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1월21일 이전 의회 표결
EU 협상 위해 브뤼셀 갔지만
‘전면적 양보’ 얻긴 어려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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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12일(현지시간) 집권 보수당 하원의원의 신임 투표에서 살아남았다. 이 투표는 메이 총리가 지난달 유럽연합(EU)과 체결한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에 반발해 총리 퇴진을 요구한 강경파들이 주도했다. 전체 317명 의원 중 200명이 ‘신임’을 선택해 ‘불신임’(117명)보다 많았다.
보수당이 메이 총리를 불신임할 가능성은 당분간 사라지게 됐다. 당규에 따라 향후 1년 동안은 불신임 투표를 다시 부칠 수 없기 때문이다. 메이 총리는 브렉시트 협상을 마무리짓고 2022년 차기 총선이 열리기 전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메이 총리가 숨 쉴 공간을 얻었다”고 표현했지만, 브렉시트의 운명과 그의 앞날은 여전히 가시밭길이다.
메이 총리는 의회의 브렉시트 비준 표결을 내년 1월21일 이전에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13~1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EU의 추가 양보를 이끌어내려고 한다. 그는 재신임 투표 직후 “북아일랜드 안전장치(백스톱)안과 관련해 하원 의견을 들었다. 우려를 해소할 법적·정치적 보장을 받아내겠다”는 말을 남기고 브뤼셀로 떠났다.
백스톱은 브렉시트 이후 2년의 과도기 내에 영국이 EU 회원국과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 동맹에 잔류시킬 수 있도록 하는 임시 협정이다. 사실상 단일 경제권을 형성하고 있는 영국령 북아일랜드와 아일랜드 간 국경이 합의 결렬로 하루아침에 엄격하게 통제되는 것을 막기 위해 마련했다.
문제는 영국이 EU 동의 없이 백스톱을 종료할 수 없다는 점이다. 메이 총리는 “백스톱은 일시적 조치일 뿐”이라는 EU의 확약을 받아내겠다는 입장이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도 “재협상은 없다”면서도 합의안이 영국 의회를 통과할 수 있도록 문구를 구체화하는 것은 가능하다고 했다. BBC는 협정안 본문을 수정하지 않고 “부록” 형태로 보완하는 방안이 거론된다고 전했다.
의회가 브렉시트 합의안을 비준한다면 영국이 내년 3월29일까지 EU를 탈퇴하는 ‘질서 있는 이혼’이 가능해진다. 그러나 비준안이 거부될 경우 지난 18개월간 협상을 이끌어 온 메이 총리의 리더십에도 치명적 손상이 불가피하다. 사퇴 등 정치적 거취를 결정해야 한다. 야당인 노동당이 메이 총리의 불신임 투표를 추진할 가능성도 있다. 메이 총리가 물러날 경우 조기 총선이 치러질 공산이 크다.
제2 국민투표도 부결 시 거론되는 시나리오다. 의회가 합의안을 거부한 상태에서 EU와의 브렉시트 합의안을 지지할지 거부할지, EU에 남을지 잔류할지를 두고 국민의 뜻을 묻겠다는 것이다. 국민투표론은 지난 10일 유럽사법재판소가 “영국은 EU 동의를 얻지 않고도 브렉시트 결정을 번복할 수 있다”고 판결해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떠오르는 상황이다.
영국 정부와 EU 간 브렉시트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고, 영국 내부에서도 혼란상이 지속된다면 영국과 EU가 아무 합의 없이 결별하는 이른바 ‘노딜 브렉시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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