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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바다 위 종합병원'… 40년간 섬주민 건강 지킨 충남병원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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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안전운항기항제 올리고 첫 출항… 29개섬 돌며 진료

매년 연인원 20만명씩 진료, 주민들 매달 손꼽아 기다려

7일 낮 12시40분 충남 보령시 대천항 관공선 전용부두. ‘충남501’라는 이름이 쓰인 선박이 “부~웅”하는 뱃고동 소리를 내며 서서히 바다로 미끄러져 나갔다. 이 배는 충남 도내 섬 지역을 돌며 주민의 건강을 지키는 유일한 병원선으로 이날 새해 첫 출항 길에 올랐다.

중앙일보

7일 안전운항기항제를 갖고 진료를 시작한 충남병원선(충남501호). 바다 위 종합병원으로 불리는 병원선은 29개 섬을 순회하며 주민들을 진료하게 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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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두를 빠져나간 배는 40분가량을 달려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초전마을 앞 해상에 멈췄다. 마을의 정박시설이 열악한 탓에 의료진은 충남501호에 딸린 작은 보트를 타고 선착장까지 이동했다. 이날 진료에는 내과와 치과·한방 등 3개 과 의사와 간호사 등 10여 명이 동행했다.

부두에서 내린 의료진은 주민들이 모여 있는 마을회관까지 300m가량을 걸어서 갔다. 며칠 전부터 마을에는 “병원선이 주민들을 진료하러 온답니다. 잊지 마시고 회관으로 오세요”라는 안내방송이 여러 차례 이뤄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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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안전운항기항제를 갖고 진료를 시작한 충남병원선(충남501호). 바다 위 종합병원으로 불리는 병원선 내부에 1월 순회진료 일정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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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50분쯤 진료가 시작됐다. 회관에서 기다리던 주민들은 일반 병원처럼 접수하고 혈압을 확인했다. 오랜 지병을 앓아온 주민들이라 자신의 증상에 대해 술술 설명했다. 몇 번 진료를 받았던 주민은 “오랜만유”라며 반갑게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접수를 마친 주민들은 자신의 증상에 맞는 과(科)의 의사에게 진료를 받았다. 고령의 노인이 많은 탓에 대부분 허리와 관절 통증을 호소했다. 몸이 불편해 육지로 나가기 어려운 탓에 수술을 받을 정도로 위중한 상태가 아니면 병원선 진료가 유일한 치료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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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안전운항기항제를 갖고 진료를 시작한 충남병원선(충남501호). 바다 위 종합병원으로 불리는 병원선은 29개 섬을 순회하며 주민들을 진료하게 된다. [사진 충남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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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병원선이 오면 가장 인기가 많은 부문은 한방치료다. 내과나 치과 치료를 받은 후 20~30분을 더 기다리는데도 주민 대부분 한방진료를 빠뜨리지 않았다. 정희정(46·여) 간호사는 “주민들이 침 맞는 것을 가장 선호한다”고 귀띔했다.

마을주민 정창애(82·여)씨는 “여기서(병원선에서) 침 맞고 많이 좋아졌는디…, 그래서 또 왔슈”라며 환하게 웃었다. 허리와 관절이 불편하다는 정씨는 공중보건의로 한의사인 안강우(28)씨에게 침을 맞은 뒤 “거봐유. 대번 좋아졌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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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조천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병원선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받고 있다. 이날 올해 첫 진료를 시작한 병원선은 29개 섬 지역을 돌며 주민을 진료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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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만에 찾아온 병원선을 기다린 주민 가운데는 치과 치료를 받으려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원산도에서 여객선을 타고 대천항을 거쳐 보령시내까지 다녀오려면 하루가 빠듯한 주민들이라 손꼽아 병원선을 기다렸다고 한다.

치과치료 특성상 대형장비가 필요해 주민 2명이 부두에서 보트를 타고 병원선까지 이동해 치료를 받았다. 공중보건의인 서한빈씨는 “한 달에 한 번 오는 병원선을 기다리는 주민들을 보면 성심을 다해 진료해야겠다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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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조천마을회관에서 한 주민이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올해 첫 진료를 시작한 병원선은 29개 섬 지역을 돌며 주민을 진료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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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 위 종합병원으로 불리는 충남병원선은 1979년 첫 운항을 시작해 올해로 40주년을 맞았다. 병원선 취항 전에는 6톤급이던 섬돌보기호가 1971년부터 8년간 섬 지역을 돌며 순회 진료활동을 했다.

2011년 19만6753명을 비롯해 지난해 20만733명 등 최근 8년간 연인원 172만5970명을 진료했다. 연인원으로 환산하면 매년 20만명가량을 진료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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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조천마을회관에서 주민들이 병원선에서 파견나온 의료진으로부터 진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올해 첫 진료를 시작한 병원선은 29개 섬 지역을 돌며 주민을 진료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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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병원선은 연간 6개 시·군 29개 섬(주민 3080명)을 돌며 의료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다. 진료 일수는 180일가량이다. 매달 정기적으로 섬을 순회하고 여건에 따라 인구가 많은 원산도와 삽시도·효자도 등은 2~4차례 방문하는 일정을 세웠다.

병원선에는 의사 3명과 간호사 3명, 의료기술 2명 등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내부에는 치과와 내과·한방진료실을 비롯해 임상병리실·약국 등의 시설이 갖춰졌다. 거동이 불편한 주민을 위해 방문 진료를 하고 기상 악화로 출항이 어려울 때는 섬에 있는 보건진료소와 원격으로 연결해 진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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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충남 보령시 오천면 원산도 조천마을 주민들이 병원선에서 치과치료를 받고 있다. 이날 올해 첫 진료를 시작한 병원선은 29개 섬 지역을 돌며 주민을 진료하게 된다. 신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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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조 충남지사는 “섬마을은 의료시설이 열악하기 때문에 주민들이 병원선의 방문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며 “섬 지역 주민들이 건강 지킴이로 역할을 톡톡히 해낼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원산도(보령)=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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