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1 (월)

[강릉 펜션 사고]“수능 스트레스 풀고 오겠다 했는데…하늘이 무너진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병원 측 “부상자 7명 이송 때 의식 혼미…고압산소치료”

“사망 가능성 낮지만 환자 상태 따라 호전 여부 지켜봐야”

생존 학생 가족 “아들 잃은 부모들 가슴 얼마나 찢어질지”



경향신문

피해 학생 보호자 위로하는 장관과 교육감 유은혜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가운데)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이 18일 강릉아산병원 응급의료센터에서 대성고 피해 학생 보호자를 위로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강원 강릉의 한 펜션에서 의식을 잃은 채 발견돼 병원에 실려온 7명의 대성고 학생들은 18일 고압산소치료 등을 하며 회복 중이다. 병원 측은 “미약하나마 자가호흡 중이고 경미하지만 호전하고 있다”고 밝혔다. 뒤늦게 소식을 듣고 병원을 찾은 피해 학생 가족들은 오열했다.

강희동 강릉아산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장은 이날 오후 브리핑을 열고 “5명이 응급실에 왔을 때 입에 거품을 물고 의식이 꽤 안 좋은 상태였다”며 “사망자가 있는 것을 보면 집중적으로 가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강 센터장은 치료 상황도 전했다. 그는 “환자 의식이 많이 떨어져 현재 대기압 상태에서 100% 산소 공급 치료를 하고 있다”고 했다. 강 센터장은 “이 치료를 마치면 보다 높은 압력에서 산소를 공급하는 고압산소실로 옮겨 치료한다”고 했다. 그는 “처음 병원에 도착할 때보다는 환자 상태가 경미하게 나아져 의식이 호전될 가능성이 있지만 단언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그는 “학생 중 한 명이 체임버(치료실)에서 자신의 이름을 얘기했을 정도로 나아졌다”면서 “(다른 학생들도) 사망할 확률은 없어 보이는데, 어디까지 호전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상 학생 7명 중 5명은 강릉아산병원에서, 나머지 2명은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에서 고압산소치료를 받고 있다. 고압산소치료는 치료실에서 압력을 2기압 이상 높이면서 조직에 투여되는 산소 공급을 극대화하는 것이라고 의료진은 설명했다. 환자의 체내 일산화탄소 농도는 25~45%다. 정상 수치는 3% 미만이고, 흡연 시엔 5% 정도다. 부상 학생들은 흡연 때보다도 5~9배가량 높은 수치라고 의료진은 전했다. 사고 직후 펜션 내부에서 측정된 일산화탄소 농도는 155ppm으로, 정상 수치의 8배 수준이었다.

유족들은 눈이 부은 채 사망 학생들이 안치된 고려병원 영안실에 도착했다. 한 학생 어머니는 병원에 들어오며 “(우리 아이가) 아닐 수도 있잖아요”라며 말했다가 영안실에서 시신을 확인한 뒤 오열했다.

이날 오후 8시40분쯤 고려병원 영안실에 도착한 안모군의 어머니는 “말도 안되잖아요. 나 어떡해”라고 외치며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이후 영안실에서 아들의 시신을 확인한 그는 오열하다 거의 실신 상태로 유가족 대기실로 이동했다. 안군의 친척들은 “담배도 안 피우고 술도 안 마시는 착한 아이였다. 믿기지가 않는다”며 “엄마는 하나뿐인 아들에게 모든 걸 다 의지하며 살아왔는데 정말 큰일”이라고 눈시울을 붉혔다.

아산병원 보호자 대기실도 침통한 분위기였다. 부상 학생 부모들은 대기실에서 바닥만 쳐다보거나 휴대폰을 만지며 말을 잇지 못했다. 한 어머니는 친척과 통화하며 “기도해주세요”라며 흐느꼈다. 고압산소치료를 끝낸 부상 학생을 면회한 한 부모는 응급의료센터를 나오며 울음을 터뜨렸다.

부상 학생 아버지인 도안구씨(47)는 취재진과 만나 “수능이 끝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마음 맞는 애들끼리 바람 쐬고 오겠다면서 2박3일 일정으로 갔는데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은 일이 벌어졌다”며 괴로워했다.

도씨는 “(사망 학생들의) 부모님들은 마음이 찢어지고 어떤 말로도 표현하기 쉽지 않을 것이다. (부상에서) 깨어난 애들도 충격일 거다. 자고 일어났다가 갑자기 친구 3명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얘기를 받아들여야 하니까…. 걔들이 걱정”이라고 했다.

<허진무 기자·최승현 기자 imagine@kyunghyang.com>

최신 뉴스두고 두고 읽는 뉴스인기 무료만화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