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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6 (화)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강찬호의 직격 인터뷰] 김성태 "두번 만난 문 대통령, 머릿속 국정 8할이 북한인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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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 만난 대통령, ‘북한’만 거론

“김정은 약속 지킨다” 깊은 신뢰

탈원전도 한치 양보 없이 완강

고성 오가자 “무섭다. 살살하라”

청와대 2인자는 임종석, 막강 위세

박원순, 여당에 영향력 큰 것 실감

한국당 우경화 안돼 … 중도로 가야

당 대표 출마 여부, 내년 초 결정

당 침몰 위기 막고 물러난 김성태 전 한국당 원내대표

중앙일보

김성태 전 원내대표는 ’문재인 대통령의 김정은 끌어안기의 종착역은 북핵 폐기여야 한다. 이것 없으면 어떤 햇볕정책도 헛수고다. 문 대통령이 그런 인식을 갖고 노력해 성공하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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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 임기를 마치고 평의원으로 돌아간 ‘들개’ 김성태 자유한국당 전 원내대표는 역대 어느 원내대표보다 극적인 1년을 보냈다. 6.13 지방선거 참패로 한국당이 벼랑 끝에 몰렸을 때 ‘김병준 비대위’ 카드를 던져 위기를 돌파했다. 9일간 단식하며 반대파에 손찌검을 당하고 병원에 실려 가는 봉변 끝에 ‘드루킹 특검’을 성사시키기도 했다. 퇴임 전후 두 차례 그를 인터뷰했다.



Q : 임기를 마친 소회는.



A : “하루도 편한 날이 없었다. 특히 기한을 넘긴 내년도 예산 처리 과정에서 심신이 만신창이가 됐다. 입 안이 헐어서 말도 안 나온다. 내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원내대표에게 감사를 표한다. 그가 드루킹 특검을 받아줬기에 내가 9일 만에 단식을 마쳤다. 그도 얼마나 힘들었던지 임기 7개월 만에 원형탈모증에 걸렸다고 한다.”




Q : 가장 기억에 남는 업적으로 ‘드루킹 특검’을 꼽는데.



A : “그렇다. 원내대표가 단식하는 게 사실 대단히 어려운 일인데 밀어붙인 결과 특검이 성사됐다. 그러나 청와대 압박 때문에 특검이 강단 있게 수사하지 못한 게 안타깝다. 민주당 추미애 대표(당시)가 ‘김경수는 아니다’라며 가이드라인까지 쳤지 않나. 청와대가 민주당 시켜 전한 메시지 아니겠나. 그게 영향을 미쳐 재판에도 반영이 됐다고 본다.”




Q : 홍영표 원내대표가 드루킹 특검을 받아들인 과정이 궁금하다.



A : “5월 11일 내가 단식 끝에 입원한 다음날 새벽, 그가 내 병실로 아무도 모르게 찾아와 ‘특검 받을 테니 이젠 소소한 거로 싸우지 말자’고 하더라. 그러면서 ‘이젠 남북관계 같은 큰 문제를 다루자. 4.27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안 내는데 협조해 달라’고 요구하더라. 특검과 판문점 선언 지지를 맞바꾸자는 얘기인 셈이었다. 그 결과 특검이 성사됐지만 판문점 선언 지지 결의는 북한 비핵화에 진전이 없어 불발됐다. 그점은 홍 원내대표에게 미안하다.”




Q : 그만큼 민주당과 정부가 남북관계에 목을 매고 있다는 방증 아닐까.



A : “그렇다. 내가 만나 본 문재인 대통령의 머릿속 국정은 8할이 북한인 듯했다. 8월 16일과 11월 5일 두 차례 청와대에서 문 대통령과 만났는데 관심사가 대부분 북한이더라. 특히 판문점 선언 비준 동의에 강하게 집착했다. 회동이 끝났는데도 날 붙잡고 신신당부하더라. 11월 회담에선 ‘김정은 위원장은 꼭 약속 지킵니다’고도 강조했다. 김정은에 아주 깊은 신뢰를 가진 것 같더라. 내가 ‘일방적인 북한 지지는 안 된다’고 했지만 ‘한·미 간에 긴밀히 협조하며 가고 있다’면서 넘어가 버리더라.”




Q : 탈원전에 대한 생각은 어떻던가.



