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21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개인 정보 보호 및 활용 당·정 협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 미국의 파이코(FICO)는 개인의 통신료와 공공요금 납부 정도 등을 활용한 신용 위험 측정 모형을 개발해 금융 이용 이력이 부족한 약 1500만 명의 신용 점수를 새로 산출했다. 미국 업체인 렌도(Lenddo)의 경우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친구, 포스팅 등 데이터 260억 개를 머신 러닝으로 분석해 개인 신용을 평가한다.
반면 한국은 이런 세부 신용 평가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 국내 신용조회회사(CB사) 6개 중 나이스평가정보·KCB·SCI 등 3개사가 개인 신용등급 산정 업무를 한다. 그러나 모두 금융 거래 정보 위주로 신용도를 평가해 금융회사 이용이 많지 않은 주부나 학생, 자영업자 등은 낮은 신용등급이 매겨져 은행 대출 등을 이용할 때 불이익을 받는다.
더불어민주당과 금융위원회가 올해 안으로 현행 신용정보법을 개정해 신용 정보 산업 선진화를 추진하기로 한 것은 이런 평가 틀을 개선하기 위해서다. 개인 정보 보호 규제를 일부 완화해 시장에서 자체적으로 신용 평가 능력을 높이도록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비금융 정보 활용·자영업자 전문 CB사 도입
정부는 비(非)금융 정보 전문 CB사를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 파이코와 렌도처럼 통신·전기·가스 요금 등 공공요금 납부 정보와 온라인 쇼핑 및 SNS 이용 정보 등 비금융 정보를 사용해 개인 신용을 평가하는 전문 회사 설립을 허용한다는 것이다.
이런 비금융 정보 전문 CB사는 진입 문턱도 낮추기로 했다. 현행 CB사는 자본금 50억원 이상이 필요하지만, 렌도와 같이 SNS를 분석해 신용을 평가하는 전문 CB사는 5억원, 통신료 납부 내역 등 정형화한 정보를 활용하는 회사는 20억원으로 자본금 기준을 완화한다. 금융기관이 반드시 50%를 출자해야 하는 의무 규정도 적용하지 않는다.
이처럼 비금융 정보를 적극 활용하면 카드·대출 이용 실적 등이 없어서 낮은 신용등급이 매겨진 주부·사회초년생 등 1107만 명(2016년 말 기준)의 신용도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 있다고 금융위는 설명했다. 권대영 금융위 금융혁신기획단장은 “앞으로 새로운 CB사가 등장하면 금융 이력이 적더라도 통신료만 성실히 납부했다면 신용 평점이 개선돼 금융 거래가 이전보다 수월해질 거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자영업자 전문 CB사도 도입한다. 소상공인이나 영세 자영업자 등 개인 사업자는 현금 거래가 많은 특수성 때문에 신용등급이 일반 직장인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금융사도 보증이나 담보 없이는 개인 사업자에게 쉽사리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
하지만 정부는 자영업 전문 CB사가 등장할 경우 이들의 신용평가 정합성이 높아져 담보·보증 없이도 대출을 받는 등 금융권 이용이 수월해지리라 기대하고 있다. 정부는 기존 신용카드 회사에도 자영업자 전문 CB 사업을 함께 할 수 있도록 허용하기로 했다. 가맹점별 상세 매출 내역 등을 보유한 만큼 자영업자 신용을 자세히 평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CB사에 ‘빅데이터 활용’ 영리 서비스도 허용
정부는 CB사가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규 서비스를 하는 것도 허용하기로 했다. CB사가 보유 정보를 바탕으로 상권 분석, 자영업자 마케팅 전략 수립 등 데이터 기반 사업을 할 수 있게 길을 터주겠다는 것이다. 지금은 CB사의 영리 목적 겸업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의 경우 3대 CB사 중 하나인 익스페리언((Experian)은 기업에 소비자 성향 분석 등 빅데이터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전체 이익의 23%를 여기서 올리고 있다.
이번 신용 정보 산업 선진화 방안은 김병욱 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신용정보법 개정안에 그 내용이 담겨 있다. 당·정은 이 법안을 중심으로 입법을 추진할 방침이다. 권 단장은 “개정안이 국회에서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법 개정 없이 추진할 수 있는 과제는 먼저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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