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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청년들 왜 공공기관을 원하나](상)“공공부문 큰 장점은 안정성…시험보다 실무 더 평가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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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 채용 둘러싼 이야기

오후 6시 직원 절반이 나가 놀라…육아로 ‘탄력근로제’ 1시 퇴근도

처우 낮춰서 일자리 늘리기 필요, 다만 삶의 질이 보장되지 않을 듯

경향신문

20~34세 청년들이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한 빌딩에서 공공기관 채용을 둘러싼 여러 이슈들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원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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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직장’으로 불리는 공공기관은 전국에 338개 있다. 시장형 공기업·준시장형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그리고 준공공기관을 모두 합친 수치다. 공공기관에는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31만2320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들의 평균 연봉은 6706만7000원이다. 월급으로 따지면 세전 559만원으로 대기업 부럽지 않은 액수다.

올 한 해 한국 사회를 달군 이슈 중 하나는 공공기관 채용의 불공정성이었다. 일부 공공기관에서는 경찰 수사를 통해 채용비리가 드러났고, 문재인 정부의 주요 정책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본격적으로 추진되면서 기존 정규직들의 거센 반발이 있었다.

경향신문과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는 지난 15일 서울 중구의 청년자치정부 추진위원회 사무실에서 공공기관 직원, 공공기관 취업 준비생, 공공기관 계약직 직원 등 20~34세 청년 7명을 만났다. 이들에게 공공기관 채용을 둘러싼 각종 이슈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참석자들의 이름은 가명이다.

- 국가직무능력표준(NCS)처럼 시험 중심의 공공기관 채용 방식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오름 =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시험이야말로 주관성이 배제된 객관성이 높은 방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취업할 때도 시험을 통한 선발이 공정하다고 생각한다.

태양 = 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직업학교에서 1년간 교육을 받고 사기업에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에서 직업학교에서 배운 기술을 써먹을 수 없어 다시 이직했다. 현재는 공공기관 하청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내가 하는 일은 특성상 시험보다 실무에 익숙해야 안전사고 없이 잘할 수 있기 때문에, 시험보다 실무 쪽을 더 평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바다 = 공정성을 한 차원으로 보느냐 여러 차원으로 보느냐의 차이인 것 같다.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이 실무에서 더 높은 역량을 발휘하면 더 좋은 자리로 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시험으로 실무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못 들어오게 막는 것은 불공정하다. 어느 정도의 비율로 나눌 것인가가 중요하다.

반달 = 기본적인 능력을 평가한다는 측면에서 시험이 필요하다고 본다. 업무는 어차피 들어가서 배우게 되는 거고, 기본적인 능력 함양을 보기 위해서는 시험을 봐야 한다고 본다.

- 공공기관 일자리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낙엽 = 공공기관은 워라밸이 보장되는 곳이었다. 공공기관 계약직으로 일하면서 놀랐던 게, 퇴근하기 10분 전부터 종을 쳤다. 딱 여섯 시에 반 이상이 나간다. 안정성도 좋다. 제 옆에 계신 분은 연차가 높은 분은 아닌데 오후 1시에 퇴근을 했다. 육아 때문에 탄력근로제를 하는 건데 당연시되는 분위기였다.

오름 = 저는 학점이 너무 안 좋아서 블라인드 채용이 아니면 갈 수 있는 곳이 없다. 그래서 공공부문을 가려고 한다.

바다 = 공공부문의 큰 장점은 안정성이다. 저는 워라밸이 잘 보장되지 않는 직무에 있지만 그래도 패기 있게 정시 퇴근할 수는 있다. 해고 위험도 없다. 다만 막상 들어오니 안정감 외에 일을 통한 만족감은 없다. 연고도 없는 곳에 당장 발령이 나면 가야 한다. 조직문화가 보수적이고 계급적이다. 직무가 단조로운 경우도 많다.

태양 = 저는 아직 경험을 해보지 못했는데, 만약 정규직이 되어 원청 공기업에 들어갔을 때 차별이 있지 않을까 두려움이 있다. 우리에게 하청을 주는 공기업과 비교하면 확실히 우리는 업무가 많다. 그런데 공기업 쪽 사람들은 가끔 사고 났을 때 와서 현장만 둘러보고 가고, 관리자로 일하면서 비교적 편하게 일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 공공기관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 대한 생각은 어떤가.

태양 = 제가 다니는 회사가 공공기관에 편입될 수도 있다고 한다. 그런데 기존 정규직들의 엄청난 반대가 있다고 들었다. 그 사람들은 비정규직인 나 같은 사람들을 보고 시험도 보지 않았으니, 정규직화하더라도 자신들과 차등을 둬야 한다는 얘기를 했다. 한편으로 비정규직에서 정규직으로 되면 미안하기도 할 거 같고, 같이 일하게 되었을 때 무시당하지 않을까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천둥 = 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는 필요하다고 본다. 다만 정규직화 과정에서 불공정한 개입이 문제다. 친구를 보니 인턴 20명 중 한 명만 정규직이 됐다. 애초에 선발에 관한 약속을 확실히 해주면 좋겠는데 알려주지도 않았다. 원래 티오(TO)는 한 명이었다고 들었다.

