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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르포] 전기 모터사이클로 '오토바이 천국' 베트남 달리는 지오모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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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전 8시. 베트남의 정치 수도 하노이에 겨울비가 내렸다. 기온만 놓고 보면 영상 8도로 한국의 늦가을 수준이었지만 추적추적 내리는 비의 영향으로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국의 겨울보다 훨씬 춥게 느껴졌다.

‘뼈까지 시리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추웠지만 숙소에서 차로 20분쯤 떨어진 전기 모터사이클 전문 기업 지오모터스베트남 사옥으로 가는 도로는 비를 흠뻑 맞은 모터사이클로 가득 차 있었다.

조선비즈

베트남 하노이 시민들이 겨울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모터사이클을 이용해 출근하고 있다. /박지환 기자



두꺼운 외투 위에 비옷을 입은 베트남 사람들이 하노이 도심 교차로에서 대기하다가 주행신호를 받아 달리는 모습은 거대한 쓰나미의 물결처럼 느껴졌다. 빗길의 위험함을 무릅쓰고 일터를 향해 자동차 사이를 누비는 수백대의 모터사이클은 아찔함을 연출하기도 했다. 일부 모터사이클은 인도까지 침범했지만 일상인듯 거리낌이 없었다. 불현듯 80년대 한국의 거리가 떠올랐다.

베트남은 1980년대부터 시작된 도이모이(개혁·개방) 정책과 아세안 11개국이 속한 동남아시아의 정중앙이라는 지리적 이점에 힘입어 수많은 외국기업에 기회의 땅으로 인식된다. 한국도 삼성·LG·롯데 등 다수의 대기업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중소기업이 동남아 시장 공략의 거점으로 삼고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에 따르면 2020년 베트남과 우리나라의 교역액은 1000억달러(약 107조원)를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 모터사이클 전문 중소기업 지오모터스도 베트남에 진출한 수 많은 한국 중소기업 중 하나다. 베트남에 법인을 설립하고 현지 시장을 적극 공략 중이다.

전기 모터사이클을 개발, 생산하는 지오모터스가 베트남에 공략에 나선 이유는 베트남이 태국에 이어 세계에서 2번째로 큰 모터사이클 시장이기 때문이다. 베트남 교통부에 등록된 내연기관 모터사이클은 4300만대로 자동차(200만 대)의 20배 이상이다. 수도 하노이의 유동 인구가 800만명인데 등록된 오토바이 수는 670만대에 달한다. 호치민의 유동인구는 1500만명이고, 등록된 모터사이클은 705만대쯤 된다. 이들 도시의 자동차 수는 각각 46만대, 67만대에 불과하다. 모터사이클이 없으면 안되는 교통구조다.

하지만 모터사이클이 내뿜는 매연은 심각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됐다. 베트남에서 만난 한국기업 관계자들은 지하철은 없고, 버스도 많지 않아 모터사이클을 타고 다니는 사람들이 대다수인데 이 때문에 발생하는 매연으로 대기오염이 심각한 상황이라고 입을 모았다. 기자도 3박 4일간의 베트남 일정 동안 한국의 미세먼지 못지 않게 심각한 매연의 매캐함을 느낄 수 있었다.

호치민시 자원 환경국에 소속된 환경관측분석센터 보고서에 따르면 휘발유를 태우는 모터사이클에서 발생되는 배기가스가 베트남 도시 공기오염원의 70%를 차지한다. 시내 대기 중 일산화탄소(CO)와 부유 입자상 물질(SPM) 농도도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다. 베트남 정부가 도시 미세 먼지 오염의 주범으로 생산 공장의 매연과 자동차나 모터사이클이 내뿜는 배기가스를 지목한 이유다.

오염된 공기로 인한 폐질환도 심각하다. 베트남 풀브라이트대(Fullbright University)가 내놓은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베트남에는 150만명 이상이 만성 폐쇠성 폐 질환을 앓고 있다. 2013년 한해 4만명이 같은 질환으로 사망했다.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4배쯤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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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은 모터사이클이 태국에 이어 세계에서 두번째로 많은 나라다. /지오모터스 제공



베트남의 정치 수도인 하노이시는 대안 마련에 고심한 끝에 경유와 휘발유 등 화석연료로 움직이는 교통수단 사용을 줄이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그린 시티(GREEN CITY)’ 정책을 내놨다. 2025년부터 2030년까지 친환경 공공 교통수단을 확충하고 내연기관 모터사이클의 도심진입 금지, 개인교통수단별 매연측정기 의무 장착, 고형 생활 폐기물 처리시설 개선 등을 통해 도심 대기 오염을 획기적으로 줄이겠다는 것이다.
베트남 과학기술부처의 과학공업 기업 및 시장발전국과 지오모터스베트남이 공동 주관 주관으로 12일 하노이 과학기술대학교에서 개최한 ‘첨단전기 오토바이 기술시장발전’ 세미나에서도 베트남 정부의 의지를 엿볼 수 있었다. 행사에는 베트남 과학기술부 차관, 환경부 차관을 비롯해 현지 언론인 등 100여명이 참석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보였다.
지오모터스는 이날 전기 모터사이클로 베트남에 ‘친환경 녹색기술’의 뿌리를 내려 사업성과 사명감이라는 두 마리의 토끼를 모두 잡겠다고 밝혔다. 이봉세 지오모터스 대표는 "전기 에너지를 사용하는 지오모터스의 모터사이클은 친환경적이고, 유지비도 기존 내연기관 오토바이의 5% 수준에 불과하다"고 강조했다.

지오모터스는 이날 다단 기어 일체형 모터와 이에 특화된 인버터, 친환경 리튬이온 폴리머배터리 등 자사 전기모터사이클의 핵심 기술 3가지를 소개했다. 1단과 2단 기어를 탑재한 다단기어는 에너지 효율을 증가시키고 출력이 높아 오르막길도 문제없이 오를 수 있는 힘을 제공한다. 기어의 변속과 관계된 인버터는 모터에 걸리는 부하를 줄여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모터를 오래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리튬이온 폴리머배터리는 납과 황산으로 구성되는 납산 배터리보다 친환경적이다.

지오모터스가 생산하는 전기 모터사이클용 모터의 출력은 2000W, 4000W, 6000W 등 3종이다. 최고 속도는 각각 75kmh, 90kmh, 120kmh다. 모터 및 배터리의 종류에 따라 다르지만 최장 130km까지 주행할 수 있다. 충전시간은 평균 4시간이고, 급속 충전 시간은 2시간 30분이다.

지오모터스는 2019년 베트남에서만 5만대의 전기 모터사이클을 생산,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이봉세 대표는 "지오모터스가 보유한 독보적인 전기모터 기술을 적용한 전기모터사이클 생산 기지를 베트남에 설립해 베트남이 직면한 환경문제와 경제성장을 균형감 있게 해결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세계 최대 오토바이 시장인 베트남에 전기 모터사이클 사업의 씨앗을 뿌리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펼쳐 베트남이 전기오토바이 메카로 발돋움 할 수 있도록 일조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하노이=박지환 기자(daebak@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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