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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1 (월)

[지역이슈]'아이들은 없었다' 충북도·도교육청의 머쓱한 무상급식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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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놓고 2015년에 이어 또다시 갈등을 빚은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도의회의 최후통첩에 10일 오전 도청 집무실에서 합의를 이뤄냈다. 이시종 충북도지사가 합의서 서명을 위해 도청을 찾은 김병우 충북도교육감과 악수하고 있다. 2018.12.10.in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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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 무상급식 시행을 놓고 2015년에 이어 또다시 갈등을 빚은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10일 도의회의 최후통첩에 머쓱한 합의를 이뤘다.

그동안 따가운 도민들 시선 속에서도 양 기관은 소모적 논쟁으로 대립했다. 협상 과정의 중심에 아이들도 없었다.

단지 '밥값 좀 덜 내겠다'는 이전투구 뒤로 갈등과 대립만 확대 재생산됐다.

합의 과정 속내를 보더라도 대의명분이나 수장들의 철학보다는 아이들의 먹거리를 볼모로 서로 필요한 것을 하나씩 주고받는 모양새를 보였다.

명문고 육성에 대해 "자신의 교육 철학과도 맞지 않고 요즘에 맞지 않는 옛날 생각"이라며 강한 발언을 쏟아냈던 김병우 도교육감은 불과 이틀 만에 유연한 입장으로 돌아섰다.

이시종 충북도지사도 본인이 공약한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내세워 명문고 육성을 얻어내는 수완을 발휘한 듯 보인다.

하지만 합의의 중심에는 무상급식의 대상인 학생과 학부모는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벼랑 끝 전술을 펼친 이유가 무상급식 분담금이 없어서도 아닌 듯 했다.

진통 끝에 민선 7기 전면 무상급식을 합의한 충북도와 도교육청의 셈법을 살펴본다.

◇고교 무상급식·명문고 육성 맞교환했나

도와 도교육청이 내년부터 고교 무상급식을 전면 시행하기로 이날 합의했다.

이날 양 기관의 합의에 따라 고교 무상급식은 내년부터 전면 시행한다. 비용은 도와 도내 11개 시·군이 초·중·고·특수학교 식품비의 75.7%를 부담한다.

도교육청은 나머지 식품비 24.3%와 운영비, 인건비, 시설비 전액을 낸다.

내년도 무상급식비는 초·중·특수학교 1135억원, 고등학교 462억원 등 총 1597억원이다. 도가 585억원을, 도교육청은 1012억원을 부담한다.

지원 대상은 초·중·특수학교 396개교 12만8819명이다. 고교는 84개교 4만4353명이다.

도와 도교육청은 미래 인재 육성을 위한 협력도 약속했다. 도교육청은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을 포함한 다양한 미래형 학교 모델을 창출하게 된다.

창의 융합형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수준 높은 교육환경을 조성하는 데 노력하기로 했다. 도는 인재양성재단과 기타 유관기관과 협력 체계를 구축, 인재 육성을 위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하게 된다.

기존 태도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던 도가 갑자기 태도를 바꿔 도교육청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합의가 가능했다.

이를 두고 도가 추진한 명문고 설립이 협상 카드로 활용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무상급식과는 다소 동떨어진 데다 양 기관의 애초 협상 과정에서 논의조차 없던 자율학교 지정, 명문고 육성 등이 협약서에 명기됐기 때문이다.

도는 그간 고교 무상급식의 식품비 분담 비율은 50대 50으로 하고 3학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주장을 펴왔다.

고교 무상급식은 의무교육이 아닌 만큼 초·중·특수학교와 달리 새로운 방식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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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인진연 기자 =고교 무상급식 시행을 놓고 2015년에 이어 또다시 갈등을 빚은 충북도와 도교육청이 도의회의 최후통첩에 10일 오전 도청 집무실에서 합의를 이뤄낸 뒤 환담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선배 충북도의회 의장, 김병우 충북도교육감, 이시종 충북도지사, 한범덕 청주시장. 2018.12.10.inphoto@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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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예산안 심사를 앞둔 도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가 협상안 마련을 최후 통첩한 지난 7일까지도 이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도교육청 역시 무상급식 전면 시행과 현행 방식의 분담률인 운영·인건·시설비 전액과 식품비 24.3%만 부담하겠다고 맞섰다.

지역 발전을 위해 인재를 육성해야 한다는 이시종 충북지사의 평소 지론은 명문고 설립이다.

반대로 김병우 교육감은 상위권 아이들만 모아놓아 경쟁력을 서로 갉아먹는 소위 명문고는 시행착오 선택이라는 철학을 갖고 있다.

