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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6 (목)

차세대 전력반도체 개척 나선 예스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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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0억 벤처가 뛴다 / ⑤ 예스티 장동복 대표 ◆

매일경제

"전기자동차, 태양광 발전 등 4차 산업혁명에 꼭 필요한 탄화규소(SiC) 전력반도체 사업 진출로 제2 창업을 준비 중입니다. 예스티의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것입니다."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장비를 제조하고 있는 강소기업 예스티의 장동복 대표(사진)는 최근 기자와 만나 신사업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스티는 2000년 설립돼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생산 시 필요한 열 제어 전문 장비를 생산하는 업체다. 지난해 삼성전자의 라인 증설 덕분에 매출이 두 배 이상 커져 1504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는 SK하이닉스까지 판로를 확대했다. 장 대표는 "2016년 물량이 없을 때 과감하게 생산라인을 증설한 것이 지난해 큰 매출로 이어졌다"면서 "현재도 공장 증설을 추진 중이며 내년 하반기에는 현재의 3배 규모로 생산 능력이 확대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예스티의 앞날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계의 시황이 곧 꺾인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신규 투자가 축소되는 분위기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예스티는 반도체·디스플레이 신규 장비 개발과 고객사 확대는 물론 내부적으로는 물류 시스템을 혁신해 원가를 절감하고 있다. 장 대표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지난 8월 SiC 전력반도체를 양산하는 예스파워테크닉스에 약 70억원을 투자하고 관계사로 편입시킨 것. SiC 전력반도체는 TV 가전을 비롯해 전기자동차, 태양광, 에너지저장장치(ESS), 5G 통신장비 등에 사용되는 부품이다. 전자기기의 전력을 제어해 배터리 사용 시간을 늘리고 전력 사용량을 줄이는 역할을 한다. 업계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으로 최근 SiC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세계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3억200만달러(약 3500억원)에서 2023년 15억달러(1조7250억원) 이상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자기기에 안정적 전압과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반도체는 소재로 현재 실리콘이 쓰이지만 고전압, 고전류, 고내열 등의 특성을 가진 제품은 기존 실리콘 소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이에 따라 SiC 전력반도체가 차세대 전력반도체로 부각되는 상황이다. 특히 연비가 중요한 전기차의 경우 에너지 변환 손실을 최대 90%까지 절감할 수 있는 SiC 전력반도체가 필수다.

"일반 실리콘 전력반도체는 태양광과 자동차의 높은 열과 진동 및 충격으로 인해 효율적으로 사용되기 어렵습니다. 도요타, 테슬라는 이미 전기자동차에 SiC 전력반도체를 적용하고 있죠. 고전력, 저저항, 높은 내구성을 지닌 SiC 전력반도체가 실리콘 파워 반도체를 대체해 나갈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SiC 전력반도체는 국내 산업 기반이 미미한 상황이다. 현재 SiC 전력반도체 시장은 미국의 크리, 독일의 인피니온, 일본의 롬 등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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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스파워테크닉스 포항공장에서 SiC 파워반도체 웨이퍼를 검사하고 있다. [사진 제공 = 예스파워테크닉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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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C 전력반도체는 지금까지 국내에서 양산에 성공한 기업이 없죠. 회사 내부에서도 말렸지만 미래를 위해 사재를 투자하더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시작했습니다. 인수한 예스파워테크닉스는 SiC 전력반도체를 생산하는 국내 첫 기업입니다." 장 대표는 "예스파워테크닉스는 올해는 매출액이 30억원 수준이지만 태양광 발전의 ESS와 전기차 충전 시스템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하고 내년부터 전장부품과 고효율 TV 파워 시장에 진출하면 매출은 크게 성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예스파워테크닉스는 현재 웨이퍼 기준으로 월 300장을 양산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양산 안정화 및 투입량 확대를 통해 월 600장으로 생산량을 확대할 예정이다. 하지만 국내에 SiC 전력반도체 산업 기반이 미미한 데다 중소기업이다 보니 어려운 점도 한둘이 아니다. 예를 들어 최근 SiC 전력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는 반면 공급은 부족하다 보니 기본 원자재인 SiC 에피 웨이퍼의 수급이 쉽지 않다.

"국내 SiC 에피 웨이퍼를 개발하고 있는 업체와 국산화 공동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톱3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겁니다."

[안병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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