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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인터넷 '로또' 구매 허용했더니…복권 사업자만 '휘파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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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편의성 높이면서 금액제한 '과몰입' 방지

최소 예치금 2만원 로또 사도 남아

남는 금액 다른 인터넷 도박 유입 우려

'인생 한방' 꿈꾸는 서민들 자극

전문가 '기관차 효과' 우려…복권위, "사행성 낮출 방안 고민"

아시아경제

동행복권 인터넷 사이트에 있는 인터넷 복권들. 수천만~수억원대의 '잭팟 당첨금'도 안내하고 있다./사진=동행복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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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관주 기자] 최근 인터넷으로 '로또'를 구매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직장인 이성윤(31ㆍ가명)씨는 별다른 생각 없이 구매를 위해 '동행복권' 인터넷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순식간에 2만원을 날렸다.

사연은 이렇다. 인터넷 로또는 한 주에 최대 5000원(5게임)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그러나 구매를 위한 최소 예치금은 2만원. 로또를 구매하고 1만5000원이 남은 상황에서 로또 구매창 옆에 있는 다른 인터넷 복권들이 이씨의 눈에 들어왔다. 5분에 한 게임씩 즐길 수 있는 데다 수억원대의 '잭팟' 금액에 혹한 이씨는 남은 돈으로 다른 인터넷 복권을 구매하기 시작했다. 결과는 모두 낙첨. 이씨는 "로또나 연금복권같은 복권은 알고 있었는데 인터넷 복권이 따로 있는지 몰랐다"며 "로또를 사고 돈이 남다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복권이 눈에 들어왔다"고 말했다.

로또복권 구매의 편의성을 높이면서도 구매 금액을 제한, 복권 과몰입을 방지하겠다는 복권위원회의 인터넷 로또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고 있다. 인터넷 로또 구매를 위해 복권 사이트를 찾았다가 다른 복권으로 유입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수탁사업자인 동행복권의 배만 불려주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13일 기획재정부 복권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달 2일부터 신규 복권사업 수탁자인 ㈜동행복권이 운영에 들어감과 동시에 기존 오프라인 판매만 됐던 로또를 인터넷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도서ㆍ산간지역이나 지방에서는 로또 구입이 어려웠던 만큼 구매 편의성을 높이기 위한 취지다. 다만 복권위는 사행심리 등을 우려해 인터넷 로또 구매를 1회차(일주일) 당 최대 5게임(5000원)으로 규제하고, 모바일은 제외한 PC로만 구입할 수 있도록 제한을 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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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복권의 한 종류인 스피드 키노. 10개의 숫자만 고르면 되는 단순한 방식에 1억원이 넘는 잭팟 당첨금, 5분이면 한 게임씩 돌아간다. 도박중독 전문가들은 "사행 요소가 짙다"고 지적한다./사진=동행복권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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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로또 구매를 위해 필요한 예치금이 최소 2만원으로 정해져 있어 단지 로또만 구매하려 찾았다가 필요 이상의 인터넷 복권을 구매하는 경우가 잦아지고 있다. 특히 수천만~수억원의 '잭팟' 당첨금을 내걸고 홍보하는데다 5분마다 게임이 갱신돼 사행성 요소도 짙다.

더 큰 문제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복권인 로또가 인터넷으로 구입이 가능해지면서 인터넷 복권의 존재가 모두에게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전 복권사업 수탁자인 나눔로또가 운영할 당시만 해도 인터넷 복권은 아는 사람들만 알던 일종의 '합법적 도박'이었다.

전문가들은 '기관차 효과'를 경계하고 나섰다. 기관차 효과는 합법 도박을 즐기다 금액 등에 만족하지 못하고 불법 도박으로 연결되는 현상을 의미한다. 한국도박문제관리센터 한 지역센터 전문상담사는 "5분마다 게임이 갱신되는 등의 인터넷 복권 시스템은 불법 도박사이트에서 진행하는 게임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사행요소가 커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복권위원회 관계자는 "최소 예치금은 수수료 등을 고려해 동행복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면서도 "인터넷 복권 신규 유입자수 등 추세를 지켜보면서 사행성 요소를 낮출 방안 등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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