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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미래형 매장 동시 오픈… 롯데마트-이마트 정면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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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QR코드 찍어 집으로 주문

이마트, 로봇 활용 상품 안내

롯데마트와 이마트가 제대로 붙었다.

지난 13일 서울 금천구 독산동에 롯데마트 스마트 스토어 금천점이 문을 열었고, 같은 날 경기 의왕시 오전동에 이마트 의왕점이 개점했다. 둘 다 첨단기술을 접목한 ‘미래형 오프라인 쇼핑공간’을 표방하면서 정면대결을 피하지 않는다. 본보 기자들이 지난 17일 두 매장을 찾아 고객들의 반응을 살펴봤다. “신선하다”는 반응과, “미래형이라기엔 미흡하다”는 반응이 엇갈렸다. 유통 ‘빅2’의 경쟁이 정체된 대형마트에 새바람을 일으킬지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마트를 찾은 고객에게 가장 중요한 정보는 넓은 매장에서 자신이 사려는 상품이 정확히 어디 있는 지다. 롯데마트 금천점은 스마트폰 응용프로그램(앱)을 통해 고객에게 이 정보를 전달한다. 스마트폰에 M쿠폰 앱을 내려받아 매장에서 검색란에 ‘핫팩’을 입력하자 다양한 종류의 핫팩 상품이 소개됐다. 그 중 ‘캐릭터 핫팩’을 선택하니 ‘문구(15번) 코너에 있습니다’란 안내문과 함께 해당 코너 위치가 표시된 매장 지도가 나타났다. 주요 매대에 설치된 3차원 홀로그램 게시판에서도 상품 관련 영상과 음향이 모든 방향으로 송출돼 어디서든 해당 상품의 위치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이마트 의왕점에선 인공지능 기반의 안내로봇 ‘트로이(Tro.e)’가 상품 위치를 알려준다. 쇼핑할 시간이 넉넉지 않은 상황에서 딸기를 사야 했던 유다혜(34)씨는 트로이에 다가갔다. “무엇을 찾아드릴까요?”라고 묻는 트로이의 질문에 유씨가 “딸기”라고 답하자 트로이의 모니터에 딸기 매대의 위치가 표시된 지도가 나타났다. 유씨는 “급하게 상품을 찾을 때 매우 유용할 것 같다”고 평가했다.
한국일보

지난 17일 경기 이마트 의왕점에서 유다혜(34)씨가 인공지능 안내로봇 '트로이'에게 딸기의 위치를 물어보고 있다. 트로이는 유씨의 음성을 인식해 딸기 위치를 지도로 보여줬다. 오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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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17일 개점 2주차를 맞은 서울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 금천점'에서 본보 기자가 스마트폰 앱으로 상품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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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마트 금천점이 ‘스마트 스토어’로서 가장 내세우는 서비스는 QR코드다. 상품별 종이 가격표 대신 설치된 전자가격표시기에 있는 QR코드를 M쿠폰앱으로 스캔하면 구매자들의 후기를 포함한 상품 정보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이불처럼 직접 들고 가기 어려운 상품은 매장에서 고른 뒤 QR코드를 찍어 집으로 주문도 가능하다. 이날 매장을 찾은 윤여민(63), 남희현(60) 부부는 “마트에서 카트를 끌지 않아도 되고, 계산이나 포장의 번거로움도 없어 편하다”며 매장 곳곳에서 QR코드를 스캔했다.

롯데마트가 QR코드로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연계성에 초점을 맞췄다면, 이마트는 전문점을 점포 내에 배치해 오프라인 매장의 차별화에 집중했다. 방문한 고객에게 온라인에서 누릴 수 없는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것이다. 가령 가전제품 전문점 ‘일렉트로마트’에선 최신 휴대폰과 게임기, 100만원을 호가하는 드론과 가상현실(VR) 장비를 체험할 수 있다. 가족과 함께 일렉트로마트를 찾은 강명선(38)씨는 “놀이 목적으로 와도 좋을 것 같다”며 “주로 온라인으로 쇼핑하는데, 체험공간 덕분에 오프라인 매장을 자주 방문하고 싶어졌다”고 말했다.
한국일보

지난 17일 경기 이마트 의왕점에서 김성욱(45)씨가 반응형 디지털 게시판에 표시된 가격을 확인하며 배를 집어 들고 있다. 김씨는 "상품 정보가 나오던 게시판에 가까이 다가가니 내용이 가격 정보로 바뀐다"고 말했다. 오세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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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지난 17일 서울 롯데마트 스마트스토어 금천점에서 본보 기자가 홀로그램 상품 정보를 살펴보고 있다. 이한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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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마트의 서비스 대부분이 ‘미래형’이라고 할 만큼 특별하진 않았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기존 매장에 익숙한 고객들은 새로운 서비스를 오히려 번거로워했다. 롯데마트 금천점을 찾은 김남선(77)씨는 QR코드 결제 기능에 대해 “회원 가입할 줄도 모르고 어떻게 찍는지도 모른다. 그냥 직접 계산하는 게 편하다”며 손사래를 쳤다. 이마트 의왕점에서 만난 주부 김모(37)씨는 “디지털 게시판이나 가격표를 설치했다고 미래형이 되는 건 아니다”며 “기존 마트와 큰 차이는 솔직히 모르겠다”고 아쉬워했다. 인공지능 로봇 트로이도 안전을 이유로 자율주행 기능을 뺀 채 매장 입구에서 지도만 보여주다 보니 고객이 다시 직원에게 도움을 청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양측 마트는 “미래형이라는 기대에 못 미친다”는 고객들의 반응에 대해 “아직은 시범운영 성격”이라고 해명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앞으로 고객들에게 필요한 부분을 세심히 파악해 추가로 접목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기자 cominghoon@hankookilbo.com, 이한호 기자 han@hankookilbo.com, 정준기 기자 j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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