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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인성 바탕 의술·연구 역량 겸비한 ‘굿닥터’ 산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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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의대 90주년

의학 교육은 속도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다양한 경험과 배움의 기회가 뒷받침될 때 의료를 넘어 사회를 변화시키는 ‘굿닥터’가 탄생한다. 고려대 의과대학은 지난 90년간 국내 의학 교육의 ‘롤모델’을 제시해왔다. 시대 변화에 따라 교육과정을 혁신하며 의술·리더십·인성·연구 역량을 두루 갖춘 전인적 의사 양성을 주도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고대 의대의 위치는 굳건하다. 전통과 혁신을 결합한 ‘미래의학의 산실’로 자리매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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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기내과 최종일 교수(왼쪽 둘째)가 KU 시뮬레이션 센터에서 본과 3학년생들에게 기관 삽관술을 설명하고 있다. KU 시뮬레이션 센터는 지난해 총 224평 규모로 25개 실습실을 갖춘 교육시설이다. 김동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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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의대는 개교 90주년(1928년 9월 4일)을 맞은 올해 교육과정을 전면 개편했다. 종전에 주입식 위주의 교육 대신 학생 스스로 주도하는 참여형 교육을 강화했다. 선웅(해부학교실) 연구교류부학장은 “정밀의료·인공지능(AI) 등 과학기술이 급속히 발전하면서 기존의 학습·연습 위주 교육으로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어려워졌다”며 “다양한 체험을 통해 시야를 넓히고 소통과 협력을 통해 문제 해결책을 찾는 것은 미래 의사에게 더욱 중요한 덕목”이라고 말했다.

신입생 때부터 병원 생활 체험

고대 의대의 교육과정은 다른 대학과 차별화된 특징이 있다. 첫째는 인성 교육이다. 의대 1학년(예과)부터 ‘돌봄과 이해’를 수강하며 진료 참관, 환자 간병·이송 등 병원 생활을 직접 체험하도록 했다. 간호사·방사선사 등 병원 구성원의 역할과 협업 과정을 이해하고 환자에게 봉사하며 의사로서 소양을 빠르게 터득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했다.

지도 교수 제도를 수정·보완한 전문학습공동체(PLC)도 고대 의대만의 독특한 프로그램이다. 교수 1인과 예과생 2명을 짝지어 학기당 2회 이상 학업·진로 상담 등의 활동을 지원한다. 올해는 총 54명의 교수가 ‘조언자’로 참여했다. 이홍식(소화기내과) 의과대학장은 “교수가 아닌 선배이자 동료로 학생과 소통하면서 올바른 정보와 윤리의식, 책임감 등 의사의 소양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둘째는 진로 탐색이다. 선웅 부학장은 “의대 교육의 목표는 비단 의사를 양성하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며 “학생이 갖고 있는 다양한 가능성을 일깨워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를 위해 도입한 것이 심화 교육과정(Enrichment Stream)이다. 학습량이 적은 예과 때 공대·경영대 등 다른 단과대학의 수업을 듣고 적성에 맞는다면 전공 심화·응용 과목도 배울 수 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다. 올해 코딩을 배운 예과 2학년 안병근씨는 “의학 외에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면서 개방적 사고와 융합 연구의 중요성을 스스로 깨닫게 됐다”고 만족해했다.

본과 4학년은 자신에 적성에 맞춰 실습 과정을 선택할 수 있다. 환자 진료 역량을 강화하는 ‘심화임상실습’,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나 제약사 등 관련 기관에서 이뤄지는 ‘국내 외부 임상실습’과 해외 의료기관에서 진행하는 ‘해외 임상실습’, 기초 의과학자로서 기틀을 닦는 ‘몰입형 의과학 연구 실습’ 등 총 네 가지다. 이홍식 학장은 “학생이 능동적으로 자신에게 맞는 일을 찾고 해당 분야의 리더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돕는다”고 말했다.

