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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2 (금)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英메이 기사회생했지만…브렉시트 여전히 안갯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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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신임 투표에서 자리를 지키는 데 성공했다. 하지만 이번 신임 투표의 원인이 됐던 유럽연합(EU)과의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합의안에 대한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하다. 당내 반발 세력이 적지 않은 것을 이번 투표에서 확인한 만큼 리더십 위기가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 메이 총리는 12일 저녁(현지시간) 여당인 보수당 하원 의원 317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신임 투표에서 찬성 200표를 받았다. 반대는 117표가 나와 83표 차이로 재신임됐다.

내부 혼란은 일단락됐지만 3분의 1이 넘는 의원이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메이 총리는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파이낸셜타임스(FT)는 메이 총리가 불신임 위기를 넘겼지만, 큰 대가를 치렀다고 지적했다. 그가 당내 반발에 밀려 재선 포기를 선언했을 뿐 아니라 보수당 내 분열상이 부각된 탓이다. 이날 신임 투표에 앞서 메이 총리는 자신에 대한 지지와 함께 반대 세력을 달래기 위해 2022년 총선 이전에 사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단 총리직은 유지했지만 더욱 험난한 여정이 메이 총리를 기다리고 있다. 앞으로 있을 브렉시트 협상 과정에서 의회 반발이 심한 '안전장치(backstop)' 방안을 수정하기 위해 EU를 설득해야 한다. 메이 총리는 당장 13일부터 이틀 일정으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각국 정상들을 만나 자신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다.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 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또한 '안전장치'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돼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다른 규제가 적용된다. 이러한 점이 영국 의회에서 강한 반발을 샀다.

하지만 EU 태도는 완강하다. 지난 11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메이 총리와 만난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본인 트위터에 "EU 정상회의에 앞서 메이 총리와 오랜 시간 솔직한 논의를 했다"며 "분명한 것은 EU 회원국들이 메이 총리를 돕기를 원하지만 문제는 '어떻게'이다"고 적었다. 같은 날 독일 베를린에서 메이 총리를 만난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재협상은 더는 없을 것"이라며 더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앞으로 펼쳐질 브렉시트 행방은 EU와의 재협상 결과에 달려 있다. 메이 총리는 지난 11일 예정됐던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승인 투표를 연기하면서 내년 1월 21일 이전에 새로운 안을 표결에 부치겠다고 밝혔다. 재협상에서 의회를 설득할 만한 합의안을 가져오지 못하면 브렉시트 합의문에 대한 승인 투표에서 부결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합의문에 대해 의회가 찬성하면 '질서 있는' 브렉시트가 진행된다. 하지만 부결되면 상황이 더욱 복잡해질 것으로 보인다.

노동당을 비롯한 야당에서 정부 불신임 제출로 인한 조기 총선이 열릴 가능성이 남아 있다. 노동당은 우선 메이 총리와 EU의 재협상 결과를 지켜본 후 정부 불신임안 제출 시기를 결정하겠다는 계획이다. 영국 '고정 임기 의회법(Fixed-term Parliaments Act 2011)'에 따르면 조기 총선은 두 가지 조건 중 하나를 충족시켜야 한다. 하원 전체 의석 중 3분의 2 이상 의원이 조기 총선 동의안에 찬성하면 바로 조기 총선에 들어간다. 또는 의회에서 내각 불신임안을 먼저 통과시킨 후 14일 이내에 새로운 내각에 대한 신임안이 하원에서 의결되지 못하면 조기 총선을 치른다. 이 절차의 기준은 과반 의석이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이날 신임 투표 결과가 나온 직후 "오늘 투표는 아무것도 바꾸지 않았다. 총리는 다수 지지를 잃었다"며 조기 총선을 시사했다. 나이절 도즈 북아일랜드민주연합당(DUP) 부대표는 BBC방송에 "메이 총리의 신임 투표 승리가 총리의 브렉시트안에 반대하는 의회 상황을 바꾸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이 밖에 제2브렉시트 국민투표가 실시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영국 싱크탱크인 '브리튼 싱크스'가 지난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EU를 탈퇴해야 한다는 답변은 18%에 불과해 국민투표를 실시하면 브렉시트가 무산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지난 10일 유럽사법재판소(ECJ)가 영국이 브렉시트 결정을 일방적으로 철회할 수 있다고 판결한 이후 제2 국민투표 주장이 탄력을 받고 있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꼽히는 '노딜' 브렉시트로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노딜 브렉시트란 영국이 협상 없이 EU를 탈퇴하는 것을 뜻한다. 영국중앙은행은 노딜 브렉시트를 의미하는 '무질서한(disorderly)' 브렉시트가 발생하면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와 제1차 세계대전 직후 나타난 불황보다 더 심각한 수준의 경제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분석했다.

[김덕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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