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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8 (금)

[데스크의 눈]"집은 사는 곳" 인식전환을 위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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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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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미국 집을 계속 갖고 있다가 딸한테 물려줄까 싶었는데 그럴 이유가 전혀 없겠더라고요. 재산세에 유지보수비, 관리비 등을 합하면 월세를 받아도 별로 남는 게 없고 양도소득세도 면제받을 수 있기에 그냥 팔았죠”

작년 7월에 미국 뉴저지의 투룸 아파트를 판 지인의 말이다. 한국으로 돌아오면서 집을 보유할까, 팔고 갈까 고민하던 그는 결국 팔기로 결정했다.

매년 재산세로 감정공시가의 2.23%를 내야 하고 수도요금이나 전기요금 등 생활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관리비도 집주인 몫이다. 세입자가 수리나 보수를 요구하면 해줘야 한다. 사람 한번 부르는데 200~300달러는 기본이다. 집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 만으로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상당한 셈이다. 반면 집을 처분할 양도소득세는 주마다 다르지만 뉴저지주에서는 양도차익이 100만달러(약 11억3200만원) 미만일 경우 양도세가 면제된다.

실수요자가 집을 살 수 있는 문턱은 낮다. 지인의 집을 산 매수인은 1983년생 엔지니어로 집값의 10%만 갖고도 나머지를 대출 받아 집을 샀다. 은행에서는 소득이 있으니 갚을 능력이 된다고 판단해 대출을 내준 것이다. 매수인의 대출이 주택 구입에 사용되는지에 대한 검증도 깐깐하게 한다. 매매 계약 당일 은행직원과 감정평가사까지 동석해 계약 과정을 지켜봤다. 매수인으로서는 월세보다 은행 대출금리가 싼데다 대출도 90%까지 가능하고 중개수수료는 전적으로 매도인이 부담하니 쉽게 매수 결정을 내린 것이다.

미국도 뉴욕 맨해튼이나 샌프란시스코 도심 주택값이 급등해 주거불안 문제를 겪기는 우리와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적어도 주택거래를 둘러싼 시스템과 세제가 투자자보다는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다.

서울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집값은 어느 정도 잡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적어도 내년 초까지는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높다. 9.13 대책으로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을 3.2%로 중과하고 대출 여력을 크게 줄인 효과가 컸다. 하지만 이로 인해 실수요자들의 내집마련 문턱은 크게 높아졌다. 높아진 수준이 아니라 아예 막혔다고 보는 게 맞다는 하소연이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팔고 싶어도 양도세 중과 때문에 못 파는 경우 역시 부지기수다.

주택시장 안정 차원에서 안심하기도 이르다. 거래절벽이 이어지고 매수세력이 누적되면 작은 스파크 하나에도 큰 불로 번질 수 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C 노선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했고 GTX-A 노선도 연내 착공하는 등 교통호재가 잇따르고 있다. 정부는 이날 내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예타 면제사업을 늘리겠다고 하고 현대차의 삼성동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건립 등 대형 개발사업을 추진하다고 밝혔다.

집값 안정이 이어지려면 집은 사는 것이 아닌, 사는 곳이라는 근본적인 인식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부동산 거래와 관련한 시스템부터 갖춰야 한다. 실제 살지 않는 집은 파는 게 낫다는 판단을 하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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