A : “두 번 회담에서 남북관계 외에 문 대통령이 가장 강하게 집착했던 게 ‘탈원전’이었다. 정책 전환을 요청했지만 한 치 양보 없이 완강하더라. 게다가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도 자꾸 대통령 편을 들며 거들더라. 화가 나 ‘교섭단체 대표만 발언권이 있다. 당신은 옵서버일 뿐’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고성이 터지니까 대통령이 ‘무서워 못하겠다. 살살해주시죠’라고 할 정도로 살벌했다.”




Q : 경제가 힘들다는 걸 거론했는가.



A : “‘비현실적인 소득 주도 성장 노선을 폐기하시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대통령은 마이동풍이더라. ‘적폐 청산 허울 아래 정치보복을 멈추라’고도 했지만 역시 묵묵부답이었다.”




Q : 서울교통공사의 ‘특혜고용’ 의혹을 국정조사로 가져가는 데 성공했는데.



A : “민주당이 국정조사 요구를 받아들인 건 정치적으로 들여다볼 측면이 많다. 내가 협상하면서 보니까 박원순 서울시장이 민주당에 가진 영향력이 최소 30%는 넘어 보였다. 박 시장은 이명박·박근혜 정부 시절 7년간 시장으로 재직하면서 좌파 인사들을 먹여 살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수 정부 치하에서 갈 곳 없어진 이들을 서울시 산하기관에 취직시켜 살려준 거다. 이들이 박 시장 원군이 돼 고용특혜 국정조사를 극력 저지했다. 민주당 서울 지역 의원들을 포함해 죄다 민주당 사람들이다. 홍 원내대표가 힘들었을 수밖에 없다.”




Q : 최종 결정이 이뤄진 전말은.



A : “홍 원내대표가 협상 도중 날 찾아와 ‘최종 조율을 위해 이틀만 시간을 달라’고 했다. ‘되겠구나’하는 감이 오더라. 그 혼자만의 결단은 아니었을 거다. 마침 시점이 문 대통령이 (고용세습 등) 사회적 비리를 우회적으로 비판한 직후였다. 거기에 답이 있을 거다.”




Q : 청와대 뜻이 반영됐다는 얘긴가.



A : "…(말없이 고개만 끄덕했다).”




Q : 민주당과 협상하면서 청와대가 뒤에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가.



A : “내가 협상 도중 새로운 제안을 하면 홍 원내대표는 즉답을 쉽게 못하더라. 그걸 보면 알 수 있는 일 아닌가.”




Q : 지난 5월 문 대통령이 청와대발로 개헌안을 냈을 때 “스스로 철회하라”며 반발했다.



A : “문 대통령은 한 달 뒤 6.13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려고 나라의 미래가 달린 개헌안을 던진 것이다. 분노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병도 정무수석이 날 찾아와 ‘대통령이 오랫동안 고민한 끝에 낸 개헌안’이라며 협조를 부탁했지만 ‘쇼하지 말라’며 야단치고 돌려보냈다. 문 대통령이 개헌안을 외국 순방 중 전자서명으로 결재한 것도 문제였다. 그래서 ‘개헌 갖고 불장난하면 밤에 오줌 싼다’고 했다.”




Q : 청와대에서 누가 제일 실세인 것 같나.



A : “문재인 정권의 2인자는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이다. 대통령 유럽 순방 도중 그 비서가 선글라스 끼고 전방부대 시찰하는 게 말이 되나. 또 외국 요인이 서울에 오면 해당 부처 장관이 아니라 임 실장과 만난다. 여야정 협의체가 일정을 못 잡고 공전했을 때도 임 실장 판단으로 해결됐다. 아랍에미리트(UAE)와 외교 갈등이 터지면서 우리 당이 정부를 맹공했을 때도 날 찾아온 사람은 임 실장이었다.”




Q : 임 실장과 무슨 얘기를 했나.



A : “임 실장이 지금 당신이 앉은 바로 그 자리에 앉아 나랑 1시간 30분이나 얘기했다. 대통령 비서실장이 야당 원내대표 방에 찾아와 그렇게 오래 얘기한 적 없다. 그만큼 중요했다는 얘기다.”




Q : 이명박 정부가 UAE에 원전을 수주하면서 ‘유사시 한국군이 UAE를 지원한다’는 비공개각서(MOU)를 맺은 걸 현 정부가 ‘수정해야 한다’고 했다가 UAE와 마찰을 빚은 걸 말하나.



A : “그 말이 대강 맞다. 대한민국이 국익을 위해 부수적으로 군사협력을 약속하고 문제없이 이행해왔는데 돌연 문재인 정부가 괜한 문제를 삼으며 난리를 자초한 거다.”




