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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3 (수)

전쟁 피해 한국 온 시리아인…法 “난민 인정 거부해도 체류는 허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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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으로는 인정하지 않더라도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생명의 위협이 있다면 인도적 체류를 허가해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중앙일보

제주에 입국해 난민신청한 예멘인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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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국적의 외국인 A씨는 2016년 2월 단기 체류자격으로 한국에 입국해 서울출입국 관리사무소(현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난민 인정 신청을 했다. 그가 난민 인정을 받기 위한 면접에서 진술한 내용에 따르면 A씨는 시리아에 살면서 정부군과 반군 사이의 전쟁으로 인해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2013년에는 가족들이 살던 집이 폭격을 당하기도 했다. A씨가 전쟁에 참여하지 않기 위해 징집을 거부하고 한국에 온 이후인 2016년 12월 A씨는 부모와 배우자는 물론 자녀들과 연락이 끊겼다.

서울출입국은 A씨에 대한 면담 내용 등을 종합해 지난해 5월 난민 불인정 처분을 내렸다. 본국으로 돌아갔을 때 ‘박해를 받게 될 것이라는 충분히 근거 있는 공포’를 인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A씨는 법무부에 이의신청을 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서울출입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다.

A씨의 사건을 맡은 서울행정법원 행정7단독 이승원 판사는 난민으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A씨의 주장은 받아들이지 않으면서도 인도적 체류를 불허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이 판사는 “시리아는 현재 내전 중이기 때문에 A씨가 본국으로 돌아갈 경우 생명의 위협을 받을 것이란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며 “인도적 체류를 허가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판사는 A씨의 난민 인정 여부와 관련해 징집 거부 사유를 쟁점으로 봤다. 난민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인종·종교·국적 등 특정 사회 집단의 구성원 신분이나 정치적 의견으로 박해받을 만한 충분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법원은 A씨가 “모든 전쟁과 누군가를 죽이는 모든 행위가 싫다”고 말한 것을 근거로 “A씨의 징집거부는 병역에 대한 공포나 전투에 대한 공포 수준을 넘어 정치적 신념에서 비롯됐다고 보긴 어렵다”고 판단했다. 징집거부 자체가 정치적 견해 표현이라는 A씨의 주장은 인정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이 판사는 A씨에 대한 인도적 체류는 허가돼야 한다고 결정했다. 그는 “A씨가 시리아로 돌아가면 고문 등의 비인도적 처벌 등으로 생명을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인도적 체류 허가는 내려져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이어 서울출입국이 난민 불인정 처분을 하면서 인도적 체류 허가에 대해 적지 않은 점에 대해 지적했다. 난민 신청에 대한 판단을 내릴 때 인도적 체류에 대한 결정을 같이 내려야 한다는 것이다.

한편 제주출입국청은 제주도에 입국한 예멘인 2명을 처음으로 난민으로 인정했다고 지난 14일 발표했다. 또 50명에 대해서는 인도적 체류 허가 결정이 내려졌다. 이날 발표로 지난 4월 이후 출도가 제한된 예멘 난민 신청자 484명 중 난민 인정자는 2명, 인도적 체류허가자 412명, 단순불인정 56명, 직권종료 14명으로 심사가 마무리됐다.

정진호 기자 jeong.jin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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