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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사법권 남용’ 부장판사 2명 정직 6개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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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법관징계위 13명 중 8명 징계 결정 / 방창현 부장판사 정직 3개월 / ‘품위손상’ 4명 감봉·1명 견책 /“안타깝다” “사필귀정” 반응 갈려 /“상당한 불명예… 사직서 낼 수도”

세계일보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권 남용’ 사태에 연루돼 징계가 청구된 현직 판사 13명 중 8명이 징계를 받게 됐다. 이 중 3명은 징계 수위가 가장 높은 정직에 처해진다. 정치권에서 논의 중인 탄핵 대상에도 오를 공산이 큰 것으로 점쳐진다.

18일 대법원에 따르면 전날 법관징계위원회는 이들에 대한 징계 심의를 끝내고 징계 수의를 논의한 끝에 이같이 의결했다.

징계위는 이규진 서울고법 부장판사와 이민걸 서울고법 부장판사에게 가장 무거운 정직 6개월 처분을 내렸다. 방창현 대전지법 부장판사는 정직 3개월이 결정됐다. 현행 법관징계법상 법관에 대한 징계는 정직과 감봉, 견책 세 가지인데 정직은 1개월 이상 1년 이하의 기간 동안 직무집행을 정지하고 그 기간 동안 보수를 지급하지 않는다.

이규진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과 관련한 소송에서 재판부 심증을 파악하거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 넘기는 방안을 검토하고, 헌법재판소의 주요 사건 심리의 경과를 보고받는 등 품위를 손상했다는 점이 징계 사유로 인정됐다. 이민걸 부장판사는 유동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공직선거법 위반 진행 문건 작성을 지시하는 한편, 법원행정처 심의관들이 문건을 작성해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에게 보고하는 것을 묵인해 품위를 손상하고 직무상 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 징계 사유가 됐다.

방창현 부장판사는 통합진보당 비례대표 지방의원의 행정소송 과정에서 심증을 노출하고 선고 연기 요청을 수락해 직무상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판단됐다.

징계위는 또 양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에서 심의관으로 근무하며 각종 문건을 작성한 박상언 창원지법 부장판사와 정다주 울산지법 부장판사에게 감봉 5개월씩을 결정했다. 김민수 창원지법 마산지원 부장판사와 시진국 창원지법 통영지원 부장판사는 각각 감봉 4개월, 감봉 3개월이 결정됐다. 이들 모두 품위 손상이란 공통된 사유가 적용됐다.

통합진보당 국회의원 행정사건의 전원합의체 회부를 검토하는 데 관여한 문성호 서울남부지법 판사는 징계 수위가 가장 낮은 견책 처분이 결정됐다.

징계위는 김명수 대법원장이 회장을 지낸 국제인권법연구회 대응 방안 수립에 관여한 김모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노모 서울고법 판사에 대해서는 징계 사유를 인정하면서도 징계 처분을 하지 않기로 했다. 법관징계법에는 징계 사유가 있으나 징계 처분을 하지 않는 게 타당하다고 인정되면 이같이 ‘불문’ 결정을 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국제인권법연구회 압박 방안에 관여하거나 지방법원 단독판사회의와 관련해 품위를 손상했다는 이유로 징계위에 넘겨진 나머지 3명의 판사는 무혐의 처분이 결정됐다.

징계위의 이번 의결은 김 대법원장이 올해 6월15일 특별조사단 조사 결과를 기초로 징계를 청구한 지 6개월여 만이다. 징계위는 지난 7월20일 첫 회의를 시작으로 지난 17일까지 총 4차례 회의를 가졌다.

판사들 사이에서는 “사필귀정”이라라는 반응도 있었으나 대체로 “안타깝다”는 목소리가 많았다. 재경지법의 한 판사는 “정직까지만 가능한 법관 징계 기준을 감안하면 솜방망이 징계는 아니다”면서 “상당히 불명예라고 생각해 사직서를 내는 경우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아는데 탄핵 절차까지는 가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징계가 결정된 판사 8명에 대해서는 결정서 송달, 김 대법원장의 처분과 집행, 관보 게재 등 절차를 거치면 징계가 최종 확정된다.

박진영 기자 jy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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