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거진 '치어리더 폐지론'
찬반 놓고 '젠더 갈등' 또 확산
최근 한 사이트에 올라온 치어리더 모집 공고다. 치어리더는 스포츠 선수들을 응원하고 관람객과 선수와의 연결고리를 하는 역할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기에서 어리고, 키가 크고, 늘씬한 여성 치어리더가 성적매력을 극대화하는 방식으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면서 늘 논란의 중심에 있었다.
특히 지난 10일 미성년자 치어리더 황다건(사진)씨가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일베)’에서 성희롱을 당한 사실을 토로하면서 다시 논란이 불거졌다. 특정 커뮤니티의 성희롱 문제가 아닌 미성년자의 치어리딩을 금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치어리더를 폐지해야 한다는 국민청원으로까지 이어졌다. 더 나아가 치어리더를 비롯해 레이싱걸, 라운드걸 등 각종 ‘스포츠걸’의 퇴출 논의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성성 극대화해 성상품화, 폐지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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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 폐지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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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세계 최고의 자동차 경주대회인 포뮬러1(F1)에서는 올해 시즌부터 '그리드걸(F1의 레이싱걸)' 제도를 폐지한 바 있다. 올 시즌 첫 경기인 호주 멜버른 그랑프리에서부터 그리드걸을 경기장에 세우지 않았다. F1은 폐지 성명에서 “그리드걸 관행은 수십년 동안 F1의 필수요소라고 여겨졌지만, 우리는 이런 관습이 우리가 추구하는 F1의 가치와 맞지 않고, 현대 규범에도 맞지 않는다고 판단했다”며 폐지 이유를 밝혔다.
‘스포츠걸’의 폐지가 사회학적으로 옳은 수순이라는 설명도 있다. 이나영 중앙대 사회학과 교수는 “스포츠와 여성이라는 사회적 시각에서 봤을 때, 스포츠에서 주(主)는 남성 선수이고 여성은 남성선수를 치어(Cheer)하는 보조적 수단으로 존재해온 측면이 있다"며 "이번 성희롱 사건으로 치어리더가 폐지 되는 것이 옳은 수순이라고 보지는 않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폐지되는 것이 옳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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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 포뮬러원 코리아 그랑프리' 결승전이 열린 전남 영암군 삼호읍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에서 F1 그리드걸들이 포즈를 하고 있다. [중앙포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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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희롱이 잘못인데 본질 왜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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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어리더 황다건씨가 10일 자신의 SNS에 토로한 일간베스트 성희롱 게시물. 황다건씨 SNS캡처 |
치어리더 폐지론 자체가 '2차 피해'라는 지적도 있다. 배복주 전국성폭력상담협의회 대표는 "성희롱 사건과 치어리더 등 여성을 상품화시키는 직업군이 필요한가에 대한 논의는 완벽하게 다른 문제"라며 "누구나 성희롱 발언을 하면 안 된다는 인식이 공유돼야 하는데, 그것(성희롱)을 이유로 직업을 없애자는 건 본질을 벗어난 논의"라고 지적했다. 이어 "여성성을 강조하는 직업이라는 이유로 성희롱을 당할 만하다는 것은 야하게 옷을 입은 성범죄 피해자에게 책임을 지우는 ‘피해자 책임론’ ‘성희롱 유발론’과 다를 것이 없다”고 덧붙였다. 성을 강조하는 것이 성희롱이란 범죄를 당해도 된다는 용인을 의미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폐지보단 스포츠 산업의 구조적 개선 필요”
이명준 한국성평화연대 대표도 “성상품화 논란은 이번 치어리더 사건에서만 있었던 게 아니라, 여아이돌이나 여성모델 등 사회전반에서 지속적으로 있었다"며 "단순히 성상품화 직업을 없애자는 것은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성별간의 갈등유발을 조장하는 데에 그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이런 이슈의 가장 근간에는 '성상품화는 나쁜것이다' '그리고 그 섹슈얼리티상품을 소비하는건 남성이다' 라는 전제가 있는데, 이에 대해 근본적 의문을 가지고 논의를 한 뒤 치어리딩을 소비하는 자세에 대한 교육과 건전성 확보 등을 위해 노력해야지 무조건 폐지 주장은 성갈등 조장과 다를 바 없다"고 강조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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