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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3 (일)

이슈 '브렉시트' 영국의 EU 탈퇴

브렉시트 합의안 英 의회 표결 연기…향후 시나리오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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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결날짜 구체적 명시 안해…내년 1월 21일 이전 열릴 듯

EU와 재논의서 '안전장치' 내용 수정될지 주목

연합뉴스

메이 총리_브렉시트 합의안 표결 연기 (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AP



(런던=연합뉴스) 박대한 특파원 = 영국 정부가 11일(현지시간) 예정했던 브렉시트(Brexit) 합의안 승인투표를 연기하면서 당분간 브렉시트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지속될 전망이다.

당초 영국 정부는 이날 승인투표에서 브렉시트 합의안이 가결되면 이후 이행법률 심의 및 탈퇴협정 비준동의 절차를 거쳐 내년 3월 29일 EU(유럽연합)와 공식 결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승인투표 자체가 연기되면서 이같은 일정에도 차질이 생겼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예정대로 승인투표를 실시한다고 수 차례 밝혀왔던 만큼 갑작스러운 투표 연기 이후 상황을 예상하는 것도 쉽지 않다.

◇ 승인투표 1월?…메이, EU 지도자 설득에 총력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메이 총리는 투표 연기를 발표하면서 언제 표결을 다시 실시할지에 관해서는 명확한 날짜를 제시하지 않았다.

다만 올해 제정한 EU 탈퇴법에 근거해 내년 1월 21일 이전까지는 구체적인 날짜를 지정할 계획이다.

메이 총리는 전날 의회에 출석한 자리에서 야당은 물론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가장 크게 우려하는 '안전장치'(backstop) 방안에 변화를 주기 위해 EU 지도자들과 논의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메이 총리는 이날 마르크 뤼테 네덜란드 총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 등을 만나는 데 이어, 13∼14일 EU 정상회의에 참석해 회원국 지도자는 물론 EU 집행위원회 및 이사회 수뇌부를 접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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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EU, 브렉시트 합의안 재논의? (PG)
[최자윤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 [사진출처] EPA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과 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미래관계 합의에 이르지 못할 경우 영국 전체를 당분간 EU 관세동맹에 잔류하도록 하는 내용을 브렉시트 합의안에 담았다.

문제는 일단 '안전장치'가 가동되면 영국이 일방적으로 협정을 종료할 수 없어 EU 관세동맹에 계속 잔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

아울러 '안전장치' 하에서는 북아일랜드만 EU 단일시장 관할에 놓이게 되는데, 이 경우 영국 본토와 북아일랜드 간 다른 규제가 적용되면서 영국의 통합성을 저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 EU와 재논의 결과 따라 브렉시트 운명 달라질 듯

향후 브렉시트를 둘러싼 혼란은 영국과 EU가 '안전장치'를 포함한 EU 탈퇴협정에 어떤 변화를 주는지에 달려 있다.

이와 관련해 일간 더타임스는 향후 일어날 수 있는 시나리오를 정리했다.

우선 메이 총리가 EU와의 논의해서 법적 구속력이 있는 변화를 이끌어내는 경우다.

영국 정부는 이미 '안전장치'와 관련해 영국이 이를 일방적으로 종료할 수 있는 권리에 관한 조항을 협정에 추가하는 방안을 준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는 이 조항이 협상 테이블에 올라오지 않았지만 EU와의 논의에서 이를 부활시킬 수 있다는 설명이다.

만약 이같은 방안에 대해 EU의 양보를 이끌어내면 영국 의회에서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의 지지를 상당 부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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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일랜드-북아일랜드 국경 인근 [로이터=연합뉴스]



그러나 EU가 "브렉시트 재협상은 없다"고 천명한 만큼 EU 정상회의에서 회원국 지도자들이 합의문에 손을 대는 변화를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보다는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안전장치'와 관련해 불명확한 부분을 보다 명확화하는 식의 작은 변화를 추진하는 경우를 생각해볼 수 있다.

도날트 투스크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영국 의회 표결 연기 소식이 전해지자 트위터를 통해 "'안전장치'를 포함해 합의안 재협상은 없다"면서도 "영국의 비준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준비는 돼 있다"고 밝혔다.

EU 측은 이미 '안전장치'에 관한 영국의 우려를 달래기 위해 의향서(LOI)를 체결하거나, '안전장치'를 피하기 위한 노력에 관한 내용을 추가적으로 '미래관계 정치선언'에 담는 방안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이같은 변화만으로는 영국 의회 내 반대파들의 분노를 달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같은 합의안을 들고 메이 총리가 다시 의회 승인투표에 나서더라도 여전히 부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아예 메이 총리가 EU와의 논의에서 별다른 소득을 올리지 못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메이 총리는 만약 EU가 변화를 수용하지 않으면 '노 딜'을 할 수밖에 없다는 최후통첩을 날릴 수 있다.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이같은 '노 딜'에 찬성할 수 있지만, EU 잔류 지지 의원들은 브렉시트 제2 국민투표나 다른 '소프트 브렉시트'(Soft Brexit) 대안으로 눈을 돌릴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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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도버항 인근에서 유럽으로 가기 위해 대기 중인 화물트럭들 [AFP=연합뉴스]



더타임스는 이번 표결 연기로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위협이 다시 증대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보수당 당규에 따르면 하원에서 확보한 의석(315석)의 15%, 즉 의원 48명 이상이 '1922 위원회' 그레이엄 브래디 의장에게 대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하면 투표가 열리게 된다.

현재 보수당 내에서 메이 총리에 대한 불신임 서한을 제출한 의원은 26명 내외로 전해졌다.

pdhis9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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