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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6 (토)

이슈 최저임금 인상과 갈등

CJ·신세계, 빕스·올반 고객 줄어 문 닫으며 '최저임금' 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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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톡톡]

외식업계에 찬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뿐만 아니라 한동안 붐이 일었던 한식 뷔페 역시 인기가 시들해 졌기 때문인데요.

CJ(001040)푸드빌이 운영하는 한식 뷔페 ‘계절밥상’은 작년 말 매장 11곳의 영업을 종료했습니다. 작년 상반기까지 40여개였던 매장은 29개로 줄었습니다. 패밀리 레스토랑 ‘빕스(VIPS)’는 지난해 14개 매장이 폐점했습니다. 신세계푸드(031440)의 한식 뷔페 ‘올반’도 작년 3곳이 문을 닫았습니다. 이랜드파크가 운영하는 패밀리 레스토랑 ‘애슐리’는 2016년 141곳에서 지난해 말 110곳으로 매장이 줄었습니다.

조선비즈

조선DB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지 못해 매장을 줄이기로 했다"고 합니다. 정말 그럴까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늘어 매장 운영이 어려워진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한식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은 이미 몇 년 전부터 손님이 줄어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습니다. 메뉴나 서비스를 혁신하지 않고, 급변하는 소비자 트렌드를 쫓아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2015~2016년 전성기를 누렸던 한식 뷔페가 대표적입니다. 당시 한식 뷔페는 매장마다 줄을 서서 들어가야 할 정도로 호황이었습니다. 이에 CJ·이랜드·신세계 등 대기업이 시장에 가세했지만, 3년여 만에 레드오션으로 전락했습니다.

한식 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이 위기를 겪는 이유는 복합적입니다. 우선 변하는 소비자 입맛과 취향에 발빠르게 대응하지 못했다는 문제가 가장 큽니다. 2013년까지만 해도 한식 뷔페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컨셉이었습니다. 소비자들은 색다른 형태의 식당을 경험해보기 위해 한식 뷔페를 찾았던 것이죠.

그러나 한식 뷔페마다 수년째 메뉴 차별화를 못하자, 소비자들이 외면하기 시작했습니다. 한 외식업계 관계자는 "한식 뷔페는 5년 가까이 메뉴에 변화를 주지 않아 위기를 자초했다"고 말했습니다.

식생활외 외식 트렌드도 변했습니다. 가정간편식(HMR)과 배달음식의 성장도 한식뷔페의 발목을 잡았습니다. 1인 가정 증가로 혼밥족이 늘면서 가족 단위로 찾는 패밀리 레스토랑도 위기를 맞았습니다.

오늘날 소비자들은 가격과 품질이 애매한 식당을 찾지 않습니다. 비싸더라도 음식이 맛있거나, 음식 외 다른 심리적 만족감을 얻을 수 있는 곳을 선호합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중시한 ‘가성비’에서 ‘가격 대비 마음의 만족’을 중시하는 ‘가심비’의 시대로 변하는 추세입니다.

외식업 불황에도 인당 7만~8만원을 웃도는 고급 호텔 뷔페는 주말마다 만석이고, 음식이 맛있기로 입소문이 난 골목길 허름한 ‘맛집’에 손님이 몰리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한식뷔페와 패밀리 레스토랑의 부진은 경영 실패와 포화된 시장이 빚어낸 결과로 분석됩니다. 이러고도 업계는 최저임금 인상 탓만 할 수 있을까요. 소비자들은 대기업 브랜드를 믿고 더 비싼 음식값을 지불합니다. 그만큼 고품질의 서비스를 받길 원하죠.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려면 직원에 대한 처우도 달라야 할 겁니다.

그런데도 골목상권에 침입한 대기업이 자신들의 실패를 정부 탓으로 돌리는 것은 아이러니합니다. 정부 한 관계자는 "자본력을 가진 대기업이 외식업에 엄청난 투자를 하고도 고객의 외면을 받는 것은 경영실패로 봐야지 최저임금 인상과는 별개"라며 "대기업이 자영업자 코스프레를 하는 꼴"이라고 했습니다.

이재은 기자(jaeeunle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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