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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최저임금 결정 이원화, 명분은 공정성 확보 실제는 속도조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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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방식 31년만에 개혁]

고용 수준ㆍ기업 지불능력 등 결정기준에 사측 요구 대거 반영

최저임금 가파른 인상 제동걸 듯… “위원회 인적 개편” 시각도
한국일보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최저임금 결정구조 개편 초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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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노동부는 7일 최저임금 제도 개편안을 내놓으면서 공식적으로는 ‘속도 조절론’을 부인하며 합리성과 객관성, 공정성 등을 높이기 위한 목적임을 여러 번 강조했다. 그간 노ㆍ사 극한 대치 끝에 결국 정부가 사실상 공익위원을 통해 최저임금 인상률을 결정하는 왜곡된 방식을 31년 만에 개혁하는 순수한 취지라는 것이다. 그러나 발표 배경과 내용 등을 감안하면 진짜 목표는 속도 조절일 수밖에 없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최저임금 속도 조절을 위한 ‘제동 장치’는 개편안 여기저기서 나타난다. 우선 개편안은 최저임금 상ㆍ하한을 정할 때 고려하는 결정기준에 사용자 측 요구를 대거 반영했다. 기존 결정 기준은 ‘근로자의 생계비, 유사 근로자의 임금, 노동생산성 및 소득분배율 등’이었는데, 여기에 △고용 수준 △기업 지불능력 △경제성장률 포함 경제 상황 등의 변수를 더했다. 이런 변수들은 최저임금 심의 때 사용자 위원들이 주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낮추기 위해 제시하는 통계들로, 이를 법에 명시하면 반영 압력이 더 높아질 수밖에 없다. ‘사회보장급여 현황’이라는 변수도 새로 추가됐다.

최저임금 상ㆍ하한을 결정하는 구간설정위원회 선정 방식 또한 최저임금의 가파른 인상에 제동을 걸 가능성이 크다. 고용부는 △노ㆍ사ㆍ정이 각각 5명씩 추천한 뒤 노ㆍ사가 각각 상대편이 추천한 인물 중 기피인물 3명씩 총 6명을 순차 배제하는 방안(1안)과 △노ㆍ사ㆍ정이 각 3명씩 추천해 9명으로 구성하는 방안(2안) 두 가지를 제시했다. 1안처럼 순차 배제 방식을 쓸 경우 현재 비슷한 방식으로 위원을 선정하는 중앙노동위원회의 사례 등을 볼 때 노동계에 불리할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 노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노동 분야 전문가 풀(pool)이 적은 점을 감안하면, 순차 배제를 할 경우 숫자를 다루는 경제학 분야나 법학 분야 교수만 남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면 경제 여건 등이 보다 우선적으로 고려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일보

[저작권 한국일보]최저임금 기준ㆍ절차 개편안/ 강준구 기자/2019-01-07(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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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 몸인 최저임금위원회를 구간설정위원회와 결정위원회 두 개로 쪼개는 방식은 너무 낮거나, 너무 높은 인상률을 제어할 기능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최저임금 인상률이 2년 연속 두 자릿수를 기록해 ‘과속’ 논란을 빚었던 현 상황에서 브레이크 역할을 할 수밖에 없다. 이번 개편안이 최저임금 속도조절을 위한 현 위원회의‘인적 개편’을 내포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유선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은 “개편안이 실현되면 총 3년간 임기 중 지금까지 1년밖에 임기를 채우지 못한 공익위원들이 대거 물갈이 되는 효과가 있다”면서 “속도 조절 필요성에 공감하는 공익위원들을 위주로 진용이 새로 꾸려지지 않겠냐”고 예상했다.

류장수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지난해 5월 새로 위촉된 공익위원 8명(총 9명)은 대부분 진보ㆍ중도 성향으로 분류되는데 정부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재위촉을 받지 않는 이상 위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

하지만 합리성과 객관성 담보가 표면적 명분일지언정, 무의미한 것은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결정 기준을 좀 더 세분화 했고, 이원화를 통해 노ㆍ사 안이 극단적으로 벌어진 상황에서 논의를 시작하는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는 점을 부정할 수 없어서다.

권혁 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그간 최저임금 결정이 국민 신뢰를 잃은 것은 노사가 매년 파행과 갈등을 반복하며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이런 면에서 결정기준을 세부화 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고, 순차 배제 방식 등을 통해 중립성과 독립성을 좀 더 높일 수 있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재갑 고용부 장관 역시 이날 브리핑에서 관련 질의에 “공정성과 합리성을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지, 속도조절의 뜻은 없다”며 “최저임금은 어디까지나 최저임금위원회가 독립적으로 결정하는 것”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이성택 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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