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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짬짜미' 한 기업에 일주일새 두번 '과징금 취소' 판결 받은 공정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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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한진정보통신에 11월30일·12월7일 연이어 패소
서울시 신고 받았으나 '단순 제보'로 판단..'늑장 처분'에 소멸시효 지나기도
공정위 "재판부별 구법·신법 달리 적용해 빚어진 일..승소한 사건도 8건"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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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거래위원회가 짬짜미(남모르게 자기들끼리만 짜고 하는 약속이나 수작)를 저지른 한진정보통신에 부과한 과징금 처분은 처분시효가 지났기 때문에 위법하다는 법원 판결이 이례적으로 일주일 사이에 두 건이나 나왔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법 행정2부(양현주 부장판사)는 한진정보통신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2건의 행정소송에서 지난달 30일과 이달 7일 "과징금 납부명령을 취소하라"고 각각 판결했다. <본지 12월 10일자 8면>
■'제보' '신고', 엇갈린 시효 기준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정보통신은 서울시가 2011년 발주한 상수도 지리정보시스템(GIS) 강남지구 사업(관련매출액 약 23억5000만원)에서 공간정보기술·대원항업·새한항업·한국에스지티·중앙항업 등과 함께 경쟁을 피하고, 낙찰가를 높이기 위해 낙찰자와 들러리를 사전에 정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건을 포함해 상수도 GIS 사업에서 수년간 업체들 간의 담합이 벌어지고 있으니 조치해 달라 내용을 담은 ‘상수도 GSI DB 정확도 개선사업 입찰 담합징후 신고’라는 제목의 공문을 2011년 8월 공정위에 발송했다.

조사에 착수한 공정위는 담합행위를 포착, 지난 1월 한진정보통신에 시정명령과 함께 1억1800만원의 과징금 처분을 내렸다.

이에 한진정보통신 측은 "이번 담함 사건에 대한 처분시효는 이미 지났다"면서 공정위의 처분은 위법하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의 쟁점은 서울시의 신고가 단순한 '제보'에 그치는 지, 공정거래법상 '신고'에 해당하는 지 여부다. 공정거래법은 신고사건은 신고접수일을, 인지사건은 최초 현장조사일을 조사개시일로 본다.

이 때문에 전자의 경우 담합에 대한 조사개시일은 공정위가 첫 현장조사를 실시한 2013년 11월로 적용돼 2012년 3월 개정된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분시효는 2018년 11월까지로 늘어난다. 개정규정은 조사개시일로부터 5년까지 처분시효를 두고 있다.

후자의 경우 서울시가 신고한 2011년 8월을 공정위의 조사가 개시된 시점으로 보고, 담합행위가 종료된 지 5년이 지나면 처분시효가 완성되는 옛 공정거래법이 적용돼 2016년 3월 이후의 처분은 무효가 된다.

공정위 측은 재판 과정에서 "신고사건과 인지사건의 구별에 관해 공정위는 넓은 판단 재량을 갖고 있다"며 "서울시의 신고는 형식과 내용에 비춰볼 때 단순한 제보에 그쳐 공정거래법상 신고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서울시의 신고는 공정거래법상 ‘신고’에 해당하는 요건을 충족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신고의 주체는 서울시로서 공신력이 높고 그 내용이 구체적인 인데다, 서울시는 참여업체들의 행위가 부당한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명시하면서 판단 근거를 설명했다”며 “공정위가 내린 처분의 인정사실이 신고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설명했다.

재량권을 인정해달라는 공정위 측 주장에 대해서는 “해당사건이 신고사건인지 인지사건인지를 판단할 수 있는 재량이 인정되지만, 재량권의 일탈·남용의 단계에 이르러서는 안 될 것”이라며 “단순한 제보에 불과하다고 보고 해당사건이 신고사건이 아니라는 주장은 재량권의 범위를 넘어선 주장으로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처분은 이미 2016년 3월 처분시효가 완성 됐기 때문에 위법이라며 7일 원고 승소 판결했다.

■"구법.신법 적용, 법리적 쟁점"
재판부는 한진정보통신이 '항공촬영 용역입찰' 과정에서의 담합에 대한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도 '처분시효가 지났다'는 이유로 4억6000만원의 과징금을 취소하라고 지난달 30일 판결했다.

공정위 측은 신법이 시행된 후 같은 담합 사건을 놓고도 재판부 별로 처분시효 완성에 대한 견해가 엇갈리는 만큼 법리적인 부분의 쟁점일 뿐 공정위의 과실로는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항공촬영 용역입찰' 사건의 경우 구법을 따라야 할 지, 신법을 따라야 할 지가 핵심"이라며 "공정위는 신법에 따라 처분시효가 남았다고 봤고, 우리가 승소한 사건 8건이 현재 대법원에 올라 간 상태"라고 전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공정위가 사업체와의 불복소송에서 패소해 사회적 비용이 늘면서 과징금 부과 처분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편 바른미래당 이태규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공정위가 행정소송에서 패소해 과징금을 환급한 규모는 총 2356억5900만원으로, 이자액만 약 80억원에 이른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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