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급한 출장 일정으로 대만으로 출국하려던 직장인 A 씨도 비슷한 경험을 했다. A 씨는 대만행 항공기를 예약하려고 했으나 만석이라 출장을 포기해야 했다. 하지만 실제로 해당 항공편에는 연예인을 보기 위해 허위 탑승 수속을 한 승객이 많았다. 이들은 출국 게이트까지 가서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의 얼굴을 보고 사진을 찍었다. 목적을 달성한 이들은 탑승 마감이 임박한 시점에 항공권을 취소했다. A 씨의 출장이 무산되면서 그의 회사는 큰 손해를 입었다.
이처럼 출국장 입장 후 탑승을 취소하는 승객이 늘면서 항공사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대한항공은 내년 1월 1일부터 국제선 전편의 출국장 입장 이후 탑승 취소 승객에 대해 기존 예약부도위약금(No-show Penalty)에 20만원을 추가로 부과한다고 18일 밝혔다. 현재 대한항공은 항공기 출발 전까지 예약 취소 없이 탑승하지 않거나 탑승 수속 후 탑승하지 않는 승객에 대해 ▶미주ㆍ유럽ㆍ중동ㆍ대양주ㆍ아프리카 등 장거리 노선은 12만원 ▶동남아ㆍ서남아ㆍ타슈켄트 등 중거리 노선은 7만원 ▶일본ㆍ중국ㆍ홍콩ㆍ대만ㆍ몽골과 같은 단거리 노선에는 5만원의 예약부도위약금을 적용하고 있다.
내년부터는 출국장 입장 후 탑승 취소를 할 경우 이 금액에 각 20만원이 추가로 부과된다. 이번 결정은 최근 낮은 수수료 및 수수료 면제 제도 등을 악용해 허위로 출국 수속과 항공기 탑승까지 한 다음 항공권을 취소하는 사례가 지속해서 발생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엔 아이돌을 보기 위해 항공권을 허위로 구매했다가 환불을 요청하는 사례가 잦아지고 있다.
실제로 앞서 워너원의 해외 사생팬은 홍콩발 서울행 퍼스트클래스 좌석을 197만원에 예약했다. 이들은 환불에 따른 수수료로 9만원을 냈다.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돌을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금액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대한항공 측은 다른 승객들의 피해로 이어지는 어이없는 사태를 넘어갈 수 없어 홍콩 경찰을 불러 이들을 조사할 것을 요구했지만, 홍콩 경찰은 “승객의 물리적 피해가 발생하지 않아 조사 대상이 아니다”라며 조사하지 않았다.
항공사 관계자는 “아이돌을 보기 위해 비행기에 탑승했다가 내리는 승객에게 내리는 이유를 물어봐도 승객이 정확한 이유를 답할 의무는 없다”며 “실제 승객의 몸이 아픈 경우도 있어 현장에서 대응이 어렵다”고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허위 출국 수속으로 인해 올해 출발이 지연된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출발 항공기는 35편이 넘는다. 전체 항공사를 기준으로는 수백 편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이에 따라 아시아나항공도 발권일 기준 내년 1월 10일부터 국제선 노선을 발권한 승객 중 출발시각 이전까지 확약 된 항공편의 탑승 수속 후 탑승을 하지 않은 승객에게 기존 10만원(100달러)에서 20만원 늘어난 30만원(300달러)의 위약금을 받기로 했다. 아시아나 항공 측은 “수하물 하기 등의 추가 작업 발생으로 인한 항공기 지연과 노쇼 등 타 손님의 탑승 기회 박탈과 같은 다양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며 “항공기 정시 운항을 원활히 하고 다른 고객의 피해 사례 방지를 위해 노쇼 페널티 정책을 강화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일부 승객이 탑승했다가 자발적으로 내리는 경우 보안상의 이유로 해당 편 승객들은 모두 내려 보안점검을 다시 받아야 한다. 이로 인해 항공편 지연이 발생하는 등 피해는 고스란히 실제 승객에게 돌아간다. 또 탑승 취소 승객이 내리기 전 과정에 항공사와 법무부, 공항공사 보안인력의 추가 투입과 비용 낭비에 더해 항공 보안 문제까지 일으켜 허위 출국 수속 방지의 필요성이 대두하고 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이번 예약부도위약금제도 보완 시행을 통해 건전한 탑승 문화를 정착하고 부문별 한 예약 부도로 탑승 기회를 놓쳤던 고객의 항공편 이용 기회가 확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곽재민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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