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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연말 SK 인사, SK텔레콤 계열 발탁 '눈에 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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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올해 연말인사를 보면 정보통신기술(ICT) 계열사에서 SK텔레콤 출신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한 데다, SK하이닉스 등 계열사에 SK텔레콤 출신들이 대거 포진했다. SK하이닉스와 SK브로드밴드의 경우 전략·기획부터 재무, 대관, 법무 등 신임 임원이 대부분 SK텔레콤 박정호 사장과 인연이 있다. SK그룹 ICT사업이 SK텔레콤 출신에게 쏠리면서 그룹 안팎에서는 SK텔레콤이 중간 지주사로 가는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은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정기 인사를 통해 노종원 SK텔레콤 전무를 SK하이닉스 미래전략실장으로 선임했다. 노종원 전무는 SK텔레콤 유니콘랩스장을 맡아온 인물로 박정호 사장과 함께 하이닉스 인수, 도시바 메모리 인수 등을 추진했다. 미래전략본부장을 맡았던 기존 하이닉스 출신 임원인 이상래 전무는 마케팅 담당으로 자리를 옮겼다.

조선비즈

(왼쪽부터) 노종원 SK하이닉스 미래전략실장(전무), 유영상 SK텔레콤 MNO사업부장(부사장), 김동섭 SK하이닉스 대외협력 총괄 사장. /SK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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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SK하이닉스 정기인사에서 유일하게 사장으로 승진한 김동섭 사장도 중책을 맡았다. 김동섭 사장은 박정호 사장과 마산고 선후배 사이다. 김 사장은 이번 인사를 통해 SK하이닉스의 법무, 대관, 지속경영, 홍보 등 대외협력 부문을 총괄하게 된다.

SK하이닉스는 또 연말 인사를 통해 SK그룹 구조조정본부 출신의 차진석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을 재무·구매 담당에 앉혔다. 차진석 부사장 역시 2001년부터 SK텔레콤에 몸담은 바 있다. SK그룹, SK C&C 등에서 박정호 사장과 인연을 맺은 유만석 전무도 이번에 SK하이닉스로 자리를 옮겨 인사 조직을 담당하게 됐다.

SK텔레콤에서는 유영상 이동통신사업부(MNO)사업부장(부사장)이 눈에 띈다. SK텔레콤 내에서 가장 큰 사업부인 MNO사업부를 맡은 그의 나이는 48세다. 역대 경영진 중에서 가장 어린 축에 속한다. 유영상 부사장 역시 박정호 사장의 '이장(소식통)'이라고 불릴 정도로 최측근 중 하나다.

박정호 사장이 높게 평가한 ‘젊은 피’의 약진도 눈에 띤다. 2008년 입사한 류병훈(39) SK텔레콤 매니저(차장급)가 상무로 승진했다. 1980년생으로 최연소 임원이다. 보직은 SK텔레콤 이노베이션 수트 임원이다. 류병훈 상무는 지난 2010년 박정호 사장이 노종원 전무와 함께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했던 인물로 알려져 있다.

SK브로드밴드의 분위기도 달라졌다. 이형희 SK브로드밴드 사장이 물러나고 박정호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한다. SK텔레콤 사장이 SK브로드밴드 사장을 겸직하는 건 지난 2009년 박인식 전 사장 이후 10여년만이다. 합병 가능성도 언급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박정호 사장이 옥수수 투자 유치나 합병처럼 SK브로드밴드 개편을 직접 주도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옥수수는 SK브로드밴드의 모바일 동영상 서비스다.

업계에서는 이번 SK 인사를 놓고 다양한 해석을 내놓고 있다. SK텔레콤이 내년 중간지주사 전환을 염두에 두고 박정호의 사람들을 각 계열사로 보내 사전정지 작업을 수행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우려의 시각도 있다. SK하이닉스의 경우 기존 기존 SK그룹의 사업과는 결이 다르다. SK그룹 주력인 SK이노베이션이나 SK텔레콤은 사실상 내수 전문 기업이다. 연말 인사에서 승진해 SK하이닉스로 옮긴 임원들이 수출 중심의 SK하이닉스를 어떻게 콘트롤할 지 우려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전통적으로 삼성전자에서 반도체를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다른 사업 부문에 비해 마치 독립 회사처럼 운영돼 왔고 인사나 조직개편 프로세스에서도 내부 순환구조를 택해왔다"며 "SK는 삼성과 달리 반도체 특수성 보다는 그룹 차원의 전략을 중시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안별 기자(ahnbyeol@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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