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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팩트체크] ‘이부자리’ 논란 이학재, 정보위원장 자리는 개인 몫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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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정보위원장 자리는 잠시 임무를 맡긴 자리”…정치도의는 반납, 법적으로는 유지도 가능

[아시아경제 류정민 기자] “(국회) 정보위원장 자리는 반납하는 것이 도리이다. 그 자리는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써 바른미래당이 확보했고, 당이 이학재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서 행사하는 자리이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18일 원내대책회의에서 이학재 의원의 정보위원장 반납을 요구했다. 이 의원은 탈당 기자회견을 통해 바른미래당 소속에서 자유한국당으로 당적 변경을 알린 바 있다.

이 의원의 정보위원장직 반납 문제는 정치권에서 불씨가 되살아나는 정계개편 논란과는 별도로 민감한 현안이다. 바른미래당은 소속 의원의 탈당으로 의석이 줄어든 것도 억울한데 상임위원장 자리까지 내줘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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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학재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자유한국당 복당 기자회견을 마친 뒤 회견장을 나오다 바른미래당 당원들에게 "정보위원장직을 반납하라"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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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17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절에서 덮으라고 준 이부자리까지 들고 가는 법이 어디 있느냐”고 비판했다.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한 불쾌함의 표현이다.

이 의원은 18일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탈당 기자회견 과정에서 곤욕을 치렀다. 바른미래당 당직자 등이 “바른미래당의 정보위원장직을 사퇴하고 가라” “한국당은 장물아비인가. 창피한 줄 알아야지”라며 고함을 치르며 항의했기 때문이다.

이 의원은 “최근 당적변경과 관련된 여러 경우가 있었지만 단 한 차례도 당적변경으로 인해 상임위원장직을 내려놓으라든가, 사퇴했다든가 한 사례가 없었다”면서 “국회 관례대로 하는 게 맞다”고 주장했다. 정보위원장을 반납할 의사가 없다는 얘기다.

결과적으로 바른미래당은 상임위원장직 한 자리를 잃었고, 한국당은 상임위원장직이 하나 늘었다.

앞서 국회는 지난 7월16일 본회의를 열고 운영위원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18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다. 더불어민주당이 8개 상임위원장, 자유한국당이 7개 상임위원장, 바른미래당이 2개 상임위원장, 민주평화당이 1개 상임위원장을 차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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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을 탈당한 이학재 의원이 18일 국회에서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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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위원장직 배분은 여야의 물밑 협상을 통해 국회 본회의 표결 전에 정리한다. 김 원내대표가 밝혔던 “원 구성 협상을 통해 원내교섭단체로써 바른미래당이 확보했다”는 것은 사실에 가깝다.

그렇다면 김 원내대표가 주장한 “당이 이학재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서 행사하는 자리”라는 부분은 어떨까.

상임위원장 선출은 국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국회법 제41조 2항은 상임위원장은 상임위원 중에서 본회의에서 선거한다고 돼 있다. 3항은 선거는 국회의원 총선거 후 첫 집회일로부터 3일 이내에 실시한다고 돼 있다.

4항은 상임위원장 임기는 상임위원의 임기와 같다고 돼 있다. 원칙적으로 볼 때 이 의원이 정보위원직을 사퇴하지 않는다면 상임위원장직을 유지할 수 있는 셈이다.

5항은 상임위원장은 본회의 동의를 받아 그 직을 사임할 수 있다고 돼 있다. 현재 12월 임시국회가 진행 중이므로 이 의원이 정보위원장직을 내놓으려면 본회의 동의 절차를 밟아야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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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자유한국당 신임 원내대표가 12일 국회 본회의장 로텐더홀에서 단식 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를 찾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윤동주 기자 doso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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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심의 초점은 이 의원이 탈당으로 당적을 옮긴 상황에서 정보위원장 자리에 대한 판단 문제다. 국회법에는 탈당 의원의 상임위원장 처분에 대한 근거 규정이 없다. 이 의원은 국회 표결 절차를 통해 정보위원장에 선임됐다. 법적으로는 그의 정보위원장직 수행에 문제가 없다는 얘기다.

문제는 정치 현실이다. 김 원내대표가 말한 “당이 이학재 의원에게 잠시 임무를 맡겨서 행사하는 자리”라는 발언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린 얘기다. 정치 현실을 볼 때 바른미래당이 이 의원에게 정보위원장이라는 임무를 잠시 맡겨놓았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하지만 법적으로 볼 때는 이 의원이 상임위원장직을 내놓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정보위원장 자리는 이 의원 개인의 몫이라고 보기 어려운 측면이 있지만 법적으로는 정당한 법적 절차에 의해 선출된 자리라고 항변할 수 있다는 얘기다.

박상철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는 “상임위원장은 정치 협상에 따라 배분하는데 정보위원장직은 제3당인 바른미래당 몫으로 배정된 결과물”이라며 “법적으로는 반납의 근거가 없다고 하지만 탈당을 했다면 정치 도의상 자리를 내놓는 게 맞다”고 말했다.

류정민 기자 jmryu@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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