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7.09 (화)

'불신과 불공평' 대전교육…사학비리에 교사 투신·청렴도는 '전국 꼴찌'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대전CBS 신석우 기자

노컷뉴스

자료사진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대전 교육이 몸살을 앓고 있다.

조직에 대한 불신과 불공평에 대한 인식이 팽배하다.

사학의 비리는 줄을 잇고 조직의 청렴도는 3년째 바닥이다. 그런데도, 제대로 된 징벌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조직은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형국이다.

#1. 대전 A사립고 학부모들은 지난 10일부터 대전교육청 앞에서 ‘사학비리 단죄’와 ‘임시이사 파견’을 촉구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자정 능력을 넘어선 각종 비리” 상황에도 처벌 등 학교 정상화를 위한 어떠한 조치도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실제 전교조 대전지부가 제시한 이 학교의 비리 유형을 보면 학교장의 경우 ▲공인 인증서 부정 사용 및 사문서 위조 및 행사 ▲수익자 부담경비 정산 부적정 등 학교 회계질서 문란 등의 의혹을 사고 있다.

학교 행정실장 등은 자신의 가족이 운영하는 업체에서 급식용 쌀을 구매하면서 수 년간 시세보다 비싼 가격을 책정했고, 반찬 등의 구매 과정에서도 낙찰 하한률을 잘못 적용해 학부모들에게 8700만원의 비용을 더 부담토록 했다.

또 이 학교에서는 이사장의 조카인 기간제 교사와 여학생간 부적절한 관계 및 시험문제 유출 의혹도 제기돼 충격을 주기도 했다.

이 밖에도 운동부 학생 폭행과 공금 횡령 비리 등의 의혹도 제기된 상태로 학부모들은 “자정 능력을 넘어섰다”고 강조하고 있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상황이 이런데도) 감사를 진행한 대전교육청은 해당 교장에 대해 ‘경징계’ 처분 요구만 했고, 급식과 관련해서는 행정실장 등 관련자 4명에 대해 경고 처분만 요구했을 뿐 학교장에게는 면죄부를 줬다”고 주장했다.

교육계 안팎에서는 설동호 대전교육감과 해당 학교 교장, 또 교육청 감사관실 인사가 같은 고교 출신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2. 또 다른 사학 B고교에서는 정규 교사 채용 과정에서 필기와 논술로 제시한 1차 시험 전형을 필기와 서면심사로 ‘갑작스레’ 변경했다. 해당 시험 합격자는 이 학교 교장의 딸.

2015년 벌어진 일인데 최근 감사원 감사를 통해 알려졌다. 하지만, 대전교육청은 감사원 발표 후에야 이 같은 사실을 인지했으며, 이 후에도 해당 학교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지난 10월 진행된 국정감사에서 바른미래당 이찬열 의원은 “대전에서는 2014년부터 매년 교원 채용비리 의혹이 제기되고 있지만, 교육청의 개선 의지가 부족하다”며 “이는 대전교육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3. 복기해보면 이찬열 의원의 지적은 매우 정확했다. 최근 국민권익위 발표에 따르면 대전교육청은 전국 17개 시.도 교육청 가운데 청렴도 16위를 기록했다.

2016년 15위, 지난해 14위에 이어 올해는 16위. 3년째 ‘전국 꼴찌’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무엇보다 내부 청렴도 평가가 최하위권이라는 점이 대전교육청 입장에서는 뼈아프다.

국민권익위로부터 청렴컨설팅을 받고, 일선 교사의 청렴 연수 의무화 등의 정책을 펼쳤지만, 결국 ‘보여주기식’에 그쳤을 뿐 부조리한 조직 문화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게 내부 직원들의 평가인 셈이기 때문.

노컷뉴스

불량 급식에 이어 비리에 연루된 대전지역 급식 업체들이 잇따라 유죄 판결을 받으면서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 대전교육청은 그 동안 급식 납품업체들의 잇따른 유죄와 부정 채용 및 공금 유용 등 일부 사학의 그릇된 관행을 바로잡는데 소극적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가깝게는 무상급식이나 무상 교복, 멀게는 국정교과서나 시국선언 참여 교사 처리 등 굵직한 국정 사안에 대해서도 갈팡질팡, 신뢰를 주지 못한 측면도 있다.

“불투명한 조직 문화 속에서 칭찬과 징벌이 불공정하다보니, 조직에 대한 불신과 불만은 쌓이고 업무 효율성은 떨어질 수 밖에 없지 않겠느냐”는 게 교육계 인사의 말이다.

전교조 대전지부는 “설동호 교육감과 대전시교육청에 묻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사학비리 단죄 의지는 있는가”라며 “비리 당사자는 사학이지만, 비리를 키우는 곳은 교육당국으로 이렇게 감사 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는데도 내년부터 감사 기능을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이관하겠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라고 밝혔다.

#4. 이런 가운데 10일 오후 대전의 한 아파트 단지 화단에서 C고교 교사가 투신해 숨진 채 발견됐다. C 고교는 얼마 전 ‘스쿨미투’가 제기돼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곳이다.

잇따른 사학 비리에도 솜방망이 처벌로 학부모들로부터 항의를 받으며 3년째 전국 꼴찌 수준의 청렴도를 기록하고 있는 대전교육청. 교사 투신까지 더해지면서 우울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조직의 수장인 설동호 교육감의 결단이 필요하다”는 게 교육계 많은 인사들의 의견이다.

공정과 공평, 정의가 조화되지 못한 사회는 불신과 불만으로 혼란스럽기 마련이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