Q : 그 결과 임 실장은 물론 대통령까지 UAE로 날아간 건가.



A : “그렇다. 거기에다 UAE 실권자인 모하메드 빈 자이드 알 나흐얀 아부다비 왕세제의 내년 초 방한까지 추진되고 있지 않나. 얼마나 마찰이 심각했으면 이러겠나. 현 정부의 아마추어 이념 외교가 빚은 대참사다. 과거 보수 정부가 한 일은 전부 적폐로 내몬 결과다.”




Q : ‘김병준 비대위’가 성사된 과정은.



A : “당내 논란이 많았지만 그분밖에 길이 없어 밀어붙였다. 6번이나 의총을 연 끝에 비대위가 출범했다. 김병준 위원장이 낙점된 건 당 개혁에 대한 의지가 확실해서였다. 내가 ‘당신 인생에서 가장 큰 실패가 될 수도 있다’고 했는데도 전혀 주저하는 기색이 없더라. 문 대통령 지지율이 80%를 웃돌 때였는데 김병준 위원장은 ‘나라가 한쪽으로만 쏠리면 위험하다’며 중책을 자청했다. 문 대통령을 잘 아는 사람이라 고른 측면도 있다. 좌파 눈에 보이는 우파의 문제점을 가장 잘 아는 이도 그 아닌가.”




Q : 김병준 외에도 유망주가 있지 않았나.



A : “이국종 아주대 의대 교수를 찾아갔다. 워낙 절박해서였다. 그분도 흔쾌히 만나주더라. 내가 한국당의 대표적 ‘흙수저’ 아닌가. 중동에서 모래바람 맞고 일하며 학비 번 사연에 감동한 것 같더라. 하지만 위원장직은 끝내 고사했다.”




Q : 한국당의 미래는 어떻게 가야 하나.



A : “가장 경계해야 할 게 당의 우경화다. 극우세력이 주도하는 당으로 비치면 미래는 없다. 극우적 주장도 존중하되, 합리·실용적 정당으로 자리매김해 외연을 넓혀가야 한다.”




Q : 야권 통합은 어떻게 해야 하나.



A : “김병준 비대위가 이달 안에 당의 새로운 가치와 노선을 제시할 것이다. 그러면 내년 1월 안에 우리 당 사람들은 그 노선을 따를 것인지 거부할 것인지 결정해야 할 시점이 온다. 거부하는 사람은 2월 전당대회를 통해 정리돼 당의 색깔이 보다 분명해질 것이다. 그 뒤에 다른 야당들과 범보수 대통합을 추진할 수 있다.”




Q : 오세훈 전 서울시장을 영입한 이유는.



A : “김용태 사무총장이 데려와야 한다고 주장했고, 본인이 희망한 측면도 있다. 당을 역동적으로 움직일 인재의 하나라고 봤다. 더 많은 인재가 필요하다. 황교안 전 총리도 영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Q : 내년 2월 전당대회에 출마할 것인가.



A : “내년 1월 말까지 나의 원내대표 활동 1년에 대한 당내의 평가가 이뤄질 것이다. 그 결과를 보고 출마 여부를 결정할 생각이다. 중요한 건 새 대표는 김병준 비대위가 내놓을 당의 가치와 비전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 맡아야 한다는 거다.”




Q : 친박계 지원을 받은 나경원 의원이 후임 원내대표에 당선됐는데.



A : “나 의원은 합리·논리적 성품이라 당을 효율적으로 이끌 것이다. 난 투쟁 일변도였기에 당 운영에도 변화가 필요한데 나 의원이 적격이다. 나 의원은 특정 계파에 얽매이지 않아 온 대표적 정치인이다. 그런 그가 당선된 건 당이 계파 갈등을 넘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의원들의 뜻이 작용한 결과다.”


김성태는 …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으로 노동계에서 잔뼈가 굵은 한국당 중진 의원. 80년대 중동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로 일하며 노동운동에 입문했고 2003년엔 노사정위원회 노동계 대표로 활동했다. 2008년 한나라당에 입당해 18대 총선(강서을)에서 승리한 이래 같은 지역에서 내리 3선을 했다. 노동현장에서 닦은 전투적인 협상력과 친서민적 이미지가 장점. 1958년 경남 진주 출생. 진주기계공고·강남대 법학과 졸업.



강찬호 논설위원

정리=변은샘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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