결국 양측이 고교 무상급식 시행과 명문고 육성을 놓고 거래를 했다는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후환', '미봉', '관계' 4년 뒤 부메랑 되나

고교 무상급식은 이시종 지사와 김병우 교육감의 민선 7기 대표 공약이다.

이들은 2011년 전국 최초로 시행한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에 이어 내년부터 고교까지 확대하겠다고 공약했지만, 예산 분담률 등을 놓고 이견을 보였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충북도는 내년도 예산안에 초·중·특수학교 무상급식 예산 411억 원만 담았고, 교육청은 고교 예산까지 모두 1591억 원을 편성해 도의회에 제출했다.

공통사업의 세입·세출이 일치하지 않는 예산안을 받아든 충북도의회는 지난 7일 양 기관에 10일까지 합의문을 제출하라고 '최후통첩'을 했다.

이때까지 합의문이 제출되지 않으면 예산안 심사를 보류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김병우 도교육감도 지난 6일 "3년 전 후환이 따를 텐데 싶으면서도 합의한 것은 중재 과정에서 관계를 서먹하게 하지 않는 방향으로 풀어가다 보니 그렇게 됐다"며 "결국은 관계에 전전긍긍했다가 또 이런 후환이 생겼다"고 작심발언을 했다.

이어 "후환을 남기지 않도록 진짜로 고민의 지점이 어디인지, 막힌 곳이 어딘지, 왜 막히는지 주목해 냉철하게 가려달라"며 "3년 전과 같은 미봉이 되지 않도록 빨리 결말짓는 것이나 뒤에서 흥정하듯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합의서를 꼼꼼히 살펴보면 민선 7기가 만료되는 2022년 말 지금과 같은 '후환'과 '미봉', '관계'의 문제가 또다시 갈등과 대립으로 나타날 우려가 높다.

사실상 명문고 육성은 2~3년 사이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기 어려운 사업이며, 민선 8기 도지사 자리는 3선으로 물러나는 이 지사를 대신한 새 인물 입성이 기정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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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주=뉴시스】천영준 기자 =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26일 도청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북도와 도교육청은 고등학교 전면 무상급식에 즉각 합의하라고 촉구했다. 2018.11.26. yjc@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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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무상급식의 재원 분담비율을 놓고 충북도와 교육청이 또 충돌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게 된 셈이다.

이번 협상에서 '후환'과 '미봉', '관계'를 청산하겠다는 김병우 교육감의 결연한 의지는 단지 '밥값 좀 덜 냈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게 됐다.

◇커지는 제도화 요구 목소리

상황이 이렇자 이 협약내용이 만료되기 전 불필요한 소모적 논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보편적 교육복지 실현과 도민의 삶의 질 증진을 실현하는 중요한 정책인 무상급식의 재원 분담비율을 조례로 명문화하거나 아예 학교급식법 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충북학교학부모연합회는 지난 6일 학교급식법 개정을 촉구하는 글을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올렸다.

이들은 청원을 통해 "지자체와 교육청 갈등으로 매번 반복되는 무상급식 파동·지역 간 무상급식 불균형에 정부가 나설 때"라며 "현행 학교급식법 8조에는 '그 경비의 전부 또는 일부를 국가 또는 지방자치단체가 지원할 수 있다'고 규정해 자치단체장은 급식 지원 여부를 '자의적'으로 결정할 수 있어 갈등을 빚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안전하고 효율적인 급식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정부의 책임을 명문화한 학교급식법 개정이 우선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청원에는 이날까지 419명이 공감했다.

이 단체는 무상급식 국가 예산 50% 확보, 유치원·고등학교 무상급식 확대 등이 담기도록 관련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한편에서는 고교무상급식과 관련해 민·관 협치가 해법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충북도의회 박형용(옥천1) 의원은 최근 본회의 5분 발언을 통해 "고교무상급식과 친환경 농산물 급식 문제가 기존 관 중심의 협의 방식이 아닌, 민과 관이 함께 협의하고 합의를 이끌어 내는 방식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까지 도와 도교육청 간의 합의 과정을 살펴보면 정작 세금부담의 주체이자 수혜의 당사자인 도민은 뒷전으로 밀려난 채 관 중심의 협의로 추진되어 왔다"며 "관 중심 논의 행태를 벗어나 민·관 협치로 풀어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민·관 협치 기구로 학교급식위원회와 학교급식지원 심의위원회, 충북교육행정협의회 등을 활성화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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