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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16 (일)

[인터뷰] 연극 '레드' 로스코役으로 돌아온 강신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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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코의 레드는 '예술' 나의 레드는 '연기'..당신의 레드는 무엇입니까"
로스코, 추상표현주의 대가로 잭슨폴락과 명성 떨쳐
피카소 입체파 밀어냈지만 자신 또한 팝아트에 밀려
결국 , 세상 모든것은 창조→생성→소멸 영원한 과정
40년 베테랑 강신일 맡아 주인공 인간적 성찰 살려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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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봐, 내가 인생에서 두려운 것이 딱 하나 있는데, 그건 언젠가 블랙이 레드를 삼켜버릴 거라는 거야." 마크 로스코

배우 강신일(59·사진)이 붉은 색 화폭 앞에 다시 섰다. 지난 2011년 초연 이후 호평 속에 공연된 연극 '레드'가 지난 6일 다섯 번째 막을 올렸다. 김태훈이 연출한 번역극 '레드'는 추상표현주의 대가 마크 로스코(강신일·정보석)와 제자 켄(김도빈·박정복)의 대화로 구성된 2인극이다. 마크 로스코(1903~1970)는 피카소의 입체파를 밀어내고 잭슨 폴락과 함께 추상 표현주의 대가로 이름을 떨쳤던 러시아 출신의 미국 화가다. '레드'는 1958년, 로스코가 뉴욕의 한 고급 레스토랑 벽화를 의뢰받고 40여점의 연작을 완성한 후 돌연 계약 파기한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50대의 로스코는 새로운 미술사조 팝아트의 출현에 위기감을 느끼는 한편 상업주의를 경계하면서도 거액의 제의를 수락한 자신의 선택에 갈등한다. 와중에 가상의 인물 켄은 달라진 시대흐름을 지적하고, 로스코는 콧방귀를 뀌며 자신의 예술철학을 고집한다. 로스코의 작업실을 무대로 단 두 배우만 출연하지만 그들이 주고받는 대사는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며 마지막까지 관객을 집중시킨다. 강신일은 예의 진지함과 인간애를 바탕으로 이 지적이고 자의식 강한 예술가를 연기한다. 강신일도 로스코 역할에 애정을 드러냈다. 매번 마지막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세 번째 러브콜도 결국 수락했다. "레드가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로스코는 대단한 철학적 깊이와 인간적 성찰을 이룬 화가다. 초연 당시 내 부족함을 느끼고 반성도 많이 했다. 극이 로스코가 실제로 한 말들로 대부분 이뤄져있는데, 매 시즌 다른 감정이 느껴져 재미있다."

특히 '레드'는 강신일 역시 로스코처럼 '서서히 밀려날 나이'라고 느낄 무렵 출연 제의를 받은 작품이다. "아무래도 로스코에 대한 연민이 깊다. 초연 때는 로스코에 나를 투영해 '절대 밀려나지 않을 거다, 나이가 들어도 무대를 지킬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지만 오만한 생각이었다. 지금은 로스코가 제자 켄을 인정했듯, 내가 해왔던 것만 고집할 게 아니라 세대 간 소통과 교류가 필요하며, 새로운 가치관과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스스로 다져야 한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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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 마크 로스코를 연기 중인 강신일
신시컴퍼니 제공
1970년 로스코는 화폭 가득 붉은색인 별칭 '피로 그린 그림'을 남기고 자살했다. 마지막까지 자신의 예술을 추구한 로스코의 열정은, 연기를 향한 강신일의 열정과 닮았다. 연극에 대한 강신일의 종교와 같은 애정은 무려 40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고등학교 시절 성극에 출연하며 연극을 시작한 그는 1980년대 창작극 활성화에 앞장섰고 1990년대 선후배가 떠난 대학로를 꿋꿋이 지켰다. 그러다 영화 '공공의 적'(2002)에 출연하면서 대중에 이름을 알렸고 드라마 '태양의 후예'(2016)가 흥행하면서 초등학생도 알아볼 정도로 유명해졌다. 요즘도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바쁘게 오가지만 매년 연극을 하거나 독립영화에 출연하려고 애쓴다.

"연극판에 들어갈 때 경제적 어려움을 평생 감수하리라 결심했다. 연극을 너무 사랑했다. 세월이 지나 내 처지나 환경이 많이 달라졌지만 그 마음만은 내 속에 고스란히 남아있길 바란다."

세상 모든 것은 생성되고 소멸한다. 인생도 예술도 마찬가지다. "화가가 '우리는 창조하고, 성숙하고 소멸하는 영원한 과정에 있다'고 하더라. 하지만 나는 연기는 소멸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이라고 생각한다. 비록 육체적으로 늙겠지만 늘 고민하고 반성하며 내 힘이 닿는 순간까지 연기할 것이다."

당신에게 '레드'는 무엇인가? 강신일은 답한다. "내게 레드는, 연기다." 예술의 전당 자유소극장에서 2월 10일까지 공연.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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