운상가 일대는 작가들에게 중요한 공간이다. 그리고 산업 기반의 역사적인 장소이다. 그런데 이곳을 다 부수고 아파트를 세운다고 하니 작가들도 들고 일어난 거”라며 “그래서 2016년 사라져가는 공간을 사진으로 찍고 사운드로 남겼다. 역사적으로 사라진 이곳을 기록으로 남겨 나중에 공개하면 좋겠다”고 바랐다.

김준 작가의 작품을 비롯한 제18회 송은미술대상 수상자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 ‘제18회 송은미술대상전’은 오는 2월28일까지 송은 아트스페이스에서 개최된다.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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