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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유해진X윤계상 '말모이', 한글 사랑하며 하나된 사람들의 이야기(종합)[Oh!쎈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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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EN

[OSEN=김보라 기자] 내년 1월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말모이’는 우리나라의 언어, 한글을 사랑하고 지키며 그 과정에서 하나가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우리말 사전을 완성하기 위해 자신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심심하지 않게 다가온다. 2019년 포문을 여는 첫 작품으로써 관객들에게 '사람의 온기'를 전달할 것으로 보인다.

18일 오후 서울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내달 9일 개봉을 앞둔 영화 ‘말모이’(감독 엄유나, 제공배급 롯데엔터테인먼트, 제작 더램프(주))의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열린 언론배급시사회에는 판수 역의 유해진, 정환 역의 윤계상 등 주연 배우들과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이 참석했다. 엄 감독은 지난해 여름 개봉한 영화 ‘택시운전사’(감독 장훈, 2017)의 각본을 맡았으며 ‘말모이’를 통해 상업 장편 감독으로 데뷔하게 됐다.

‘말모이’는 우리말 사용이 금지된 1940년대 까막눈 판수(유해진 분)와 조선어학회 대표 정환(윤계상 분)이 만나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기 위해 마음을 모으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시대가 드리운 비극에 굴하지 않고 우리말을 지키기 위해 뜻을 모은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 따뜻한 감동을 느낄 수 있다.

영화는 일제의 감시와 탄압이 극심했던 1940년대 초반부터 광복한 1945년 8월까지를 배경으로 삼았다. 당시는 일본이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색을 말살하고, 완전히 굴복시키려던 민족말살정책을 편 시대이다. 우리말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경성, 극장에서 해고된 후 아들 덕진(조현도 분)의 학비 때문에 가방을 훔치다 실패한 김판수. 하필이면 면접을 보러 간 곳이 가방의 주인 류정환이 대표로 있는 조선어학회였다.

정환은 판수를 거부하지만, 회원들의 찬성표에 밀려 까막눈을 떼는 조건으로 그를 받아들인다. 판수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글을 익히며 우리말의 소중함에 눈을 뜨게 된다. 정환 또한 전국의 말과 사투리를 모으는 말모이에 힘을 보태는 판수를 보며 우리의 소중함을 느낀다. 사전 편찬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조여오는 일제의 감시를 피해 말모이를 끝내야 하는 이들은 목숨을 걸고 마지막 작업에 임한다. 우리말이 금지됐던 그 시대, 말과 마음이 모여 우리말 사전이 만들어진 과정을 담아 의미를 더했다.

연출을 맡은 엄유나 감독은 “저희 영화는 조선어학회와 그들의 사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이야기다. 실제 단체와 조선어학회 사건을 바탕으로 했지만 (영화적인)상상력이 더해졌다. (정확한 시기를 언급하기 보다 전반적으로)1940년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될 거 같다”고 영화를 설명했다. 엄 감독은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는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화적 영감을 얻었다고 했다.

이어 엄 감독은 “조선어학회 사건이 1942년에 일어났고 창씨 개명이나 한글 잡지 중단 같은 사건들은 딱 어느 시기에 시작했더라도 중간에 반대 의견이 있어 지체됐기 때문에 정확히 어느 시점에 끝났다고 말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 영화의 배경은 1940년대라고 보시면 될 거 같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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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말모이라는 영화가 던지는 의미와 질문에 대해 “‘말모이’는 우리 글과 우리 말을 담고 있다. 저는 연출하면서 '글'보다 '말'에 더 집중을 해서 작업했다. 얼마나 우리말의 맛이 좋은지 느끼면 좋겠다는 생각에, 각 지역의 사투리나 말 자체에 집중하면서 연출했다”고 연출 포인트를 밝혔다.

그러면서 “저는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자칫 교훈적이 되는 게 아닌가하는 걱정을 하지 않았다. 그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 집중을 했다"면서 "저는 우리말 사전을 편찬하며 희생 당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했다. '교훈적일까?'라는 걱정은 별로 없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말모이’에서 유해진은 까막눈 판수로 분했다. 감옥소 동기이나 학회 어른 조갑윤 선생(김홍파 분)의 소개로 조선어학회의 심부름꾼으로 취직한 그는 대표 정환을 만나면서 인생이 달라지게 된다. 생전 처음 한글을 배우게 된 판수는 먹고 사는 데 급급했던 과거에서 벗어나 누구보다 열심히 한글 사전을 만드는 일에 집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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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해진은 "저는 이 영화의 시작부터 사명감을 갖고 임했다. 촬영하면서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진 거 같다"며 "처음에 시나리오상의 글로만 읽었을 때와 촬영할 때의 느낌은 달랐다. 조선어학회 사람들이 일제에 강탈 당한 장면을 글로 봤을 때 보다, 촬영 현장에서 찍으면서 피부로 와 닿았던 거 같다"는 감회를 전했다.

윤계상도 '말모이'에 참여했다는 것에 의의를 뒀다. “엄유나 감독이 ‘택시운전사’의 각본을 쓴 감독님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촬영 전 어떤 분일지 궁금했다”며 “(함께 작업해 보니)연출에 대한 고집이 대단하다. 정환이 풀어진 모습이나 제 아이디어를 보여드리면 감독님께서 항상 ‘정면 승부를 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배우가 감정을 쏟아내는 게 힘든 건데, 오늘 영화를 보니 그런 것들이 정환 캐릭터를 완성한 거 같다. 큰 그림을 보고 연출을 하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고 엄유나 감독의 연출력을 높게 평가했다. 이어 “제가 이 영화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영광스럽다”는 감회를 덧붙였다.

사전 편찬 작업이 전국의 사투리를 모아 공청회를 거치는 말모이의 완수를 마지막 순서로 남겨 놓았던 시기, 갈수록 극악무도한 일제의 감시망을 피해 조선어학회에 심부름하는 사환으로 취직한 까막눈과 회원들을 주축으로 해 ‘말모이’가 펼쳐지는 과정은 그 자체로 극적이고 흥미롭다.

전국 각지의 어린 학생들부터 지식인들까지. 나이와 성별, 지식 유무를 떠나 조선인이기에 ‘말모이’에 마음을 모았던 이들의 이야기는 말이 왜 민족의 정신인지, 사전을 만드는 것이 왜 나라를 지키는 일인지 자연스러운 공감으로 이어진다./purplish@osen.co.kr

[사진] 이동해 기자 eastsea@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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