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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3 (일)

"최저임금 필요시 보완? 지금 당장 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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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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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이은결 기자] "필요시 보완한다고요? 필요시가 아니라 지금 당장 보완책이 절실합니다."

드론 등 원격 촬영장비의 모듈을 개발ㆍ제작하는 벤처기업 A사 정종훈(가명) 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이 17일 최저임금 인상 및 근로시간 단축 제도와 관련해 "필요한 경우 보완조치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정 대표는 최근 수년간 꾸준한 연구개발(R&D)과 다수의 특허를 바탕으로 중국·유럽 바이어들과 판매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해왔다. A사는 최고의 기술력과 저렴한 가격, 이른바 가성비로 바이어들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오르고 수익성이 나빠지면서 현재의 가격정책을 고수하기 어려워졌다.

정 대표는 "해외에 워낙 경쟁자가 많아서 공급가격의 한 끝 차이로 거래가 성사되거나 틀어지는 일이 부지기수"라면서 "연구인력은 그나마 동업자 의식이 있어서 같이 쥐어짜며 버티지만 제조 부문은 도리가 없다. 다음달부터 최저임금이 또 오르고, 앞으로 근로시간 단축까지 적용받으면 이 사업을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안건준 벤처기업협회 회장은 이달 초 기자간담회에서 현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해 "아쉬움을 넘어 부족한 수준", "뼈저린 자성과 자각이 필요하다"고 비판하고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에 대해 속도조절을 요구했다.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 등 노동현안에 대해 중소ㆍ소상공업계에 비교해 말을 아껴왔던 벤처업계마저 비판의 대열에 합류한 것은 노동이슈가 최대 경영애로가 됐기 때문이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최근 전국 중소기업 300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해보니 지난해에 견줘 올해 자금사정이 나아졌다는 곳은 5곳 중 1곳 꼴인 22%에 그쳤다.

중소기업들이 꼽은 자금난의 핵심 요인 중 하나는 최저임금 인상(39%)이었다. 중소기업들의 이달 '업황전망 중소기업건강도지수(SBHI)'는 전월보다 0.7포인트, 전년 동월보다 3.7포인트 떨어진 85.4로 나타나 여전히 어두웠다.

산업 현장에서는 정책기조의 변화를 예고한 문 대통령의 발언을 대체로 환영하면서도 속도조절과 정책선회를 조속히 추진해야 한다는 주문이 잇따른다.

서재윤 중소기업중앙회 정책총괄실장은 "중소기업계를 중심으로 (최저임금과 근로시간단축 등)의 문제점과 부작용, 개선책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면서 "최저임금을 차등적용하고 탄력근로제 단위시간을 확대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문제와 대안이 드러나있는 만큼 속도감 있게 처리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했다.

'사상 첫 연간 폐업자 100만 돌파' 등 암울한 전망 속에서 버티고 있는 소상공업계도 같은 입장이다. 최승재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대통령이) 보완점에 대해 인식했다는 자체만으로도 긍정적이며, '문제를 해결하는 게 최우선'이라는 저희의 일관된 입장과 접점이 생기기 시작했다"면서도 "문 대통령의 입장이 소상공인들이 체감할 수 있는 실질적이고 가시적인 조치로 실현돼야만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asiae.co.kr
이은결 기자 le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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