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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中 자전거 공유업체 '오포' 몰락…900만명 보증금 반환 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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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경쟁 속 자금난 시달리다 존립 위태

연합뉴스

베이징에서 길가에 버려진 오포 자전거 [EPA=연합뉴스 자료사진]



(베이징=연합뉴스) 김윤구 특파원 = 중국 공유 경제의 대표 가운데 하나였던 자전거 공유 1위 업체 '오포'(ofo)가 문을 닫을 위기다.

신랑과기(新浪科技)는 오포의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기다리는 사람들이 18일 오후 2시 현재 900만명에 이르렀다고 보도했다.

보증금 99위안으로 계산하면 오포가 고객에게 반환해야 할 돈은 8억9천만위안(약 1천500억원)에 이른다. 일부 이용자는 199위안의 보증금을 냈다.

최근 고객들이 오포 앱에서 보증금 반환을 신청하기가 어렵거나 신청을 해도 몇주가 지나도록 돈을 돌려받지 못하자 베이징 중관촌에 있는 오포 본사까지 찾아가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몇 시간씩 줄을 서는 일이 며칠째 이어지기도 했다.

오포는 이날부터 고객이 앱에서 신청하는 순서에 따라 보증금 반환을 처리하겠다는 방침을 새로 발표했다.

대규모 환불 신청은 자금난에 빠진 오포에 설상가상이다.

오포는 자전거 제조업체 상하이펑황 등 협력업체들로부터 대금 미지급 등의 이유로 모두 9건의 소송을 당했다.

오포는 앱 이용자가 지난 5월 기준 2천800만명으로 2천100만명에 가까운 모바이크보다 앞선 공유 자전거 1위 업체다.

2015년 6월에 서비스를 시작해 250개 넘는 도시로 확장했으며 20개 국가에 진출했었다.

몇달 전만 해도 도시의 거리에서 오포의 노란 자전거를 타고 가는 사람들이 자주 눈에 띄었지만, 지금은 보기가 어려워졌다.

지난해 대대적으로 해외에 진출했었지만, 인도, 호주, 일본, 이스라엘, 한국, 독일, 스페인 등지에서 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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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베이징의 오포 본사에 보증금을 돌려받으려고 찾아온 소비자들이 길게 줄서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주웨이(朱巍) 중국정법대학 미디어법연구센터 부주임은 인터넷 매체 펑파이에 오포가 몰락한 가장 큰 원인으로 추가 투자 유치에 실패한 것을 꼽았다.

주 부주임에 따르면 오포가 대표하는 공유 자전거를 포함한 공유 경제가 막 출현했을 때는 투자금이 폭발적으로 몰려들었다. 오포가 차량호출 업체 디디추싱처럼 급속도로 보급돼 생활에 꼭 필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는 희망에다 오포가 모바이크와 경쟁하다 합병해 이익을 내기 시작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합병이 불가능에 가깝고 경쟁은 치열하다. 오포가 보유한 많은 자전거가 3∼4년이 지나 대규모 교체가 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정책적 요인도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8월 공유 자전거의 수량을 제한하는 등 규제 조치를 내놨다.

수익을 낼 전망도 보이지 않았다. 오포는 광고 매출을 늘리려고 안간힘을 썼고 심지어 벌꿀을 팔기까지 했다.

오포는 또 고객의 보증금을 건드려 넘어서는 안 될 선을 넘었다는 지적도 받는다. 고객이 낸 선불금과 보증금을 가져다 썼다가 문제가 생기면 고객이 환불을 원할 때 환불해주지 못 하는 상황을 맞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공유 자전거 업체들이 최근 3년새 수십개가 생겼다가 줄줄이 도산했다.

라이벌 모바이크는 올해 앞서 음식배달 앱 메이퇀(美團)에 인수돼 일단 위기를 넘겼다.

다이웨이 오포 CEO는 최근 서한에서 "무릎을 꿇더라도 살아가야 한다"고 말했지만 오포가 계속 생존할 수 있을지는 불확실하다.

y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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