다른 학문도 배우며 진로 탐색

마지막은 연구 역량 강화다. 고대 의대는 기초·임상 모두 ‘첨단 의술’을 지향한다. 지난해 확장·이전한 ‘KU 시뮬레이션 센터’는 심정지·분만 등 고난도 환자 대처부터 채혈, 기관 삽관 등 기초적인 임상 술기를 모두 배울 수 있게 공간·장비를 갖췄다. 이 밖에도 아시아 최초로 도입한 가상 해부대와 로봇 시뮬레이터를 통해 해부학 지식 습득과 수술 실력 향상이란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있다.

의과학 연구도 적극 지원한다.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올해 전 학년에 개설된 ‘연구 역량 강화’다. 예과 학생은 의과학 교수의 세미나와 논문 강의를 듣고 과학적인 사고 방식과 연구 방법 등을 습득한다. 본과에 진학한 뒤에는 실제 임상 경험이 어떻게 연구에 접목되는지 교육 받고 의과학자의 길을 택할 경우 본과 4학년 때 임상 연구, 세미나·학회 참석 등의 기회를 제공해 실질적인 결과를 만들어내도록 돕는다. 산발적으로 이뤄진 연구 수업을 ‘기초-심화-몰입’의 단계적 교과과정으로 체계화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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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의대는 성적이 아닌 연구 참여도와 봉사활동 등을 기준으로 장학금을 수여한다. 이는 학생 때부터 자발적으로 ‘학생연구회’를 구성해 연구를 기획·진행하게 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올해는 종전에 학교 차원에서 이뤄진 학술제를 홍콩·일본 등 아시아 5개국, 20명의 의대생과 함께한 ‘국제 호의학술제’로 확대·개최했다. 행사 진행과 발표·토론·만찬 전 과정은 학생들이 주도했다. 선웅 부학장은 “의대생으로서 국제적인 행사를 운영한 경험은 글로벌 리더십을 기르는 데도 도움이 된다”며 “향후 국제 학술제를 꾸준히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터뷰 이홍식 고려대 의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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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홍식 고려대 의대학장


고대 의대 90년 역사는 혁신과 도전으로 요약된다. 이홍식(사진) 의과대학장을 만나 그동안의 성과와 4차 산업혁명 시대 의대의 역할에 대해 들었다.

-고대 의대가 개교 90주년을 맞았다.

“고대 의대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도전을 계속해왔다. 의대의 뿌리인 조선여자의학강습소는 구한말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한 여성을 돌보기 위해 만든 여의사 교육기관이었다. 산업화 시대에는 주요 공업 지역인 서울 구로, 경기도 안산에 병원을 지어 의료 소외계층을 돌봤다. 맞춤형 치료, 정밀의학의 시대에도 고대 의대의 도전과 혁신은 계속될 것이다.”

-연구 역량을 강조하는 배경은.

“4차 산업혁명이 도래하면서 지식의 수명이 짧아진 반면 생산·확산되는 시간은 굉장히 빨라졌다.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 지식이 어떻게 만들어지고 변화하는지 메커니즘을 익히는 것이 중요해졌다. 연구를 강조하는 이유다. 자신이 모르는 점을 파악하고 스스로 해답을 찾는 비판적 사고 능력을 기를 수 있다. 미래 의학을 창조하는 의사에게 비판적 사고는 매우 중요한 소양이다.”

-적극적인 투자로도 유명한데.

“고대 의대는 연구 성과나 교내·외 활동에 따라 장학금을 지급한다. 올해는 등록금의 3분의 1가량인 20억원이 장학금으로 지급됐다. 학생 3명 중 1명이 장학금을 받았다. 배울 의지가 있는 학생은 확실히 뒷받침해줄 수 있도록 시스템을 갖췄다.”

-향후 계획은.

“의대생의 역량은 무궁무진하다. 자신의 소질을 찾을 수 있게 다양한 선택지를 제시하고 이를 개발하도록 뒷받침해주면 해당 분야의 리더로 얼마든지 성장할 수 있다. 자신이 속한 위치에서 도전과 혁신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인재를 육성하는 것이 미래 의대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결과보다 과정·태도를 중시하는 교육을 실천해나갈 것이다.” 박정렬 기자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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