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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9 (토)

[단독]끝없는 최저임금 갈등… 이번엔 ‘유급휴일 폭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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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용부 “시행령 개정안 다음주 의결… 유급휴일도 근로시간 포함해 계산”

시급 달라져 최저임금 위반 늘듯… 17개 경제단체 “철회하라” 성명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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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올해 8월 입법예고한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을 강행해 근로자의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기로 했다. 정부 논리대로라면 일부 대기업 근로자도 최저임금(내년 시급 8350원)을 위반할 수 있어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17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정부는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20일 관계부처 차관회의에서 논의한 뒤 다음 주 국무회의를 열어 의결할 방침이다. 개정안은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된다.

개정안의 쟁점은 실제 일하지 않은 시간까지 근로시간에 포함하도록 한 대목이다. 개정안이 시행되면 주휴시간(한 주를 개근한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주휴수당에 해당하는 시간) 등 유급휴일이 근로시간에 포함된다. 하루 8시간씩 주 5일 일하는 근로자의 실제 월 근로시간은 174시간(8시간×5일×4.35주)이다. 매달 근무일이 달라 한 달 평균은 4.35주로 계산한다. 하지만 주휴수당을 1주일에 8시간(주휴시간)씩 받는다면 개정안에 따라 월 근로시간은 209시간(8시간×6일×4.35주)으로 늘어난다.

문제는 근로시간이 달라지면 시급도 달라진다는 점이다. 월급이 170만 원일 때 실제 근로시간(174시간)으로 나눠 계산하면 시급은 9770원이다. 내년도 최저임금보다 많아 문제가 없다. 하지만 개정안대로 주휴시간을 포함해 계산하면 시급은 8134원으로 최저임금법 위반이 된다. 일부 대기업은 노사 합의로 주휴시간을 16시간까지 주는 곳도 있다. 이 경우 월 근로시간이 243시간까지 늘어나 시급은 6996원으로 뚝 떨어진다. 고용부와 노동계는 주휴수당이 월급에 포함되는 만큼 근로시간에도 유급휴일을 넣어야 한다는 계산이다.

개정안은 기존 법원 판례와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대법원은 최저임금 위반 여부를 판단할 때 “실제 일한 시간만 근로시간에 포함하라”고 판결해 왔다. 하지만 그동안 유급휴일을 근로시간에 포함하라는 행정해석을 운영해온 고용부는 혼선이 커지자 아예 시행령에 이를 못 박아 판례 뒤집기에 나선 것이다.

경영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 등 17개 경제단체는 이날 “유급휴일을 최저임금 산정 근로시간에 포함시키는 정부 개정안이 시행되면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도 위반 사례가 속출할 수 있다”며 “시행령이 아닌 국회 입법으로 (이 문제를) 풀어야 한다”고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유성열 기자 r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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