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통계청이 발표한 12월 고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비경제활동인구는 1673만3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9만명(1.1%) 증가했다. 이중 그냥 '쉰' 인구는 12만7000명(6.7%) 늘어난 202만9000명이었는데, 이는 지금 같은 기준으로 통계가 작성된 2014년 이후뿐 아니라 관련 통계가 나온 2003년 이후로도 역대 최대 수준이다. 재학·수강이나 육아 때문에 경제활동을 하지 않는 인구는 각각 13만6000명(3.4%), 3만8000명(3.1%) 감소했다.
연령별로 보면, 20대와 40대에서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각각 전년대비 7000명(2.1%), 1만명(4.9%) 감소했지만 한창 일하거나 구직 활동을 해야 할 30대와 50대에서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각각 2만8000명(16.1%), 3만10000명(8.0%) 증가했다. 60세 이상 연령에서도 그냥 쉰 인구가 8만명(9.9%) 늘었다.
지난해 월평균 취업자 증가수가 10만명에도 미치지 못하는 고용 참사가 발생하면서 뚜렷한 이유 없이 일하지 않고 구직 활동조차 나서지 않는 인구가 사상 처음 200만명을 넘은 것으로 나타났다./조선일보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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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청 관계자는 "30대와 50대에서 그냥 쉰 인구가 늘어난 것은 최근 고용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시기가 맞물리면서 60세 이상 인구에서도 그냥 쉰 인구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취업 활동을 포기한 구직단념자는 58만8000명으로 전년동월대비 10만4000명 증가했다. 구직단념자 규모 역시 2014년 개편 이후 역대 최대 규모였다.
이에 따라 지난달 경제활동참가율도 62.2%로 전년동월대비 0.3%포인트 하락했다. 남자의 경제활동참가율은 73.0%로 0.4%포인트 떨어졌고, 여자는 51.8%로 0.1%포인트 하락했다. 연령별로 20대 경제활동참가율이 0.5%포인트 상승했지만, 30대와 50대의 경우 각각 0.4%포인트, 0.1%포인트 낮아졌다.
고용 참사가 구직 의욕마저 꺾어 비경제활동인구를 늘린 상황은 지난해 연간으로도 뚜렷이 확인된다. 지난해 비경제활동인구는 전년보다 10만4000명(0.6%) 증가한 1628만명, 이중 그냥 '쉬었다'고 답한 인구는 11만8000명(6.8%) 늘어난 185만5000명으로 각각 연간 기준 사상 최대였다.
'쉬었음'과 구직 단념자 등 비경제활동인구는 일할 의사가 없는 사람으로 간주돼 실업률에는 집계되지 않는다. 지표를 악화시키지는 않지만 비경제활동인구가 증가하는 추세는 고용시장뿐 아니라 경제 전체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노동시장에서 이탈하는 인구가 늘어나면 노동 공급이 줄어 생산과 소비가 그만큼 늘어나지 못하고, 소득이 없는 이들을 부양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유경준 한국기술교육대 교수(전 통계청장)는 "고용 사정이 악화되면서 구직마저 포기하는 비경제활동인구가 늘어나는 것은 경제에 부담이 될 뿐 아니라 인적자본이 축적되는 것을 막아 경제의 잠재성장률 저하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경우 최근 고용 호황을 맞이했지만, 과거 경기 침체기에 니트족, 프리타족, 히키코모리(引き籠もり·장기간 자기 방에 틀어박혀 사회적 활동을 하지 않는 사회부적응자)였던 이들은 여전히 노동시장 진입에 어려움을 겪는다"며 "일본 사례가 우리나라에서 나타나지 않도록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연선옥 기자(actor@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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