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돌아보는 2018년 영화계/‘미투’로 영화계 성폭력 실체 드러나/‘PD수첩’, ‘거장’ 김기덕 감독 만행 고발/
제자들 성추행 혐의 조민기 세상 등져/‘여성 주연 영화는 망한다’ 속설 안통해/‘리틀 포레스트’ 등 여성 감독 작품 호평
# 미투
할리우드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올 초 한국 영화계를 흔들었다. 김기덕 감독과 조근현 감독, 배우 조재현, 조민기, 오달수, 최일화, 한재영 등이 성폭력 가해자로 지목됐다.
특히 세계 3대 영화제를 모두 석권한 ‘거장’ 김기덕 감독은 MBC ‘PD수첩’에서 다수의 여성이 그의 만행을 폭로하면서 민낯이 드러났다. 그의 페르소나로 불리던 조재현 역시 피해자들의 폭로에 사과하고 활동을 중단했다. 조민기는 자신이 가르치던 학생들을 상습 성추행했다는 폭로가 이어지자 경찰 조사 직전 세상을 등졌다. ‘1000만 요정’ 오달수는 연극배우 시절 성추행 주장이 제기되면서 한국 영화팬들에게 충격을 안겼다. 성추행 혐의로 기소된 조덕제는 4년에 걸친 법정 공방 끝에 유죄가 확정됐다.
영화계 성폭력 실체가 수면 위로 드러나자 여성영화인모임은 3월 1일 ‘한국영화성평등센터 든든’을 개소하고 성폭력 상담, 신고, 법률지원, 예방교육 등 활동에 나섰다.
미쓰백 |
# 여풍당당
‘여성 주연 영화는 망한다’는 영화계 속설은 올해 통하지 않았다. ‘미투’ 열풍에 여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여성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나 여성주의적 시각을 견지한 영화들에 대한 관객들의 지지가 이어졌다.
임순례 감독의 ‘리틀 포레스트’, 방수인 감독의 ‘덕구’, 이언희 감독의 ‘탐정:리턴즈’, 이지원 감독의 ‘미쓰백’을 비롯해 독립영화 ‘소공녀’ ‘수성못’ ‘어른도감’ 등 여성 감독들의 다양한 시각과 섬세한 연출력이 호평을 받았다.
‘미쓰백’에서 거친 이미지에 상처받은 내면을 담아낸 배우 한지민은 여성영화인상,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 등 5관왕을 차지했다. 신인 김다미의 액션이 돋보였던 ‘마녀’, 김혜수의 당당한 매력이 극대화한 ‘국가부도의 날’, 위안부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다룬 ‘허스토리’ 등 여성 주연 영화들도 마니아층을 양산하며 많은 지지를 받았다.
신과 함께: 인과 연 |
# 두 편의 1000만 영화
8월 개봉한 ‘신과 함께: 인과 연’은 지난해 ‘신과 함께: 죄와 벌’에 이어 또다시 1000만 관객을 넘기며 ‘쌍천만’이라는 한국 영화 최초의 기록을 달성했다. 또 대만과 홍콩 등 해외 시장에서도 박스오피스 1위를 기록했다. 참신한 스토리와 질적으로 성장한 특수 효과, 보편적인 주제가 잘 어우러진 것으로 평가받는 ‘신과 함께’는 한국형 프랜차이즈 영화의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
‘어벤져스’ 3번째 시리즈인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창립 10주년을 맞은 마블 스튜디오의 19번째 작품이다. 147분이라는 러닝타임의 압박과 23명이라는 히어로 등장이 예고돼 우려를 낳았지만, 영화의 공간을 효과적으로 나눠 끝까지 긴장감을 잘 유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비수기인 4월에 개봉해 1100만 관객을 동원하는 성과를 이뤘다.
보헤미안 랩소디 |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과 외화 강세
영국 록의 전설 퀸과 리더 프레디 머큐리의 음악 인생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는 개봉 48일 만에 800만 관객을 돌파했다. 관객들의 호평에 힘입어 N차관람 열풍이 불었고, 몇 차례 역주행을 이뤄내며 역대 음악영화 대표 흥행작인 ‘라라랜드’(259만명), ‘비긴 어게인’(342만명)의 기록을 훌쩍 넘겼다. 연말까지 퀸 열기가 후끈하게 이어지면서 900만 관객 돌파도 무난할 전망이다.
외화 활약도 두드러진 한 해였다. ‘쥬라기 월드: 폴른 킹덤’ 466만명, ‘앤트맨과 와스프’ 544만명, ‘블랙 팬서’ 539만명 관객 동원으로 흥행 톱10에 들었다.
완벽한 타인 |
# 한국영화 ‘대작’의 실패와 의외의 성공
올해는 관객들의 기대가 컸던 한국영화 대작들이 줄줄이 흥행에 실패했다. ‘부산행’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은 99만명을 동원하는 데 그쳤고, 정유정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7년의 밤’은 배우들의 호연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고작 53만명에 그쳤다. 흥행감독인 김지운 감독도 강동원, 정우성, 한효주 주연의 ‘인랑’(90만명)을 내놨다가 혹평을 받고 참패했다.
추석 영화 대전에서도 승자가 없었다. ‘물괴’ ‘명당’ ‘협상’ 등이 손익분기점을 넘기지 못했고, 조인성 주연의 ‘안시성’은 관객 수 540만명을 넘기며 겨우 체면을 차렸다.
반면 비수기에 개봉한 중저예산 영화들의 깜짝 성공은 두드러졌다. ‘완벽한 타인’은 경쟁작이 없던 10월 말 개봉해 528만명 동원했고, 체험형 공포를 내세운 ‘곤지암’은 267만명, ‘너의 결혼식’과 ‘지금 만나러 갑니다’는 각각 282만명, 260만명을 동원해 꺼져가던 한국 멜로영화의 불씨를 살렸다.
버닝 |
#버닝
이창동 감독의 신작 ‘버닝’은 올해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유일하게 제71회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평단과 언론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본상 수상에는 실패했다. 하지만 LA영화비평가협회와 토론토영화비평가협회로부터 최우수 외국어영화상을 수상했으며, 미국 방송영화비평가협회가 선정하는 2019 크리틱스 초이스 어워즈 외국어영화상 후보에 올랐다. 이어 최근에는 한국영화 최초로 아카데미 외국어영화상 예비후보가 됐다는 소식을 전했다. 최종 후보는 내년 1월 22일에 발표된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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