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정상 불확실성 오히려 가중돼
매티스는 “동맹 중시” 마지막 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P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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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 주둔 미군 철군에 대해 31일(현지시간) “천천히 돌려보내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터진 갑작스런 전면 철수 결정으로 미 정치권과 동맹국으로부터 뭇매를 맞았던 트럼프 대통령이 속도조절을 언급하면서 실제 완전 철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의 독불장군식 의사결정에 반발해 사퇴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고별 서한에서 “동맹을 중시해야 한다”고 마지막까지 쓴소리를 날렸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트위터에 글을 올려 “우리는 군대를 가족이 있는 집으로 천천히 돌려보내고 있다”며 “동시에 이슬람국가(IS) 잔당들과도 싸우면서”라고 강조했다. 친 트럼프 성향으로 분류되는 린지 그레이엄 공화당 상원의원이 전날 대통령과의 회동 후 취재진에게 “시리아에서 모든 미군을 즉각 철수시키는 계획을 늦추는 것에 대통령이 동의했다”고 전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앞서 23일 트럼프 대통령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 전화통화 직후 트위터에 시리아 철군에 대해 글을 올려 “천천히, 고도의 조율을 거쳐 이뤄질 것”이라고 한발 물러선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IS 격퇴 여부에 대해서도 “IS는 대부분 가버렸다”고 강조했다. 지난달 “우리는 시리아에서 IS를 격퇴했다”고 단언한 것에 비하면 톤을 많이 낮췄다. AFP통신은 “트럼프는 즉각 철군이라는 충격적인 계획에서 한발 물러선 것처럼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워싱턴포스트는 “시리아 철군을 천천히 진행하겠지만 일정상 불확실성은 오히려 가중됐다”고 전했다. 앞서 28일 미 국방부는 “시리아에서의 연합작전에 대한 미국의 다음 단계는 신중하고 세심하게 짜인 아주 조심스러운 병력의 철수”라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
이처럼 상황을 저울질하며 교묘하게 말을 바꾸는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자리를 박차고 나온 매티스 장관은 끝까지 신념을 고수하며 할말을 다했다. CNN 등에 따르면 그는 국방부 직원에게 보낸 편지에서 “1865년 2월1일 링컨 대통령은 율리시스 S. 그랜트 장군에게 한 문장의 전보를 보냈다”며 “이는 현재 벌어지는 일들이 당신의 군사 행동이나 계획을 바꾸거나 방해하거나 늦추지 않게 하라는 내용”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여러분 각자가 우리의 생활방식을 보호하면서, 헌법을 지지하고 수호하겠다고 맹세한 임무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국가에 대한 믿음을 지키고 적들에 맞서 동맹국들과 굳건한 관계를 유지해달라”고 당부했다.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을 직접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군 본연의 임무를 도외시한 통수권자의 돌발 결정에 맞선 항의 메시지로 풀이된다. 매티스 장관은 시리아 철군 발표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동맹국에 존중을 보여주지 않고서는 우리의 이익을 보호하거나 그런 역할을 수행할 수 없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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