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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이렇게]포용국가, 위기청소년부터 끌어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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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겨울, 한 동네 골목에서 붕어빵을 파는 이는 군대를 갓 제대한 22살 청년이었다. 사람 좋고 정 많은 이 청년 덕분에 삭막한 동네는 온정이 넘치게 됐다. 폐지 줍는 할머니에게 몸 좀 녹이고 가시라며 붕어빵을 건넸고, 장사를 끝내고 남은 붕어빵은 인근 파출소와 청소년 자립생활관에 갖다주었다. 그는 10대 시절 잠깐의 방황으로 소년원에 갔지만 고졸 검정고시에 합격하고 한식조리사 자격증도 취득하는 등 제2의 인생을 시작하고자 했다. 지금 그는 푸드트럭을 장만하겠다는 꿈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살고 있다.

가정법원 법정에 한 소녀가 섰다. 어린 시절 어머니를 잃고, 할머니와 화물트럭 기사인 아버지가 소녀를 양육했지만 방황하던 소녀는 가출을 했다. 결국 소녀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 성매매를 하다가 법정에 선 것이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냐는 판사의 질문에 그는 “제게 반성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꿈은 제과제빵과 바리스타 자격증을 따서 아담한 카페를 여는 겁니다. 돈을 많이 벌기보단 사람들에게 안식처를 만들어주고 싶습니다.” 판사는 소녀에게 보호관찰 처분을 내려 새 출발의 기회를 줬다.

경기도의 한 도시에는 오래된 공터가 하나 있다. 법무부 소유로 위기청소년의 사회 정착을 지원하는 ‘청소년창업비전센터’가 들어설 예정이었다. 하지만 ‘아파트값과 자녀 교육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다’는 지역주민의 반대로 사업이 무산될 위기에 처해 있다. 아이들이 뒷골목과 유흥가를 배회하면 비행의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인성교육과 직업훈련교육을 받을 기회를 준다면 건전한 청소년으로 거듭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위기청소년들이 제2의 인생을 시작할 수 있도록 기회를 줘야 한다.

최원훈 | 법무부 보호직 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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