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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7월 댐 붕괴 사고 아픔 딛고…라오스 전력 수출 3배 늘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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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광물장관 "1만4600MW 목표"…年 13억달러 수출 최고 효자상품

2030년까지 水電 108개 추가건설…태국 등 넘어 싱가포르 수출 계획

발전소 건설 강행 주변국과 갈등…무리한 건설 추진에 사고 우려도

아시아경제

[이미지출처=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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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라오스가 2030년까지 전력 수출량을 현재보다 3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특히 지난 7월 붕괴한 세피안-세남노이댐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력발전소 건설을 크게 늘리면서 경제 개발에 따라 급증하고 있는 동남아시아 전력 시장의 '밧데리' 역할을 자임하고 있다.

지난 6일자 라오스 영자일간지 비엔티안타임즈에 따르면, 국회에 출석한 캄마니 인티랏 라오스 에너지광물장관은 2030년까지 1만4600메가와트(㎿)의 전력을 수출하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 목표는 SK건설이 건설 도중 지난 7월 집중 호우로 붕괴한 세피안-세남노이댐의 예상 발전량의 35배, 현재 라오스의 총 전력 수출량(4415㎿)보다 3배 이상 많다. 즉 현재보다 전력 수출량을 3배 이상 늘리겠다는 얘기다. 인티랏 장관은 또 "이미 20개의 댐에 대한 안전 조사를 마쳤으며, 나머지 50개는 2021년까지 마칠 것"이라면서 "사용하고 있는 댐은 물론 공사 중인 댐에 대해서도 정기적으로 안전 검사를 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 놓칠 수 없는 수출 효자 상품 = 라오스는 현재 2005년과 비교해 10배나 많은 총 발전용량 6300㎿의 46개의 수력발전소를 가동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된 전력의 70%를 수출해 한해 12억~13억달러(한화 약 1조5000억원)를 벌어들이고 있다.전력 수출은 전체 수출액의 30% 이상이나 되는 라오스의 1위 수출 효자상품이다.

또 라오스는 2020년 완공 목표로 총 8440㎿ 발전 용량의 수력발전소 54개를 짓고 있다. 2030년까지 추가로 총 108개(발전용량 총 8000MW)를 더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계획대로라면 2030년 200여개의 댐에서 생산하는 전력은 라오스의 잠재 발전량(2만6000㎿)에 맞먹는다. 매콩강 본류와 지류 가리지 않고 수력발전소 건설에 올인하고 있다. '건설ㆍ운영 후 양도(BOT)' 방식으로 추진돼 별도로 투자할 필요가 없는 '땅 짚고 헤엄치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특히 태국과 베트남의 전력 수입 수요가 그만큼 많다는 뜻이기도 하다.

현재 라오스의 전력 수출 가운데 90%는 태국, 나머지 10%는 캄보디아, 베트남, 중국, 미얀마에 보내고 있다. 인티랏 장관은 대태국 수출이 2020년 7000㎿. 2030년 9000㎿로 늘어날 예정이며, 대베트남 수출도 지금은 소량이지만 2030년에는 5000㎿를 수출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해 9월엔 2030년께부터 태국을 거쳐 말레이시아에 100㎿를 수출하기로 계약했다. 전력을 자급자족하고 있는 말레이시아가 라오스로부터 전력을 수입하는 까닭은 2030년 하반기까지 탄소 배출을 현재의 절반으로 줄이겠다는 탄소배출저감 조치의 일환이다. 라오스는 싱가포르에도 전력을 수출할 계획이다.

◇'전기 먹는 하마'가 된 동남아 = 동남아 국가에서는 최근 전력 사용이 급증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의 '키(Key) 에너지 통계'에 따르면 브루나이와 싱가포르, 말레이시아를 제외한 동남아 7개국의 1인당 전력 사용량은 2010년부터 2016년까지 최소 21%, 최대 171% 증가했다. 7개국의 평균 증가치(72%)는 같은 기간 세계 평균(7.5%)과 한국(7.8%)의 10배에 달한다. 산업용 수요가 증가하기도 했지만 전력 접근율이 높아지면서 주거용 수요 또한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7개국의 전력 접근율은 2000년 평균 48%에서 2016년 84%로 높아졌다.

특히 베트남의 경우 2020년 이후 빠른 수요 증가로 인한 전력 부족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력 접근율이 100%에 근접한데다, 2010~2016년 사이 연평균 6%씩 경제가 성장한 결과다. 현재 베트남의 발전용량은 2003년에 비해 5.4배 많은 4만8000㎿, 아세안에서 인도네시아에 이어 두 번째, 세계에서는 25번째로 많다. 지난 8월 열린 베트남에너지포럼에서 2016~2020년 전력 수요가 연평균 10.3%~11.3%, 2021~2030년 연평균 8~8.5% 증가하면서 2020년 수요는 현재 공급량(시간당 약 21만 기가와트) 대비 26~32%, 2030년은 최대 200% 더 많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중남부 지역에서 추진하는 화력발전소 공사까지 지연되면서 2021년부터 2023년까지 3년간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예상돼 최악의 경우 계획정전도 준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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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변국과 갈등 원인 = 문제는 라오스가 메콩강 본류와 지류 가리지 않고 수력발전소를 대거 지으면서 주변 국가들과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라오스는 메콩강 하류에 있는 캄보디아ㆍ베트남과 수력발전소 증설로 인한 갈등을 빚고 있다. 메콩강은 중국 티베트에서 발원해 윈난성을 거쳐 미얀마ㆍ라오스ㆍ태국ㆍ캄보디아ㆍ베트남을 흐르는 총 4800㎞의 대하천이다. 라오스 국내를 가로지르는 메콩강은 약 1500㎞이다. 라오스 하류인 캄보디아 대부분과 베트남은 평야 지대로 메콩강을 발전용으로 활용할 수 없다. 라오스에서의 댐 건설에 따라 수량 감소, 환경 파괴, 어족 자원 감소 등 부작용만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이에 따라 라오스가 국경선에서 불과 2㎞ 떨어진 곳에 돈사홍 수력발전소(260㎿)를 추진하자 캄보디아가 크게 반발하기도 했다. 정부간 갈등은 라오스가 이곳에서 생산한 전력을 싸게 팔겠다고 하면서 봉합됐지만 캄보디아 주민들과 환경단체의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주민들은 댐 건설이 어류의 산란 활동을 방해해 어족자원이 크게 준다며 반발했다. 환경단체는 캄보디아 메콩강에 사는 100여마리의 이라와디 민물돌고래를 위협한다고 주장했다.

◇무리한 댐 건설, 잇단 재앙 = 라오스가 전력 수출에 매진하기 위해 댐 건설을 강행하면서 부작용도 우려된다.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 사고가 대표적 사례다. SK건설이 시공을 맡은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소(410㎿)가 지난 7월 붕괴하면서 100여명의 사망ㆍ실종자를 냈을 때 일부 외신은 라오스의 전력 수출 야심이 빚은 재앙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붕괴 사고가 나기 전 전조로 볼 수 있는 사고도 있었지만, 반면교사로 삼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9월 라오스 북부지방인 시엥쿠앙주에서 짓고 있던 남아오댐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사고가 난 댐은 세피안-세남노이(92%)와 엇비슷한 공정률(85%)이었으며, 보조댐이 붕괴했고 사고 발생 시점 또한 우기라는 점에서 같았다. 다행히 소규모 댐(발전용량 12㎿~15㎿)이어서, 사상자는 발생하지 않았고 하류에 있는 마을이 재산피해를 입는데 그쳤다.

프놈펜 안길현 객원기자 khah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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