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9 (토)

패션업계 연타석 홈런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토종 패스트 패션(SPA) 브랜드 '스파오(SPAO)' 매출이 올해 3000억원을 돌파합니다. 3년 안에 1조원대에 진입해 유니클로와 '맞짱' 제대로 뜨겠습니다."

지난 7일 스파오 강남점에서 만난 정수정(46) 이랜드월드 대표는 자신만만했다. 패션 거리 강남역에 있는 스파오 강남점은 스파오·미쏘·후아유 등 핵심 패션 브랜드 5개를 한데 모은 이랜드월드의 대표 매장이다.

조선비즈

정수정 이랜드월드 대표가‘스파오’강남점에 전시된 모형 트로피를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그는“스파오 매출을 3년 안에 1조원까지 키워 유니클로와‘맞짱’제대로 뜨겠다”고 했다. /박상훈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랜드월드는 이랜드그룹의 주력 기업이자 지주회사. 경기 불황과 소비 부진이 겹쳐 매출 하락세로 고전하던 2016년 3월 정 대표는 패션 부문 CEO에 올랐다. 그룹의 최연소 여성 최고경영자(CEO)였다. 취임 이듬해 이랜드월드의 SPA 브랜드를 모두 흑자로 돌려놓았고, 올 들어서는 전체 브랜드 매출이 흑자 전환했다. 올해 국내와 해외에서 매출 3조5000억원, 영업이익 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브랜드 26개→16개로 줄여…모두 흑자 전환

정 대표는 "아동복 사업 전체를 이랜드리테일에 넘겼고 비용이 많이 드는 오프라인 매장은 과감하게 정리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그가 취임할 때 26개였던 브랜드는 지금 16개다. 그는 "지난 2년간 선택과 집중을 통해 벌인 개편 작업이 결실을 맺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스피드(speed) 경영'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유니클로를 추격해 따라잡겠다는 전략도 속도에 기반을 두고 있다. 그는 "베트남과 인도·방글라데시 등 해외 생산 기지에 주문을 내서 국내 매장에 제품이 진열되는 과정을 단 5일 만에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순간순간 변화하는 고객의 니즈를 재빠르게 확인해 실시간으로 제품에 반영한 것이 변화의 핵심이다.

조선비즈


정 대표는 "유니클로는 기본 스타일 '베이직 핏(fit)' 제품을 대량생산해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는 방식이지만, 우리는 색상과 디자인 등에서 몇 가지 포인트를 더 추가하기 때문에 좀더 다양한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고객과 직접 접하는 판매 직원들의 의견을 공유해 제품 생산 과정에 즉각 반영하는 '데일리 시트(daily sheet)'제도의 효과도 컸다고 했다. 히트 상품으로 꼽히는 '짱구 파자마' '세일러문 티셔츠', 최근 선보인 '해리포터 컬래버레이션(협업)' 제품은 모두 일선 직원들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철저한 현지화로 中에서도 통해

이랜드월드는 '중국판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광군제(光棍節·11월 11일)에서 최근 3년 동안 매출 1위 국내 기업 자리를 고수했다. 올해는 732억원을 기록했다. 정 대표는 '현지화 전략' 덕분이라고 평가했다. 브랜드 이름과 기본 콘셉트만 남기고 색상과 디자인, 타깃을 철저히 현지 시장에 맞춘 결과라고 했다.

"한국에선 검정, 회색, 네이비를 좋아하지만 중국에선 빨강, 노랑, 핑크색 선호가 압도적입니다. 정장 바지와 셔츠를 즐겨 입는 한국 직장인과 달리 중국에선 티셔츠나 청바지처럼 좀더 자유로운 패션 아이템이 먹히거든요."

정 대표는 현재 중국과 말레이시아에 있는 7개 스파오 매장을 더 늘리고, 동남아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고 했다.

1996년 이랜드에 입사한 정 대표는 로엠 브랜드장, 중국사업부, 미쏘본부장 등을 거치며 20여년간 패션 일선에서 잔뼈가 굵었다. 육군 대령으로 전역한 부친을 따라 초등학교만 네 곳을 다녔다는 그는 "적응력에선 내가 갑(甲)"이라고 말했다. 고려대(가정교육학과) 재학 중 응원단으로 하루 10시간 전력을 다해 뛰고 소리치며 체득한 열정과 몰입의 가치를 경영에서 활용하고 있다고 했다.

"스파오는 패스트 패션을 뜻하는 'SPA'와 감탄사 '오!'를 결합한 말입니다. 그러나 저는 'SPA 오리지널'이라고 생각해요. 글로벌 SPA 시장을 지배하는 진정한 '넘버 원' 브랜드로 도약하겠습니다."

채성진 기자(dudmie@chosun.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