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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9 (토)

[레이더A] 아세안이 바라는 신남방정책 `4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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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지난달 국립외교원 아세안·인도 연구센터에서 태국 명문대인 탐마삿대 끼티 쁘라시르쑥 교수의 특별 세미나가 열렸다. 주제는 '2019년 아세안 의장국 태국-한국에 대한 기대와 가능한 파트너십'. 올해 싱가포르에 이어 내년 태국이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의장국을 맡는다. 동아시아 정치 외교 전문가인 끼티 쁘라시르쑥 교수는 이 자리에서 한국의 아세안 정책인 신남방정책에 대해 '3C' 제안을 내놨다고 한다.

첫 번째 C는 'Concrete(구체성)'다. 한국 정부는 신남방정책에 대해 "사람(People), 상생번영(Prosperity), 평화(Peace) 등 3P를 토대로 '사람 중심의 평화와 번영의 공동체' 달성이 목표"라고 설명해왔다. 하지만 한국은 물론 현지에서조차 '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적지 않다. 신남방정책이 거대 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프로젝트로 이어져야 아세안의 마음을 훔칠 수 있다는 얘기다.

두 번째로 'Consistency(일관성)'를 주문했다. 노무현정부는 '동북아 경제 중심'을, 이명박정부는 '신(新)아시아 구상'을, 박근혜정부는 '동북아평화협력구상과 유라시아이니셔티브'를 각각 내놨고 그다음에 '신남방정책'이 등장했다. 아세안 입장에선 한국 정권이 바뀌면서 협력의 범위와 강도가 들쭉날쭉했다는 지적인 셈이다. 현지 공무원들도 여전히 신남방정책이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 많다. 따라서 한국에 아세안 정책만큼은 정권과 상관없이 추진해달라는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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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C는 'Comprehensive cooperation(종합적인 협력)'이다. 아세안은 한국과의 교역에서 무역적자를 앓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포스트 차이나'로 뜨는 아세안을 생산기지나 소비 시장에 치우쳐 공략할 경우 반감을 살 수 있다. 우리보다 먼저 아세안을 휩쓸었던 일본은 1970년대 경제 식민지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현지에서 반일(反日) 폭동을 겪었다. 경제도 좋지만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다양한 분야서 균형 있게 협력해야 한다고 끼티 교수는 강조한 것이다.

끼티 교수가 언급하지 않았지만 중요한 C가 하나 더 있다. 기업(Company)이다. 아세안이 가장 '모시고' 싶어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아니라 우리 기업들이다. 아세안 국가들이 목말라하는 기술이전과 인재 양성, 인프라 개발 등은 한국 기업과 현지 로컬 기업 간 협업 등을 통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가 아세안에서 활약하는 우리 기업들의 기를 팍팍 살려주고 세심하게 지원해줘야 하는 이유다.

최근 신남방정책의 성과가 나와야 하는 시점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내년 한·아세안 대화 관계 수립 30주년을 기념해 특별정상회의도 예정돼 있다. 문재인정부 들어 한국에서 개최되는 첫 다자 정상회의다. 제대로 된 성과를 내려면 4C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하다.

[임영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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