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캐나다·북한 지식교류협력 진행해온 박경애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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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의 행군 때와는 천지차이 일식당에는 100달러 메뉴 등장”
“중국, 베트남의 장단점을 살펴 북한만의 발전모델을 찾는 것 같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경제발전 측면에서 과감한 결단을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김 위원장이 후계자로 등장한 직후인 2011년부터 8년 동안 비정치적 학술교류사업인 캐나다·북한 지식교류협력프로그램(KPP)을 진행해온 캐나다 밴쿠버의 박경애 브리티시컬럼비아대학교(UBC) 교수(사진)는 지난달 27일 경향신문과의 전화인터뷰에서 “경제발전을 하겠다는 북한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며 이같이 말했다. 다음은 박 교수와의 일문일답.
- KPP는 어떤 계기로 시작했나.
“1990년대 중반 두세 명의 캐나다 대학교수들, 외무성 관계자들과 함께 ‘트랙2(민간)’ 차원에서 북한을 세 차례 방문했지만 2000년대 초 핵 문제가 터지면서 접촉이 한동안 끊겼다. 이후 2010년 비정치적 학술교류인 KPP를 제안하러 다시 방북했고 이야기가 잘돼 2011년 7월부터 6명의 북한 교수들이 6개월간 UBC에 방문학자로 오기 시작했다.”
- 북한 교수들 선발 기준은.
“나이는 30대에서 40대 초반, 영어 강의를 들을 수 있고 돌아가서도 영어로 강의를 할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제가 북한에 직접 가서 인터뷰한다. 지금까지 김일성종합대, 인민경제대, 원산경제대, 김책공대, 평양상업대, 평양외대 등 6개 대학 교수 46명이 다녀갔다.”
- 북측 교수들이 관심을 가지는 분야에 변화가 있나.
“경제·경영 외에 산림, 환경, 농업, 건축, 지리 분야 등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과학 분야에도 관심이 많겠지만 제재 때문에 수업을 들을 순 없다. KPP 활동엔 학자 방문, 국제회의 말고 해외 현장학습도 포함돼 있다. 2015년 6월 인도네시아, 11월엔 스위스를 북측 인사들과 함께 방문했다. 특히 관광지인 발리도 가서 그린 투어리즘과 문화를 접목시키는 관광 등에 관한 토론도 가졌다. 농축산업이 발달한 스위스에선 제네바에 들러 여러 초청 강연을 듣고 이후 베른대 수의과대학과 세미나도 진행했다.”
- 2014년 국제회의 땐 경제개발구 현장을 방문했다고 들었다.
“나진, 청진, 어랑, 원산, 남포, 신평, 현동, 마식령 등 지방의 경제개발구 여러 곳을 닷새 동안 돌아봤다. 나선에선 당시 이미 중국, 러시아, 호주, 이탈리아, 태국, 일본 등의 기업 150개가 활동하고 있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 프로그램 효과를 체감하나.
“방문학자들이 UBC에서 배운 지식을 기반으로 많은 새로운 과목들을 북한에서 개설한다. 또 새 교과서 집필, 번역서 발간 등이 필요할 때 방문학자들이 많은 공헌을 한다고 하더라. 북한에서도 MBA를 곧 시작하지 않을까 한다.”
- 북한이 환경 이슈에도 관심이 많나.
“그렇다. 중국처럼 경제에만 ‘올인’하면 대기오염 등 환경 문제가 발생한다는 점을 북한도 알고 있다. 경제개발 초기 단계부터 환경 문제를 같이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 북한에서 가장 인상적 변화는.
“고난의 행군 때인 1995년 처음 북한에 갔는데 그때와 지금은 그야말로 천지차이다. 1년에 두세 번 북한에 갈 때마다 거리가 달라진다. 식당도 예전에는 주로 한식당만 있었는데 지금은 중식당, 일식당, 이탈리안식당까지 있다. 일식당에는 저녁에 100달러 이상 하는 세트 메뉴도 있더라.”
- 휴대폰도 600만대가량 개통됐다고 들었다.
“특히 장사하는 사람들은 휴대폰이 유통을 위한 정보수단이어서 필수로 여긴다고 한다. 한번은 평양에 갔을 때 제가 좋아하는 생선회를 싱싱하게 먹을 수 있을지 별 기대는 안 하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원산에 전화 한 통만 하면 그 다음날 배달해준다고 하더라.”
전병역·김지환 기자 junb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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