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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자주포 폭발' 생존자 이찬호의 희망가…"살아남은 것만도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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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서전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 펴내…수익금 전액 기부하기로

절망 딛고 사고후 1년4개월 기록 담아…"희망은 좇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

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성서호 기자 = "제가 살아있는 것만으로도 기적 같아요. '이런 저도 꿋꿋하게 살고 있습니다'라고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어요."

지난해 8월 강원도 철원에서 발생한 자주포 폭발사고로 크게 다친 이찬호(24) 씨가 희망의 말을 건넸다.

한때 배우를 꿈꿨으나 군 복무 중 당한 사고로 송두리째 바뀌어버린 자신의 삶을 담은 자서전 '괜찮아 돌아갈 수 없어도'를 통해서다.

이 씨는 16일 연합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다시 걷기 시작하면서 생각이 많이 바뀌었다"며 "분명히 알고 지내던 것들이 새롭게 느껴졌고, 이런 생각을 정리할 수단으로 글을 썼다"고 말했다.

이 씨는 지난해 8월 18일 오후 강원도 철원군 갈말읍 지포리 육군 사격장에서 K-9 포사격 도중 발생한 폭발사고로 온몸을 크게 다쳤다. 당시 사고로 이 씨 외에 4명이 다치고 2명이 아까운 목숨을 잃었다.

이 씨는 "당시 사고가 잊히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올해 1월부터 글을 쓰기 시작했다"며 "아직도 군에서는 K-9 자주포를 쓰고 있고, 누군가는 또 다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사고가 잊히지 않게 하기 위해 썼지만, 책 내용으로는 희망을 얘기하고 싶었다"며 "사고 이후 1년 4개월간 보고 느낀 것을 정리해 240여쪽에 담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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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씨는 책에서 '화상 치료 과정에서도 죽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하얀 가운을 입은 치료사들이 저승사자처럼 보였다'고 절망적인 상황을 얘기하는가 하면 '모든 것이 다 타버렸지만, 쌍꺼풀은 건졌잖아', '난 분장이 필요 없어 누구보다 리얼하지. (핼러윈데이에) 나도 초대해줘!'라며 농담도 건넨다.

이 씨의 책 표지에는 그가 왼손 등을 정면을 향하게 돌린 채 손가락으로 '브이'(v) 자를 그린 사진이 실렸다.

사고 당시 이 씨는 몸의 여러 곳에 화상을 입었고 왼손은 손등을, 오른손은 손바닥을 다쳤다. 특히 오른손은 심하게 오그라들어 다 펼 수도 오므릴 수도 없다.

"그 왜 페트병이 한번 찌그러지면 원상복귀가 안 되잖아요. 오른손이 그런 상태예요."

이 씨는 통화 도중 병원 치료를 받으면서도 자신의 몸 상태를 그렇게 무심한 듯 전했다. 글을 쓰느라 잠시 퇴원했던 이 씨는 최근 다시 입원해서 수술을 기다리고 있다.

이 씨는 "요즘 사회에서 누구나 다 힘들다고 하는데 '나도 이제 꿋꿋하게 살아가고 있다', '이런 나도 괜찮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다"며 "이건 내 이야기지만 우리 모두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많은 분이 공감하고 여러 생각을 할 수 있도록 다채롭게 썼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라는 사람이 앞으로 어디에서 어떻게 쓰일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희망을 갖고 살 생각"이라며 "희망은 좇아가는 게 아니라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씨는 내년 1월 발간되는 책을 통해 나오는 수익금 전액을 한림화상재단을 비롯해 곳곳에 기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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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사고 전 군복무 시절 이찬호씨



so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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