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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4 (월)

사법연수원 vs 로스쿨 출신 ‘기수’두고 시비…‘집안싸움’ 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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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사진=아시아경제DB)


[아시아경제 윤신원 기자] 사법연수원 출신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출신 간 ‘집안싸움’이 서열 싸움으로 번졌다. 사법연수원 41기와 42기 수료 시기 사이에 변호사 시험(이하 변시) 1회 출신의 변호사 자격 취득 시기가 맞물리면서 ‘누구를 선배로 볼 것이냐’를 두고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게 된 것이다.

17일 부산지방법원은 전체 판사회의를 열어 법원 내규인 ‘법관 사무 분담 기본 원칙’에 대해 논의했다. 로스쿨 출신 변시 1회 출신과 사법연수원 42기 출신의 법조 경력이 같다는 내용이 담긴 원칙을 표결에 부칠 계획이었으나 로스쿨 출신 법관이 소수라는 이유로 표결이 유보됐다.

쟁점이 되는 점은 시점이다. 먼저 변시 출신 판사들은 변호사 자격 취득 시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실제 변시 1회는 2012년 3월 합격, 사법연수원 41기는 2012년 1월 수료, 사법연수원 42기는 2013년 1월이다. 시기만 놓고 보면 변시 1회 합격자들은 사법연수원 41기 수료자들과의 차이가 2개월에 불과하고, 42기 수료자와는 10개월이나 차이 나는 셈이다.

그런데 사법연수원 출신 판사들은 변시 1회 합격자들이 판사로 근무한 시점은 법조 경력 3년을 마친 2016년 초로 사법연수원 42기 수료자들과 동일하기 때문에 42기와 동등한 대우를 받는 것이 맞다는 입장이다.

법조계에서 ‘기수’는 가장 중요한 요소다. 특히 법관 배치와 인사 기준에서 사무 분담과 관사 배정은 기수에 따른 서열 정리가 먼저다. 사시 출신과 변시 출신 모두 양보 없는 싸움을 하는 이유다. 사법연수원 마지막 기수가 49기인 점을 고려하면 혼란은 더욱 가중될 전망이다.

두 그룹은 로스쿨 제도 도입 당시부터 지속 갈등을 겪어왔다. 사법연수원 출신들이 로스쿨이 ‘현대판 음서제’라며 비난을 하고 있는 데다, 로스쿨 출신들도 현재의 높은 변호사 수임료, 전관예우 문제 등이 사법연수원 시스템에서 발생한 것이란 비난이 이는 상황에서 ‘기수’ 문제까지 불거진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가 지난해 사시 출신과 변시 출신 간 대립과 갈등을 봉합하기 위한 ‘법조 대화합 강령’까지 발표했지만, 두 그룹의 불화는 끊이지 않고 있다.

다만 이를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각에서는 기존 사법연수원 기수 문화를 타파하기 위해 로스쿨 제도를 도입했는데, 로스쿨 출신마저 기수 서열에 목메는 것은 모순이라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이번 기수 시비는 지난 2016년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이 법원 내부 통신망에 “사무 분담과 관사 배정에서 변시 1회와 사법연수원 42기를 똑같이 취급하겠다”고 공지하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에는 변시 1회 출신 판사들이 일선 법원에 배치되기 전이라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배치 이후 ‘상위 법령에 위반돼 효력을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현재 변시 출신 판사들이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으나 전체 법관 2900여명 중 변시 출신은 100명 수준이라 당분간 논란은 지속될 예정이다.

윤신원 기자 i_dentit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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