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6 (수)

[레이더P] 선거제 개편 합의 뒤끝 ‘합의했지만 합의하지 않았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주말에 국회에서 만나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추진에 합의했고 의원정수를 10%(30석) 이내로 확대하는 방향도 검토하기로 했다. 석패율제를 포함한 지역 구도를 완화하는 제도도 적극 검토하기로 했다.

그러나 하루가 지난 15일부터 다른 소리들이 나오고 있다.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검토하겠다는 것이지 도입에 합의한 것은 아니다, 합의 과정에 문제가 있다, 정치공학이 아니냐 등이다.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하기로 했지만 과연 이뤄질 것인가에 대해 의문을 들게 하는 대목이다.

1. 6개항 합의 "…적극 검토한다…합의 처리한다"
매일경제

여야 5당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검토를 합의한 것과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바른미래당 김관영 원내대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여야 합의문에는 6개항의 내용이 포함됐다. 세 가지는 선거제 개편의 내용에 관한 것이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적극 검토한다 △비례대표 확대 및 비례·지역구 의석 비율, 의원정수(10% 이내 확대 여부 등 포함해 검토), 지역구 의원 선출 방식 등에 대하여는 정개특위 합의에 따른다 △석패율제 등 지역 구도 완화를 위한 제도 도입을 적극 검토한다.

또 다른 세 가지는 일정에 관한 내용이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은 1월 임시국회에서 합의 처리한다 △정개특위 활동 시한을 연장한다 △선거제도 개혁 관련 법안 개정과 동시에 곧바로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 논의를 시작한다.

2. 야 3당 환호 "산 하나 넘었다"
매일경제

바른미래당, 민주평화당, 정의당 대표 및 당직자들이 15일 오후 국회 본청 로텐더홀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단식농성 해제를 알리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앞서 여야 5당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검토하기로 합의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5일 야 3당은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단식농성 해단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이번에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연동형 비례대표제에 합의한 것은 국민과 당원 동지들이 한목소리로 바른 민주주의, 민심 그대로 민주주의를 외친 결과"라고 말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역사상 처음으로 정치판 근본 개혁의 문이 열렸다"면서 "국회 역사상 드물게 3당이 정책연대, 정치연대, 공동행동연대를 통해서 거대 양당의 기득권 야합을 뚫고 오늘의 성과를 냈다"고 평가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이제 산 하나를 넘었을 뿐"이라면서도 "야 3당의 힘으로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3. 심상정 "방향에 한국당까지 동의"
매일경제

심상정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전 국회에서 선거제도개혁 관련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정개특위위원장인 심상정 정의당 의원은 16일 기자간담회를 열어 5당 원내대표 간 합의에 대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라는 방향에 한국당까지 동의가 이뤄진 점, 10% 이내로 제한되었지만 의원정수 확대를 공론화한 점, 1월까지 (선거제 개편) 합의 처리 시한을 밝힌 점이 정개특위가 속도를 낼 수 있는 중요한 뒷받침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1월 중에 합의 처리되려면 12월 중에는 정개특위안이 만들어져야 하고, 1월 중에는 남은 쟁점들을 최종 매듭짓기 위한 정치 협상이 병행 추진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4. 한국당 "검토하자는 것일 뿐"
그러자 자유한국당은 곧바로 정양석 원내수석부대표 성명을 통해 "(심 위원장이)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어렵게 이뤄낸 협치의 산물을 자의적으로 해석했다"고 밝혔다.

그는 "어제(15일) 여야 합의는 의원정수 확대도, 연동형 비례제 도입도 아닌 열린 자세로 논의와 검토를 하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영석 한국당 수석대변인도 "한국당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기로 최종적으로 합의한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매일경제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5. 나경원 "기정사실화하는 건 사실 호도"
정개특위 한국당 간사를 맡고 있는 정유섭 의원도 16일 "(두 대표의) 단식 중단과 건강 회복을 위해 불가피하게 양보하고 검토하자는 단계까지 합의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나경원 원내대표는 17일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기정사실화하는 건 명백한 사실을 호도하는 일"이라며 '유감'을 표시했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도 "(선거제 개편은) 나라야 어찌되든 군소정당으로라도 생존하기 위한 정치공학적 계산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국민들로부터 받을 수밖에 없다"는 글을 16일 페이스북에 올렸다.

6. 여당 일각 "단식이 무슨 마패인가"
더불어민주당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16일 김종민 민주당 정개특위 간사는 "12월까지 정개특위에서 합의안을 만들자는 것은 졸속 합의를 하자는 말"이라면서 "이런 식의 비민주적 자세는 오히려 선거제도 개혁에 방해가 될 뿐"이라고 했다.

매일경제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과 각 당 간사들이 17일 국회 의원회관 심상정 의원실에서 만나 환담하고 있다. 왼쪽부터 자유한국당 정유섭 간사, 심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사진=연합뉴스]


정개특위 위원 18명 중에서 민주당 소속은 8명, 한국당 소속이 6명이다. 바른미래당 소속은 2명, 정의당과 민주평화당 소속은 각각 1명이다. 한국당과 민주당 간사가 곧바로 난색을 표한 만큼 앞으로 논의도 쉽지 않을 것을 예고하고 있다.

이석현 민주당 의원도 같은 날 페이스북에 "단식이 무슨 마패인가"라며 "국민 공감 없는 단식은 민주시대엔 사치일 뿐"이라고 썼다.

7. 손학규 "정치는 신의, 합의 지켜야"
매일경제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야 3당은 민주당과 한국당이 보여주는 태도에 반발하고 있다. 17일 공식 석상에 복귀한 손학규 대표는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써 민주당과 한국당 일부에서 합의문과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데에 우려를 표한다"면서 "정치는 신의다. 5당이 합의하고 대통령이 지지한, 단식을 해서 이뤄낸 합의는 반드시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8. 이정미 "아연실색했다"
매일경제

정의당 이정미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날 이정미 정의당 대표도 김종민 민주당 의원을 언급하며 "재를 뿌리는 발언에 아연실색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야 모두가 호랑이 등에 함께 올라탔다. 합의 실패는 모두의 패배가 될 것이고, 성공은 모두의 성공이 된다는 점을 각별히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병완 민주평화당 원내대표도 "일시적인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시간 벌기용 합의가 아니고,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 진정성을 갖고 매진해 달라"고 주문했다.

[정우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