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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9 (화)

불길 속 90대 할머니 구조한 '불법체류' 스리랑카인, 영주권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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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 니말씨./LG복지재단 제공


화재 현장에서 90대 할머니를 구한 스리랑카 출신 이주노동자가 대한민국 영주권을 얻게 됐다.

법무부는 ‘외국인 인권보호 및 권익증진협의회’를 열어 참석 위원 만장일치로 스리랑카인 니말(38)씨에게 영주 자격을 부여하기로 결정했다고 16일 밝혔다. 국민의 생명·재산 보호에 기여한 공로로 외국인이 영주권을 받은 사례는 니말씨가 최초다.

니말씨는 지난해 2월 경북 군위군 한 과수원 인근 주택의 화재 현장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90세 할머니를 구조했다. 화재 당시 니말씨는 아무도 현장에 접근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상황에서 혼자 불길 속으로 뛰어들어갔다. 니말씨는 할머니를 무사히 구조했지만 이 과정에서 얼굴과 폐 등에 심각한 화상을 입어 3주간 중환자실에서 입원 치료를 받았다. 지금도 지속적인 치료가 필요한 상태다.

니말씨는 같은 해 6월 보건복지부로부터 의상자로 인정받았다. 의상자는 다른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를 구하기 위해 구조 활동을 하다 다친 사람으로, 증서와 보상금 등 예우와 지원을 받게 된다. 불법체류 신분의 외국인이 의상자 인정을 받은 것은 니말씨가 처음이다. 니말씨는 2011년 취업 목적으로 국내에 입국해 2016년 7월 체류 기간이 만료된 뒤 불법 체류를 하고 있었다.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지난 6월 니말씨가 국내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기타자격(G-1) 체류 허가를 내주고, 이어 불법 체류 범칙금을 면제해줬다. 또 그가 의료보험 혜택을 받고 정식으로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영주권 부여 절차를 추진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불법체류 경력이 있지만 형사범죄를 저지른 사실이 없고 귀감이 되는 행동을 했다"며 "정부에서 공식 의상자로 지정된 점 등을 협의회가 종합적으로 고려해 영주권 부여를 결정했다"고 했다.

니말씨의 영주권 수여식은 오는 18일 오전 11시 대구출입국·외국인사무소에서 열린다.

[박현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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