바다 = 계약직이 아무런 연고도 없이 잘했고, 회사생활을 잘했다면 정규직 전환을 해줘야 하는 게 맞다. 그런데 아는 사람을 통해 비정규직으로 들어와 일도 못하고, 회사생활에 적응도 못하는데 정부 정책상 정규직으로 전환해줘야 한다면 문제다. 막상 회사에 들어가 보니 제도가 아니라 사람을 두고 보니까 고민이 됐다.

낙엽 = 비정규직의 정규직화에서는 실제 업무가 어떤지 이런 것들을 판단하고 전환해야 한다고 본다. 일괄적으로 정규직화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오름 = 국가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이 이해가 간다. 비정규직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 공공부문에서라도 비정규직을 줄이려는 것이니까 말이다. 다만 고용형태가 변하려면 그만큼의 과정이 있거나 혹은 시험과 같은 대가는 치러야 한다고 본다.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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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대안으로 경력채용이나 정규직 전환형 인턴을 늘리는 방식 등이 거론되고 있다.

천둥 = 인턴을 길게 하게 되고 확실한 티오도 있다면 정규직 전환 인턴제도 괜찮은 것 같다.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도 합당한 과정과 절차를 거친다면 동의한다.

바다 = 한방에 끝내고 싶은데, 인턴으로 일하다 정규직이 되는 것은 너무 지난하다. 우리는 취업 이전 학창시절에 이미 경쟁에 시달려 한방에 끝내고 싶은 마음이 있다. 공공부문의 정규직이라 해도 한방에 삶이 나아지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시험은 그래도 다 같이 제로베이스에서 시작했고 다 같이 딱 끝나고, 다 같이 고통스럽고 그러니까 다시 할 수 있을 것 같다. 작은 경험이 축적되어서 더 좋은 자리로 가는 것을 인정하는 문화가 없는 것 같다. 인턴까지 하면 내 삶에 안정이 없어진다.

반달 = 저도 작은 거 여러 개를 하려면 그만큼 할 것도 많아진다. 여러 시험을 준비하기에는 리스크가 커질 것 같다. 오히려 큰 거 한방이 더 나은 것 같다.

태양 = 저는 한방보다는 차근차근 천천히 가는 게 나은 것 같다. 저는 한방에 안된다는 걸 스스로 알고 있다.

- 비정규직은 자격이 없기 때문에 정규직이 되면 안된다고 하지만, 한편으로 정규직인 사람들이 자격이 없으면 비정규직으로 내려와야 한다고 보는지도 궁금하다. 혹은 40~50대 직원 중에서 능력 없는 사람을 해고하고 청년세대를 뽑는다고 하면 어떤가.

낙엽 = 교사를 예로 들면 교육과정이 바뀌면 선생님들이 이걸 반영해서 가르쳐야 한다. 교사를 투표나 평가를 해서 해고하지는 않는다. 추가 교육을 보내는 정도다. 직업의 안정성을 흔드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

바다 = 50대가 잘린다는 것은 지금 청년세대의 부모세대를 자르는 것인데, 그것은 세대갈등이 커질 것으로 본다. 동일직무에 대한 동일보수가 원칙인데, 공기업은 그런 게 없다. 연차가 차고 밑에 직원이 들어오면 그 직원에게 일을 몰아준다.

태양 = 제가 다니는 회사에는 하청주의 경우 공기업에서 퇴직하고 오신 50·60대분들이 많다. 불편한 건 그분들이 도와달라고 해서 한 번 일을 도우면, 어느 순간부터 그 일이 제 일이 되어 있다는 점이다. 그분은 그러고는 쉬고 계시고….

- 공공기관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이 많은 상황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처우를 낮추고 수를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어떻게 보나.

반달 = 대기업 하청업체에서 일한 적이 있는데 52시간 근무를 적용하니까 근무시간이 조정되면서 업무공백이 생기고, 업무 질이 낮아지는 상황이 발생했다. 공기업에서 일종의 잡셰어링을 하면 공공 서비스의 질이 낮아지지 않을까 싶다.

■ 서울시 청년자치정부

내년 3월 출범하는 서울시 청년자치기구로 청년청, 서울청년의회로 구성된다. 청년청은 공무원 30명으로 구성되며 청년정책 관련 예산을 편성하고 집행하는 기능을 맡는다. 청년 500명으로 구성되는 서울청년의회는 관련 정책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는다.


김원진·박은하 기자 one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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