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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편의점 주유소’ 진출 이마트24…주유소 업계 “생계 위협”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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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중 목포 주유소 2곳에 편의점 도입

주유소업계 "저가정책으로 자영업자 고사 우려"

이마트24 "석유 저가 전략 없다" 반박

편의점업계 "기존 주유소편의점과 차별화 의문"

이마트24 "접객서비스 추가해 서비스 고도화"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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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업계 4위인 이마트24가 이달 안에 주유서비스를 제공하는 ‘편의점 중심 주유소’를 선보이는 사실이 알려지자 주유소업계가 곧바로 “영세 자영주유소들의 생계기반을 붕괴시킬 수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편의점업계 경쟁과 주유소업계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업종을 넘나드는 유통업체의 확장 전략이 이종산업 간 충돌을 빚는 양상이다.

한국주유소협회(협회)는 지난 4일 “이마트24 진출은 주유소 시장을 교란시키고 생계형 주유소들을 고사시킬 수도 있을 것”이라는 내용의 입장을 냈다. 전날 이마트24가 전남 목포의 주유소 2곳을 임차해 이달 안에 ‘편의점 중심 주유소’를 개장하기로 한 사실이 알려진 지 하루 만이다. 편의점 업계는 꾸준히 생활용품 판매, 택배 및 새벽배송 등으로 사업을 다각화해 왔지만, 상대 업계에서 이에 정면 반발하는 입장을 내놓은 것은 이례적이다.

주유소업계는 가격 경쟁력 약화 가능성을 내다본다. 이마트24가 편의점으로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해 석유 제품을 낮은 가격에 제공하는 ‘미끼상품 전략’을 펼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업계가 사실상 포화상태인 데다가 매출이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대형 유통업체까지 가세할 경우 가격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게 이들 주장의 요체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인구와 석유 소비 수준에 비춰 적정 주유소 개수는 8900개 수준인데, 개점 점포는 1만2000여개에 달한다”며 “편의점 운영, 세차 서비스 등 부가 사업으로도 영업이익이 얼마 안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했다.

반면 이마트24 쪽은 “석유 저가 전략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마트24 관계자는 “7일 현재 반경 2~3㎞ 주유소 8곳과 비교해본 결과, 이마트24 주유소의 가격이 지역 평균을 웃돌 것으로 조사됐다”며 “향후 가맹점 창출까지 염두에 두고 안정적 수익구조를 도모해야 하는 이마트24 입장에서는 무조건적으로 저가 석유 전략을 취할 수 있는 형편도 아니다”고 했다. 기본적으로 석유는 이마트24가 제공하는 여러 제품과 서비스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이번 신경전은 대형마트가 공격적으로 점포를 늘리던 10년 전과 비슷한 양상이다. 2008년 이명박 정부가 고유가 대책으로 대형마트의 석유제품 유통시장 진출 길을 터준 뒤 이마트 등이 주유시설이 유치된 매장을 10개 확보했을 때도 주유소업계는 비슷한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최근 1인 가구 증가 등에 따라 편의점이 핵심 유통 채널로 떠오르면서, 이런 종류의 영역 갈등은 앞으로도 반복될 것으로 보인다.

양쪽 갈등과는 별개로 새로 등장하는 ‘편의점 중심 주유소’가 기존 ‘주유소 내 편의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도 관심이 모인다. 주유시설 규모가 워낙 큰 탓에, 편의점이 주유소에 ‘세 들어’ 사는 듯한 인상을 넘어서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마트24는 접객 서비스를 강화해 무인화 바람이 거센 기존 주유소와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입구 전면에 이마트24 판매대를 세우고, 물과 생수나 쌀 등 무거운 물건은 직접 직원이 차까지 옮겨주도록 할 방침이다.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주는 서비스를 선보이고, 매장 방문 전 물품을 주문한 뒤 주유 때 수령만 하는 ‘스마트픽업’ 도입도 고민하고 있다.

최근 업계 자율규약 시행으로 신규 편의점 출점이 제한된 이마트24로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소개해 선발 주자와 격차를 줄이려는 것으로 보인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는 “온라인 구매 이전 현상이 심해지는 가운데, 편의점이나 주유소는 소비자가 직접 발품을 파는 몇 안 되는 오프라인 매장이다. 아예 새로운 사업을 벌이기보단 플랫폼간 시너지를 극대화하는 전략으로 보인다”고 했다. 다만 그는 “기존 주유소편의점 등이 눈에 띄는 성과를 보여주지 못했고, 국내 소비 특성상 주유소 회전율이 빠른 점 등을 고려할 때 편의점주유소에 소비자의 발길을 얼마나 묶어둘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현소은 기자 so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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